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드디어 이어진 기억, 그리고 분노

까칠부 2017. 12. 19. 10:48

어째서 피해자인 그들이 이런 모욕까지 당해야 하는 것일까? 억울하게 죽고 다친 것은 자신들인데 오히려 그런 자신들을 비웃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당당히 나서서 항의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 작고 약하기만 하다. 지난 수 년 간 생떼같은 자식을 잃고도 온갖 수모와 굴욕을 겪으며 끊임없이 인내를 강요당해야 했던 세월호 유가족이 떠오른다. 고작 한 마디 되갚아주는 것도 이리 힘들고 두려운 것을.


아무것도 없어서 하문수(원진아 분)는 감히 서주원(이기우 분)에게 다가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레 주눅들고 지레 겁먹어서 먼저 숨어 버리고 만다. 아니 그 전에 그것이 사랑이기는 했을까? 그보다 어째서 하문수는 이강두(이준호 분)에게 반발하며 그를 밀어내려 했던 것일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인데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강두 역시 서주원과 함께 있는 하문수를 보며 뒤로 숨고 만다. 서주원이 정유진(강하나 분)에 대한 감정을 정리한 것 역시 비단 부모들의 사정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 앞에서만큼은 당당하고 싶다. 당당히 서로 마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악연처럼 계속해서 부딪히게 된다. 서로 얽히게 된다. 싫어도 애써 외면하려 해도 그러나 다시 만나게 된다. 그곳에 그들은 함께 있었다. 서로에게 기대며 버티고 있었다. 그때도 하문수는 이강두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다. 지금도 이강두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 어째서 기억하지 못하는가. 나는 너를 기억하는데. 그때 그곳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함께 견뎠다는 인연이 고단한 현재의 고독과 만난다. 이끌림이 먼저고 다음이 안도감이다. 그래도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다만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가족조차도 알지 못하는 자신을 알아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뜻밖에 시청률이 낮다. 하긴 원래 JTBC드라마들이 그리 시청률이 높은 편이 아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이야기도 흥미롭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처절한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한 채 그럼에도 지금의 행복을 쫓으려 한다. 과거를 놓지 못하면서 그럼에도 내일을 보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려 한다. 그들은 과연 살아갈 수 있을까?


주연을 맡은 원진아에 주목한다. 역시 아무리 봐도 수애다. 작고 가녀린데 고단한 현실에 지지 않는 힘과 의지가 느껴진다. 개구지게 웃는 얼굴도 현실에 치여 넋을 놓은 모습도 모두 어울린다.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그만큼 다양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신인일까?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이유다. 그리고 또다른 현실의 상처를 아플 정도로 들쑤신다. 너무 무심해서 너무 처절하다. 낮은 시청률이 아쉽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