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을 응원할 수 없으면 차라리 망하기를 바라기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집중하며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인공 양정국의 사기를 응원하자미 그 피해자가 어렵게 노점상하던 노부부였다. 그렇다고 양정국이 망하기를 바라자니 그 뒤를 쫓는 수사팀의 팀장이 아내 김미영이었다. 김미영의 남편이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수사정보를 알아내고 그 빈틈을 파고드는 모습은 차라리 혐오스러울 정도였다. 그냥 이 인간은 사기꾼일 뿐이구나.
그나마 마지막 노부부를 위해서 아예 계약서를 훔치고 찢어버리는 장면은 주인공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내 불쾌했던 이유는 내가 워낙 사기란 범죄를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개인의, 혹은 그 이상 다수의 사람들에게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을 파탄내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까지 내던지는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그 피해자가 법으로 응징하지 못하는 존재라면 법을 대신해 벌준다는 비틀른 통쾌함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필 그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가지는 불쾌감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런데 또 하필 그 사기꾼이 이제는 정치까지 하려 하고 있었다.
차라리 양정국의 대사를 전국회의원 김주명이 읊었다면 더 의미있었을 것이다. 오래전 어느 미국영화에서 사기에 가까운 방법으로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주인공에게 오히려 워싱턴의 국회의원들이 칭찬을 쏟아내는 장면이 있었다. 사기야 말로 아주 훌륭한 선거운동이었다. 그 정도는 되어야 블랙코미디로서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할 수 있다. 주인공의 일장연설은 단지 정치를 혐오하는 시청자들을 대신한 배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장 김주명조차 그 말에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뭔가 내내 집중하지 못하던 회차였다. 다음주는 조금 나을까. 예고편을 보니 뭔가 바쁘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려는 모양이다. 너무 평이했던 것이 문제였다. 차라리 양정국을 완전히 나쁜 놈으로 만들어 사기에 성공하고 김주명과 손잡게 만들던가. 아닐 것이면 사기의 대상을 그래도 응원할만한 인물들로 설정하던가.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그냥 중간에 그만둔다. 이건 뭔가. 난 뭘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유영과 김민정만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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