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주변에 사건도 많고 사고도 많구나. 나쁘고 못나고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하긴 그래서 세상은 온통 모순투성이이기도 하다. 그만큼 크고 넓고 모든 것이 많다. 그 주변이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내 주위 어디엔가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다름아닌 경찰이기에 그것을 일상으로 겪게 된다.
쉴 새 없이 사건들과 부딪힌다. 이삼보(이얼 분)가 당한 경찰폭행이 알려지기도 전에 사라진 여자아이를 찾는데 온 경찰이 동원되고 있었다. 생모가 있었지만 재혼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부부에게 입양되고 있었다. 그런데 입양한 부부 가운데 남편 쪽이 과거 성추행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경찰의 자존심을 짓밟은 경찰폭행의 범인을 쫓고 한 쪽에서는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는다. 과연 아이의 친구집 비키니 옷장에서 한정오(정유미 분)는 무엇을 보았을까.
하필 촉법소년이다. 물론 아직 만 14세 미만이라도 만 10세를 넘었으면 아예 모든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형사처벌만 면제될 뿐 수강명령이나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이 면제되기에 범죄를 저질러도 부모마저 어려워하지 않는 경우라면 경찰이 나설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하필 경찰인 이상보를 폭행한 것이 그들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중학생들이었다. 경찰이 가지는 소시민적인 무력감이 과연 같은 경찰이 집단으로 폭행당하고 동영상이 유포되는 범죄에 대해 어떤 형태로 나타나게 될까.
하여튼 온통 세상은 사고와 범죄 뿐이고, 그 때문에 하루하루가 마치 전쟁과도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랑도 하고, 서로 오해와 갈등도 빚고, 싸우기도 하고, 원망하며 등돌리기도 하고, 아주 작은 계기로 감동을 받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대비였을 것이다. 드라마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일상과 비일상이 경찰이라는 경계를 통해 더욱 도드라지게 어울린다. 이것이 경찰의 일상이다.
더불어 그래서 남성심리학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남자는 기본적으로 애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오로지 자신의 감정과 본능에만 충실하려 드는. 오양촌(배성우 분)이나 이삼보나 보는 사람마저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들이다. 그런데 의외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자기만의 정의감으로. 혹은 자기만의 양심과 자존심으로. 그러나 그들은 경찰 아니던가.
때때로 조금 넘친다 싶은 부분들이 있다. 원래 식당 음식은 집에서보다 더 짜고 더 맵고 더 달고 더 기름진 법이다. 일주일치의 이야기를 단 이틀 3시간 동안 모두 쏟아낸다. 다시 일주일동안 그 감상과 감동을 이어가야 한다. 실제 현실은 그보다 더 기막힌 경우도 적지 않을 테지만. 한정오는 무엇을 보았을까. 일주일이 길다.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스 먼저 할까요 - 오로지 기억하고 있던 단 한 사람 (0) | 2018.04.11 |
---|---|
키스 먼저 할까요 - 또다시 사족, 더 방대해진 이야기가 오히려 겉돌다 (0) | 2018.04.10 |
라이브 - 일상의 연애와 비일상의 현실들, 절묘한 균형과 조화 (0) | 2018.04.08 |
키스 먼저 할까요 - 내 마음대로 할거에요 (0) | 2018.04.04 |
키스 먼저 할까요 - 사랑할 수 없는 이유, 함께해야 하는 이유 (0) | 2018.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