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다큐멘터리었다. 전통공예 전수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가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여기에 나전칠기 장인이 나온 적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
"그리 멋지다 예쁘다 칭찬하다가도 값을 이야기하면 뭐 그리 비싸냐고 질색을 하더라."
그때 장인이 말한 가격이 수천만원 정도였을 것이다. 그 정도는 받아야 하는게 나전칠기가 혼자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뚝딱거리며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정도는 그냥 원가라 봐야 한다. 그런데도 고작 이런 정도가 뭐 그리 비싼 값을 받는가. 그래서 대부분 나전칠기는 일본으로 팔려나갔다던가?
며칠전 어느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를 보았었다. 나전칠기 작품 두 개를 1억 9천에 팔았다. 뭔가 대단히 많이 남겨먹은 것 같다. 거의 장인들을 착취해서 폭리를 취한 것처럼 기사를 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아마 그거 하나 만드는데 거의 석 달은 족히 걸렸을 듯하다. 참여한 장인 세 명에 작품 하나당 석 달, 그래서 두 개면 원가가 얼마일까? 장인들 급여에, 공방 임대료에, 재료비에, 홍보비에 기타등등등등...
그러고보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음악은 거저 만드는가? 그림은 그냥 그리는가? 연극은 어떤가? 그래서 드라마에서 PPL로 떡칠을 해도 그만큼 드라마 만드는데 돈이 들었겠거니 이해하고 넘어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든 하려면 돈인데 왜 그 원가는 생각지 않는 것일까? 뭐만 하면 기부하라, 공짜로 풀라. 내가 그래서 그 건으로 몇 번 들이받기는 했었다.
예쁘고 아름다운데 수천만원은 아니다. 원가야 어찌되었든 그보다 더 쌌으면 좋겠다. 그 말은 곧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실제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나전칠기의 위치가 그랬다. 그래서 정작 나전칠기 장인들 가운데는 본업을 따로 두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나전칠기만 만들어서는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음악은 듣기 좋은데 굳이 돈내고 듣기는 싫다. 공짜로 듣는 것도 들어주는 걸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착취니 뭐니 떠들어대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름다울수록 더 좋은 것일수록 따라서 더 비싼 것이 당연한 원리다. 그런데 때로 그것을 잊는다. 내가 인정하는 가치만 진짜 가치다. 그 가치마저 때로 고무줄이다.
대중은 현명한가? 과연 대중은 지혜로운가? 알지 않은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패거리짓고 난동피우는 짓거리라는 걸. 새삼 사실을 확인한다. 우연한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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