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 선민식의 몰락, 이재준이 의심하다

까칠부 2019. 4. 18. 07:05

바로 이런 걸 바랐을 것이다. 악인은 몰락한다. 죄인은 응징당한다. 물론 아직 이재준이 남았다. 모이라 역시 그저 선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한 사람 씩. 마치 단계를 밟아 나가듯. 참 어렵고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마침내 선민식과 대한민국 의료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그 형제들까지 함께 처벌받게 한다.


이번에도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것일까. 오히려 역공을 가해 나이제를 또다시 곤란에 빠뜨리려는 것일까. 전에 한 말 취소다. 나이제가 굳이 오정희와 김석우가 형집행정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 굳이 판코니빈혈증이나 윌슨병 같은 희귀병 증세를 보이도록 꾸몄던 이유가 있었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선민식과 연결된 하은병원에서 바로 같은 희귀병에 걸린 환자들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삶 만큼 잠시의 유혹에 넘어가 환자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계약을 해야 했고 그 죽음은 다시 한 번 나이제를 분노케 했었다. 그래서 함정을 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선민식이 스스로 판코니 빈혈증과 윌슨병으로 인한 사망자의 데이터를 검찰에 넘기며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 하은병원의 추악한 부정과 범죄가 드러난다.


한 번은 좌절하는가 싶었다. 검사장까지 동원하며 정의식이 여기서 한 번 쯤 멈춰서는가 싶었다. 이번에도 안되는 것일까. 하지만 정의식도 만만치 않은 또라이였었다. 승부수를 던진다. 나이제가 가진 패를 더 까보라. 검사장까지 넘어설 수 있는 큰 패를 보여주면 기꺼이 거기에 걸어 보겠다.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을 동원한 여론몰이와 언론의 가세는 다른 힘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차단하고 만다. 오로지 법과 진실만을 가지고 하는 싸움이라면 더 옳은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오정희도 김석우도 그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 그러고보면 김석우를 그렇게 폐인으로 만든 것도 역시 의사로서 할 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소금이 그랬듯 나이제 역시 어쩔 수 없는 약자로서 그동안 포기해야 했던 가장 절실한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려울 것 같았던 한 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오랜 복수도 할 수 있었다.


진짜는 이재준이다. 이재준과 직접 얽힌 한소금의 동생 한빛이다. 모이라까지 한빛의 존재를 안다. 과연 한빛이 가진 진실은 무엇일까. 무엇이 한빛을 그토록 절박하게 쫓기도록, 이재준으로 하여금 집요하게 쫓도록 만드는 것일가. 나이제가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이재준으로 끝일까. 이재준에게서 보이는 증상들은 나이제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될 또 하나 진실이며 의사로서 극복해야 할 적이 될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끝났다 싶은 순간 나이제를 오히려 협박하다가 한순간에 돌아서는 선민식의 천연덕스러운 웃음이 보는 일을 전율케 한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지금껏 살아온 사람이었다. 당장 몰락하게 된 순간에도 자신이 이룬 성공을 놓지 못했듯 어떤 순간에도 이대로 포기하지 못한다. 악도 이 쯤 되면 정말 매력적이다.


하나의 단계를 넘었고 또다시 더 큰 적이 뒤에서 그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나이제의 의도를 의심한다. 과연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까. 이재준에 대해서도 나이제는 선민식에게 그랬던 것처럼 벌써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어려운 것은 아직 나이제가 너무나 작고 약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길 수 있다. 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