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녀의 법정 - 시시한 결말, 악은 원래 시시하다

까칠부 2017. 11. 29. 11:20

좀 시시하기는 했다. 그나마 조갑수(전광렬 분)가 마이듬(정려원 분)의 어머니 곽영실(이일화 분)을 납치하고 협박하는 장면까지는 제법 긴장감도 있었다. 혹시나 백상호(허성태 분)가 남긴 수첩을 가지고 마지막 반격을 꾀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원래 공중파드라마에서 마지막회의 절반은 별 내용도 없는 후일담으로 채워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야말로 마지막 발버둥에 지나지 않았다.


원래 악이란 그런 것이다. 정상적으로는 세상에 발붙이지 못하기에 악이란 끊임없이 수작을 부리고 모략을 꾸며대는 것이다. 애써 비밀 공간을 만들어 성접대까지 해가면서 유력자들과 인맥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지금의 부와 명예와 권력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면? 그런 점에서 확실히 우모씨가 난 인물은 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끈떨어진 연 신세가 되었는데도 검찰이며 법원이며 보호하지 못해 안달인 것을 보면. 물론 원래 검찰과 법원이 한통속이라 그런 것일 수 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총리에게까지 찾아가서 수첩의 내용을 빌미로 협상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뒤로는 철저히 몰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비로소 백상호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백상호를 배신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백상호가 그의 곁에 있었다면. 그의 곁에서 스스로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손에 오물을 묻혀가며 자신을 지켜주고 있었다면. 허윤경(김민서 분)처럼 틈이 보인다고 배신하고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상호의 수첩 또한 검찰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수첩이 없이 검찰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늦고 몰락은 코앞까지 닥쳐 왔다.


재판에서 곽영실은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다. 철저히 타자로서 대상으로서만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당당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죄인이 되어 교도소에서 비참한 몰골로 나뒹구는 것은 과연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사형은 오버였다. 한국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다. 그러나 짧은 판결로 강한 인상을 주어야 했다. 조갑수 같은 놈은 법정 최고형으로 심판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보면 조갑수도 한국사회에서 지엽말단에 지나지 않는 것을. 진짜는 아직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후일담은 지루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뻔한 장면들이 의미없이 시간만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청자가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민지숙(김여진 분)은 변호사로서 이름을 날리고 마이듬은 다시 검사로 돌아왔다. 여진욱(윤현민 분)과의 콤비플레이도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 밖에는 뭐... 악이 사라진 일상 역시 시시한 것이다. 언제나 현실이 시시할 수 있었으면. 깔끔하다. 남는 것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