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흑기사 - 다양한 매력의 샤론, 서지혜가 예쁘다

까칠부 2017. 12. 21. 11:21

드라마의 세일즈 포인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아니 원래 드라마의 의도가 이것이었는지 모른다. 예쁜 여자들을 예쁘게 보여주자. 그렇지 않아도 예쁜 여배우들을 더 예쁘게 보여주자.


서지혜(샤론 역)가 예쁜 것이야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물론 몰랐어도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이 귀여운 모습까지 보게 될 줄이야. 아무리 예뻐지고 싶다고 굳이 정해라가 더 예쁘다는 양승구(김설진 분)를 노려보며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묻는 모습이라니. 겨우 억지로 대답을 듣고서는 만족한 웃음까지 지어 보인다. 문수호(김래원 분)의 관심을 끌어보겠다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쓰러진 척 꾸몄을 때는 그 바보같음에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악역이 이렇게 허술하고 귀여워도 좋은 것일까?


샤론을 위한 회차였다. 악역일 테지만 그 이상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해라(신세경 분)와 문수호(김래원 분)와의 생을 넘어선 악연까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가해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분이 역시 일방적인 피해자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시대가 시대라고 남편이 자기 몸종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마냥 태연할 수 있는 부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죽이려 했지만 결국 살아돌아와 자신을 대신해 남편의 아이를 낳아줄 첩이 되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아무리 아들이 급하다고 노비의 어미에게서 태어나봤자 결국 얼자로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일 것이다. 대를 잇는 것은 양처에게서 태어난 적자로 하는 것이지 얼자는 족보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었고 결국 노비로써 적자녀에게 상속되는 물건 취급을 받았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아이만 낳고 어미는 처리하는 쪽이 대를 잇는데 문제가 적을 것이다. 다만 어차피 현실성을 따지는 드라마는 아니니 그냥 그렇겠거니 여기면 되겠다.


아무튼 주고 받고. 더구나 사랑에 있어서 샤론은 철저한 피해자였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고, 심지어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 여자와 동침까지 했다. 비천한 노비에게 자신의 남편을 빼앗겼다. 샤론의 입장에서 보면 수백년의 시간이 지나 원래 자신의 남편이었던 남자를 되찾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하고 바보같아 문제일 뿐. 과거 마님이었던 시절에도 그리 철두철미한 성격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게 또 어떤 식으로 드라마에 풍파를 일으킬까.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신선하다. 정해라의 감정 따위 어차피 시청자가 보기에도 한 눈에 뻔히 읽히고 있었다. 문수호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이었다. 순진하지 않다지만 그런 말을 하는 자체가 순진한 것이다. 어차피 가지고 놀다 버릴 것이면 그동안 자기도 최대한 이용할 만큼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이 많지 않은가. 당장 그 돈으로 자기를 돕겠다 하지 않았는가. 그런 것을 속물이라 하는 것이다. 그냥 순수하기에, 그래서 너무 진지하기에 지레 겁부터 먹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문수호가 자기를 버린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 처음부터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면 상처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은 정해라도 문수호를 사랑한다. 역시 샤론은 악역이기보다는 두 사람 사이에 불을 당기는 중매쟁이의 역할일지 모르겠다.


개연성같은 것은 이제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얼마나 말이 되고 재미있는가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찌되었거나 사랑하는 여자들이 예쁘다. 사랑에 고민하고 갈등하고 질투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하는 예쁜 여자들이 더 예쁘게 보인다. 관객은 타인이다. 시청자는 타인이다. 일단 문수호에게는 그다지 남자로서 이입되기가 어렵다. 그래도 상관없다. 드라마를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배우를 쓰는 방법을 안다. 매력적인 배우들을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인지 작가와 제작진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어떻게 시청자로 하여금 드라마를 즐기며 볼 수 있게 할 것인가. 너무 재미있다. 어떤 의미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