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매드독 - 진짜와 가짜, 차홍주와 주현기의 차이

까칠부 2017. 11. 24. 10:43

바로 여기서 진짜와 가짜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의 혈통이었다면 태어난 순간 이미 왕이어야 한다. 왕은 고독한 존재다. 오로지 왕으로써만 존재해야 하는 운명이다. 원래 내 것이었고 그러므로 내 것이어야 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천륜조차 그 앞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차홍주(홍수현 분)는 끝까지 아버지 차준규(정보석 분)를 버리지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정을 포기하지 못했기에 스스로 함정으로 걸어들어간 것이었다.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현기(최원영 분)는 깔끔하게 자기까지 위험해지겠다 싶자 이미 죽은 아버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아버지를 죄인으로 만들고 자신은 정직한 피해자이자 희생자가 되고자 한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고백한 뒤 그 책임까지 자신이 모두 지겠다. 하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혹을 벌써부터 인지했음에도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근성이기도 했다.


어쩌면 최강우(유지태 분)가 먼저 태양그룹부터 노렸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차홍주라고 하는 틈을 노린 것이었을 게다. 차준규나 주현기에 비해 차홍주는 아직 많은 것이 무르고 어설프다. 무리해서 강하게 독하게 나서려 하는 만큼 오히려 더 빈틈을 보이게 될지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차준규가 검사장 온주식에 의해 구속되자 차홍주가 직접 나서며 결정적인 틈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혼자서 빠져나간 주현기 본인이다. 차준규는 이미 구속상태에 유죄가 확정되었고, 차홍주는 녹취파일이 세상을 떠돌고 있고, 그렇다면 무엇으로 주현기를 단죄할 수 있을 것인가. 차준규가 변호사 이영호에게 마지막 지시한 살인의 대상은 아마도 최강우였을 것이다.


역시나 마지막이 되니 공중파 드라마 특유의 과잉된 감정이 축축 늘어지게 만들고 만다. 뻔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대사의 나열이 보는 이를 한없이 지루해지게 만든다. 물론 먹히니까 그렇게 만드는 것일 게다. 사랑도 해야 하고, 사죄도 하고 화해도 해야 하고, 그리고 인간으로써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 한창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한가로운 감정놀음이 오히려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납득하고 받아들이면서도 괜한 사족은 아닌가 아쉬움을 남긴다.


겨우 차준규를 잡았다. 그리고 차홍주도 궁지로 몰았다. 온주식도 무사하지만은 못하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에 진짜가 남아 있다. 자기 아버지마저 잡아먹고 오히려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진퉁 왕자다.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길러졌다. 왕조시대는 끝났지만 어딘가에 왕도 왕자도 아직 현실에 남아 있다. 모든 단서까지 그가 쥐고 있다. 끝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마지막 싸움이다.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