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동정이라면 돈이라도 얼마 쥐어주고 돌아서면 그만이다. 필요하다면 코트도 빌려주고, 함께 잠도 자 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면 그 다음이 필요하다. 그저 어깨를 빌려주고 마는 것이 아닌 그 슬픔을 이해하고 아픔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자기에게 그럴 자신과 여유가 있는가.
감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채 하지 못한 말들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할 수 없고 하지 못할 말이기에 변죽만 울리고 만다. 그런 점에서 안순진(김선아 분)과 손무한(감우성 분)은 닮았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스스로 질식해가고 있다. 아무말이나 해야 하고, 아무 행동이나 해야 하고, 어떤 말도 행동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안순진이 진짜 손무한에게 기대고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아무 말이나 행동이나 다 들어주고 받아주고 있다. 정작 중요한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무라도 자기가 하는 말을 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년 만에 겨우 찾아온 딸마저 거부한다. 딸의 하소연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딸이 털어놓을 이야기들을 끝까지 참고 듣고 있을 자신이 없다. 정작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인데. 그래서 손무한도 나름대로 안순진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다. 아직 한 마디도 못하고 있지만 그런 안순진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작으나마 구원을 얻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안순진의 말들은 간절하고 처절하고 절실하다.
사랑보다는 이끌림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어쩌면 같은 처지에 놓은 사람들끼리의 공감대다. 그런 한 편으로 들어주기를 바라는 이야기들을 대신 듣고 있다는 만족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안순진은 아직 손무한에게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사람을 찾는 길고양이마냥 본능처럼 그의 곁으로 파고들고는 있다. 그런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어쨌든 자신은 살아야 하니까.
뭔가 시리고 저릿한 느낌을 주는 드라마다. 어처구니 없는 소동들이 그러나 더 외롭고 쓰리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의 저 절망과도 같은 고독을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재앙과 같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꿈도 꺾이고 사랑은 짓밟히고 삶은 짓눌리고 탈출구라고는 없는 덫처럼 일상들은 그저 암물하기만 하다. 그래도 오로지 자신만 생각해주는 친구와 그래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들과 무엇보다 예기치 않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사랑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살아가고... 마지막까지 힘을 내었으면.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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