털은 옷속 깊숙이 숨어 있었다.
처음에는 옷 위에 묻은 것이겠지만 어느새 보이지 않게 깊숙이 숨어 있었다.
세탁기를 돌려도 빠지지 않았다.
솔로 훑고 테이프로 떼어내도 여전히 그것은 그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무심코 비져나온 털을 보았다.
꼬맹이 것이었다.
쭈그리 것이었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여전히 털들은 그곳에 있었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고 털어내려 해도 털어지지 않으며 그곳에서 잊을만 하면 자신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함께 가는 것이다.
옷을 입는 한.
그 녀석들과 함께하던 순간 입었던 옷들을 여전히 입고 있는 한.
그 시간들을 입고 그 기억들을 입고 있는 한.
여전히 그곳에 녀석들의 털은 남아 있다.
기억에는 잊혀져도 현실에 남아 있다.
감정으로는 잊혀져도 여전히 현실에 남아 확인시켜준다.
함께하고 있었음을. 여전히 함께하고 있었음을.
1년이 다 다되어간다.
반년이 다 되어간다.
쭈꾸미도 혼자인 시간에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면서 익숙해지지 않는 시간들이 있다.
계절은 또 바뀌어간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탕수육과 스파게티 소스 (0) | 2017.10.06 |
---|---|
이런 좋은 걸 모르고 있었다니!!! (0) | 2017.09.26 |
돼지사골과 순대국밥... (0) | 2017.08.25 |
크리스피 치킨 더럽게 맛있네... (0) | 2017.08.20 |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 (0) | 2017.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