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티 - 성공이라는 누명, 고혜란을 옭죄는 서러움

까칠부 2018. 2. 11. 10:15

모두가 성공이라는 겉모습만 본다. 성공을 이루려 발버둥치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 자신이 왜 무엇을 위해 그토록 성공하려 하는지. 자신이 그 성공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자신이 진정 바라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그저 남들보다 위에서 더 높은 지위와 권력과 부를 가지려 하는 것으로. 


분명 고혜란(김남주 분)은 강태욱(지진희 분)에게 말한 바 있었다. 자신이 성공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의사회구현'이라고. 아마도 술김에 하는 소리라 흘려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자신의 속물적 욕망을 치장하기 위한 수사라 여겼던 것인지도 모른다. 옳지 못하다 생각해서 보도했고, 바로잡아야겠다 생각해서 굳이 자신의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그마저 고혜란 자신의 야심을 위한 타산적 행동으로 여긴다. 그것만큼은 고혜란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분노라기보다는 서러움이다.


그래서 굳이 이재영(고준 분)의 성공을 고혜란의 그것과 대비시키고 있는 것일 터다. 이재영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성공해야 하는 이유이고,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고, 성공의 결과로 누릴 수 있는 과실이다. 방종과 타락, 무엇보다 절제가 사라진 탐욕이다. 그만한 지위와 권력과 부가 주어졌을 때 당연히 개인이 누리게 되는 것들이다. 어쩌면 성공을 바라는 갈망과 야심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일 것이다. 사악하고 비열하고 탐욕스럽다. 어느새 고혜란을 사랑했던 남자 강태욱도 그같은 선입견에 사로잡히고 만다. 고혜란이 바라는 성공도 분명 그런 것일 게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혜란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가. 그래서 한 편으로 남편 강태욱이 아내 고혜란을 의심하게 되는 계기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데 의심부터 하지는 않는다. 의심할 빌미를 주었기에 의심도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예 아무 근거도 없이 의심부터 하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적지 않다. 더구나 고혜란이 보인 의심스러운 행동들은 고혜란 자신의 의지라기보다 이재영이 강요한 상황들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간다. 고혜란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가.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는데 고혜란 혼자서만 오버해서 악에 받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고혜란은 남편 강태욱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자신을 이해하려 했는가고. 고혜란 자신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놓인, 자신이 헤쳐가야 할 현실과 환경과 조건을 모두 포함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바라는 성공을 위해 자신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자신이 그토록 바라는 성공을 손에 넣기 위해 어디까지 각오하고 희생해야만 하는지. 고준은 그저 운동만 열심히 하면 되었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스포츠에서는 결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성공하려면 수많은 경쟁자들을 이기고 윗사람의 눈에도 들어야만 한다. 겨우 손에 넣은 기회를 잡아야 하고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쳐야 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헤아리기에 강태욱이 살아온 환경부터 너무 원만하고 평화로웠다.


성공한 여자니까. 지독스레 경쟁에서 이기고 성공을 이루어낸 여자니까. 하필 여자라서. 어쩌면 남성의 성공은 당연하다. 남성이 성공에 대해 가지는 갈망 역시 너무나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어지간하 독하고 악한 모습을 보여도 남자라면 그런 정도의 강단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녀라는 말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나쁜 남자라는 말은 아주 최근에서야 일상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악녀란 단지 인간적으로 안한 여성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혜란이 보여주는 모습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악녀의 그것에 매우 가깝다 할 수 있다. 그런 여자이기에 어떻게 대하더라도 정의로운 응징이 될 수 있다.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성공을 지키기 위해 온갖 비열한 술수까지 동원하는 모습들이. 그러니까 고혜란이 가진 허기인 것이다. 그 어떤 욕망보다 욕구보다 우선하는 생리적 갈망인 것이다. 그녀의 영혼레벨에 새겨진 어떤 과거의 상처일 수 있다. 아니 그마저도 변명이다. 무엇보다 어째서 여성은 성공을 위해 악해져서는 안되는 것일까? 독해져서는 안되는 것일까? 그것만으로 인간으로서까지 판단되어야 하는 것일까? 선하다고는 절대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악한 것도 절대 아니었다.


용의자가 너무 많다. 어떤 사람은 선의로, 어떤 사람은 악의와 욕망으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궁지에 내몰린 고혜란의 절박함도 있다. 남편이 아내를 믿지 않는다. 아내를 위한 변호에 나섰으면서도 아내의 진심을 의심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또한 너무나 많았다. 그냥 지난 과거조차 고혜란을 자유롭게 놓아주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이 아니다. 인간적인 연민과 공감이다. 그렇게까지 절박한데는 모두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다. 아직 감춰진 이야기들에 열쇠가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성인을 위한 드라마다. 그저 야하고 폭력적이어서 성인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다. 어쩌면 온갖 더러운 일들을 겪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는 지독하게 얼룩진 잿빛 세상이 그곳에 있다. 시시각각 모습과 빛깔을 달리하는 입체의 세계가 있다. 드라마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있다.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