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브 - 한정오의 과거와 경찰의 낙인, 지랄맞은 현실들에 대해

까칠부 2018. 4. 23. 10:43

첫째는 마음대로 사람 패고 고문하고 죽이고 다니던 선배경찰들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경찰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하긴 불과 얼마전이다.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선거에 개입하고, 수사결과를 조작하고, 심지어 시위중인 시민을 죽였다. 그런 경찰에게 재량권을 주고 자유롭게 풀어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더불어 사람의 가치를 개똥만도 못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너 말고도 이 일 할 사람 얼마든지 있다.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 안장미(배종옥 분)의 항변은 그래서 핵심을 찌르고 있다. 말단경찰은 경찰이라는 조직에 속하지 않는 것인가. 민원이 부당하고 항의가 부당하고 언론의 보도가 부당하다면 마땅히 조직차원에서 나서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조직원을 자기 조직이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성가시고 귀찮은 과정들을 거쳐야 한다. 그냥 말단 몇 자르고 말면 그 뿐이다.


당장 경찰과 얽힐 일이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경찰에 우호적일 리 없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과연 악의를 가지고 경찰을 걸고자 했을 때 과연 경찰이라는 조직을 일선의 경찰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사회는, 구조는 그런 경찰들을 위해 나서줄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여기서 다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과연 그렇게 지켰을 때 경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시민이 믿어도 좋은 것인가. 전혀 범죄와는 상관없는 개인들조차 경찰을 짭새라 부르며 비하하고 경멸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단 한 번도 그동안 경찰은 그같은 시민들의 인식에 대해 고민하거나 노력한 적이 없었다. 권력의 눈에 들어 출세할 걱정만 했지.


어쩌면 그동안 도망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애써 아닌 척 외면하며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없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비로소 사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미뤄두었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긴 게 아니다. 넘어선 게 아니다. 단지 뒤로 미뤄두기만 했을 뿐. 경찰이 되어 자신이 겪은 것과 같은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그리고 새롭게 사랑도 시작하면서 이제 더이상 미뤄둘 수만 없게 되었다. 과연 한정오(정유미 분)는 그 외로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한정오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동정하지도 않고 연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굳이 잘잘못을 따지려 들지도 않으면서 그저 끝까지 듣고 편들어주고 있었다. 상처입었으니 슬퍼하고 잘못되었으니 화를 낸다. 인간이 가진 너무나 당연한 감정이다. 거기서 혹시라도 한정오를 불쌍히 여겼거나 섣부르게 위로하려 했다면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당시 피해자였음에도 사실을 신고하지도 못하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도 못했던 어린 한정오의 처지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대개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그렇다. 진짜 피해를 당했으면 신고하면 되지 않느냐는 대부분 남성, 혹은 다수 여성들의 무책임한 힐난과 달리 길게는 수십년이나 지나서야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겨우 한 마디 할 수 있었던 대부분 피해자들은 그와 비슷한 처지였었다. 사실을 알린다는 것조차 두렵고 죄스럽기만 한 사회의 분위기가 피해자들을 오히려 죄인으로 몰아간다.


한정오의 오래도록 숨겨온 이야기들이 마음을 짓누르고, 어쩔 수 없이 민원인들에 - 심지어 범죄자들에게까지 내몰리는 경찰들의 답답한 현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발레파킹도 나름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경비라고 모두 운전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어두운 밤이고 야근으로 지쳐 있는 상황이라면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경비나 경찰이나.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경찰을 옭죄는 시민과 사회의 엄격한 감시와 구속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의 대가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소불위의 경찰력에 죽고 다치고 재산까지 빼앗겨야 했던 것인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망쳐야 했던 것인지. 동정하다가도 그 사실을 떠올리면 과연 경찰이 시민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가 생각하게 된다.


진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치고 들어오는 PPL상품들처럼 그 많은 사건과 사고들 역시 드라마를 위해 협력을 구한 실제의 사례들에서 빌려온 것이었을 터다. 이번엔 또 어떤 정신나간 사건일까. 문득 나를 둘러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세상이 미친 듯하다. 원래 미쳐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