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침개와 기름, 잔치에 돼지를 잡는 이유

까칠부 2018. 3. 30. 16:19

연암 박지원도 자신의 저서에서 지적했지만 원래 조선사람들은 돼지고기를 그다지 즐겨먹지 않았었다. 중국에서 고기(肉)라 하면 당연히 돼지고기를 가리키듯 그래서 조선에서도 고기라 하면 당연히 쇠고기를 가리켰다. 이를테면 육전은 쇠고기전이고, 육개장은 쇠고기를 넣은 개장국이라는 뜻이다. 의외겠지만 원래 육개장은 개고기로 끓인 개장국에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으면서 시작된 요리였다.


그러면 어째서 조선사람들은 잔치를 하면 돼지부터 잡았을까. 정확히는 소부터 잡았다. 일단 고기는 쇠고기여야 했으니. 하지만 산업화 이전 인간이 사용할 수 있었던 식용기름이란 몇 가지 되지 않았었다. 식물성 기름으로는 유럽의 올리브유와 동아시아의 참기름, 들기름이 있었지만 문제는 발화점이 낮아서 튀김이나 부침요리를 만들기에는 적당치 않았다. 요즘 쓰이는 콩기름이나 카놀라유같은 것들은 거의 화학적인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콩에서 기름을 짜낸다는 것은 전근대의 기술력으로는 거의 불가능이었다. 그러면 산업화 이전 사람들은 요리를 할 때 식용유로 어떤 기름을 썼을까?


요즘 중국요리를 보고 옛날 맛이 나지 않는다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원래 중국요리도 제대로 하려면 돼지기름인 라드를 써야 했었다. 쇠기름이 아닌 이유는 쇠기름은 녹는 온도가 상당히 높고 따라서 상온에서 빨리 굳기 때문이다. 돼지기름은 사람의 체온 정도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답이 나온다. 원래 조선에서도 부침요리는 돼지기름으로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 돼지기름을 만들기 위해서도 조선사람들은 잔치를 할 때 돼지부터 잡아야 했던 것이었다.


사실 최근 먹는 부침개며 전들도 원래의 맛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돼지기름이 진하다. 괜히 목살 구워먹고 남은 기름 아까워서 부침개 남은 거 데워먹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원래 조선에서 기르던 돼지는 크기도 작아서 그다지 먹을 것도 없던 놈이었다. 지금 제주도에서 기르는 흑돼지도 원래 제주도의 토종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냥 떠오른 이야기. 하지만 난 돼지고기가 좋다. 쇠고기보다.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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