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 반전과 수수께끼, 먼 길을 돌아가는 여정

까칠부 2018. 6. 22. 10:05

이건 또 반전이다. 하지만 반전이 이것으로 끝일까?


계속해서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김미소(박민영 분)의 어린시절 기억 속에 있는 그 '오빠'는 이영준(박서준 분)이었을 것이다. 김미소가 이영준의 비서가 되기 전부터 그들 사이에는 이미 운명과도 같이 오래고 깊은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오빠는 이영준이 아니라 이영준의 형 이성연(이태환 분)이었다. 김미소의 기억이 그것을 확인해준다.


잘 풀려가는 듯 보였다. 여전히 연애세포의 퇴행으로 인한 오해와 소동들이 있었지만 어느새 이영준도 김미소의 마음을 알고 김미소도 이영준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런데 두 사람의 사이를 진전시킬 촉매라 여겼던 김미소의 기억이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를 훼방놓는 장애물로 등장한다. 하필 그 대상이 이영준이 증오해마지않는 친형 이성연이라는 사실이 더 두 사람의 사이를 꼬아 놓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성연으로 인해 김미소는 오늘 하루 자신을 그리 살갑게 사랑스럽게 대해주었었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이어진다. 이성연의 불확실한 기억은 복선이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기억이 이영준과 너무 다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완전 정반대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정확히 이성연의 말처럼 너무나 큰 충격으로 말미암아 기억에 혼선이 생겼을 것이다. 단지 이름이 김미소라는 이유만으로 이영준은 스펙도 한참 못 미치는 김미소를 비서로 채용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또 어떤 비밀이 감춰져 있을까.


혹시라도 지루하지나 않을까 이런 식으로 수수께끼를 만들어 넣는다. 과연 누구일까? 누가 진짜 오빠일까? 김미소의 기억처럼 이서연이 진짜 그 오빠였던 것은 맞는 것일까? 하긴 그렇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누군가일 것이다.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자신의 눈과 마음이 향하고 있는 그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문제는 똑같이 부산에 가더라도 저마다 경로도 수단도 다르다는 것이다. 부산에 도착하고 나서 풀어내는 이야기도 다르다. 어떻게 두 사람은 지금의 혼란을 이겨내고 진실에 다가갈 것인가.


하여튼 답답한 커플이다. 그래서 하필 연애초보들이었는지 모른다. 모든 것이 서툴고 그래서 실수가 많다. 실수인 줄도 모르고 너무나 진지하게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목적지는 부산인데 세계일주만 몇 번 한 듯 먼 길을 돌아간다. 그래서 드라마는 재미있다.


어쩌면 상투적이지만 덕분에 드라마가 재미있어졌다. 여전히 두 사람의 진심은 서로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은 상태다. 산넘고 물건너 바다건너서 그리고 온갖 오해와 실수들을 넘어서서.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