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더 - 법이 인정하지 않는, 인간이 인정한 가족

까칠부 2018. 3. 2. 12:03

역시 경찰 창근(조한철 분)은 직업답게 제도로서의 가족을 상징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창근과 자영(고성희 분)을 제외한 모두가 강수진(이보영 분)과 혜나(허율 분)을 엄마와 딸이라 인정하고 있었다. 십 년 넘게만에 만난 산속 절 주지마저 경찰로부터 강수진과 혜나를 지키려 수행자로서 거짓말까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혜나를 납치했던 설악(손석구 분) 또한 자영이 아닌 강수진을 엄마로서 시험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었다. 오로지 창근만이 강수진과 혜나를 가족이라 인정하지 않고 뒤쫓고 있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엄마와 자식이란 어떤 의미인가. 어떻게 아이는 태어나고 엄마는 생겨나고 가족은 만들어지는가. 낳은 엄마와 길러준 엄마, 그리고 두 엄마를 모두 거부하던 딸과 그런 딸을 엄마로 만들어준 운명과도 같은 또다른 딸과 차라리 자신이 낳은 딸을 죽이려는 또 하나의 엄마. 원래는 낳았으니 엄마였을 것이다. 낳았으니 길렀고 그래서 엄마와 자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다른 이유들이 덧붙여지기 시작한다. 다른 의미들이 덧씌워지기 시작한다. 결국은 자기의 아이임을 확신할 수 없었던 남성들이 제도로써 가족을 강제하면서 생겨난 모순이다. 엄마와 아이가 그저 단 둘이 가족으로 함께 사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현실이 만들어낸 비극인 것이다. 모든 악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에서 자라난다.


결국 설악이 마지막에 떠올린 것은 엄마였다. 그리고 그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자신이었다. 엄마가 힘들지 않게 웃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던 못난 자신이었다. 시끄럽고, 더럽고, 울기나 하고, 그때 자기가 지금처럼 키도 크고 힘도 셌더라면. 엄마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 줄 수 있었더라면. 한 편으로 아이들을 짐으로 여겨야 하는 엄마들의 현실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로 인해 엄마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가 현실을 직접 보고 겪게 된다. 엄마들로부터 버림받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엄마를 위해 죽는 편이 낫다. 하지만 어떤 위험에도 고통에도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엄마도 있었다. 결국 스스로 보육원에 불을 질러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은 엄마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결국은 엄마를 지키려는 딸과 딸을 지키려는 엄마와 차라리 세상과 싸우더라도 엄마와 딸이기를 바라는 가족들이 인간이 만든 제도의 주변을 떠돌며 쫓기고 있다. 아무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그러나 모두가 가족으로 인정하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의지하며 세상을 도망치고 있다. 진실과 거짓과 정의와 선과 악이 뒤섞인다. 인정과 규범과 세상의 질서가 만난다. 그들은 가족이어도 되는 것일까? 너무나 단순하면서 깊은 물음이다. 그래서 가족이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일까? 강수진이 먼 길을 돌아 겨우 깨달은 답이다. 기적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