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흑기사 - 역시 눈이 보배

까칠부 2017. 12. 29. 10:35

사람은 정보의 70%를 눈을 통해 얻는다고 한다. 한 마디로 눈만 만족하면 감각의 70%를 만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눈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즐겁다.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흥미로운 것이 없다. 새로운 것이 없는 것도 있고 구성이나 연출 자체가 꾹꾹 눌러담은 긴장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래서 남는 것이 여유로운 일상속에 보이는 주연들의 매력인 것이다. 특히 신세경(정해라 역)과 서지혜(샤론 역)은 너무 예쁘다.


그저 화보인 양 주연들의 모습만 눈으로 감상하는 가운데 그나마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면 역시 악역인 샤론의 캐릭터일 것이다. 장백희(장미희 분)의 말처럼 200년을 넘게 살았음에도 여전히 철이 덜 든 듯한 모습이 악역임에도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처절하다. 저주로 인해 새겨지기 시작한 문신이 전신을 뒤덮을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차라리 그보다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가는 것을 더 끔찍히 두려워한다. 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랑을 훼방놓기 위해 또다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한다. 가련하달까? 잔혹할 정도로, 그러니까 무지할 정도로, 한 사람을 향한 사랑 말고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


적당히 문수호(김래원 분)와 균형을 이루어줄 남자캐릭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박곤(박성훈 분)은 인상이 흐리고, 최지훈(김현준 분)은 인상이 좋지 못하다. 처음부터 라이벌이 되기에는 함량미달의 캐릭터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랑이야기가 주인데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낮으니 결국 문수호와 정해라, 샤론 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된다. 문수호와 정해라 두 주인공의 사연이 벌써 대부분 공개된 탓에 결국 남은 샤론의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아직까지 샤론에게만 드라마가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어차피 눈이 즐겁자는 드라마이니 전혀 상관은 없겠지만.


가끔 터무니없이 무리한 이야기들이 실소를 머금게 만든다. 그런데도 차라리 대놓고 하는 것이 뻔뻔할 정도로 유쾌한 느낌도 준다. 이걸 웃어야 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거나 이 드라마는 판타지 아니던가. 현실이 아닌 허구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역시 남자라 신세경과 서지혜만으로도 충분한 드라마라 생각한다. 그 이상의 평가는 지금으로서는 무리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도 없었던 듯 보이고. 유일한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