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티 - 욕망과 욕정, 성공과 승리를 쫓는 복마전

까칠부 2018. 2. 4. 12:13

하긴 경쟁이란 그런 것이다. 모두가 승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승자란 항상 소수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패자를 딛고 올라서야 승자가 되는 것이다. 승자가 되지 못하면 패자로 남는다. 패자가 되기 싫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눌러 이겨야 한다. 그런 사람들의 세계다. 패자로 남을 수 없고 반드시 승자가 되어야 하는 절박하고 처절한 사투의 세계다. 그런 것이 또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무척 흥미롭기도 하다.


승자가 되어야 한다. 동기는 모른다. 어쩌면 돌아간 어머니의 과거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렇게 절박하게 처절하게 성공을 쫓아야 하는 이유가 아직 나오지 않은 고혜란(김남주 분)의 과거, 혹은 비밀과 관계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고혜란과 다르지만 고혜란만큼이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드라마에는 헤아릴 수 없이 등장한다. 당장 세계적인 골프스타가 되어 돌아온 고혜란의 옛연인 이재영(고준 분)도 그런 경우였다. 젊음을 앞세워 호시탐탐 고혜란의 자리를 노리다가 미끄러진 한지원(진기주 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은 경쟁에서 밀려나 단지 승자를 질투하며, 혹은 자신은 감히 꿈꿀 수 없는 승자의 자리에 오른 이들을 동경하며, 그렇게 마치 정글처럼 서로 뒤엉킨 채 살아간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국장 장규석(이경영 분)이다. 그 또한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얼마든지 자기 자신마저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씨줄과 날줄로 엮인 성공의 욕망이 인간의 본능인 욕정과 다시 복잡하게 얽힌다. 이재영과 고혜란은 오래전 헤어진 연인들이었다. 서은주(전혜진 분)는 이재영의 아내이며 고혜란과는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한지원은 고혜란의 성공을 욕심내며 한 편으로 서은주의 남편인 이재영을 탐낸다. 물론 그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감정과 관계들이 얽혀 있기도 하다. 교도소에서 강태욱(지진희 분)과 우연히 부딪힌 수형자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고혜란과 강태욱의 결혼기사를 스크랩해놓았던 것일까. 무엇보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는 누구이며 고혜란은 어떻게 그 사건과 얽히게 된 것일까? 인간이 가진 탐욕이, 그리고 그보다 더 지독한 선의가 마치 수렁처럼 인간을 죄와 악으로 빨이들인다.


굳이 아나운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어떤 직업을 그 자리에 갖다 놓더라도 이야기는 성립한다. 하지만 방송국이라는 대중이 가지는 이미지가 그같은 비틀린 욕망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장례식장에서 고혜란을 헐뜯으려 틈을 노리는 여자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고혜란이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수단으로는 안된다. 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믿음이다. 드라마의 시작이다. 아무튼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