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 유쾌한 코미디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배반, 희망이 보일까?

까칠부 2019. 10. 26. 20:49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유쾌한 코미디를 예상했었다. 신입직원이 어떤 일로 졸지에 회사의 사장이 되면서 좌충우돌하며 성장해가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이야기를 생각했었다. 일단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아마 제작진의 원래 의도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일단 설정부터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극적이고 과장되어 있다. 하지만 작가가 드라마를 써나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에 짓눌리고 만 것은 아닐까. 끊임없이 원청기업에 시달려야 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현실에서 과연 그저 즐겁기만 한 코미디 드라마가 가능하기는 할 것인가.


뭔가 되는가 싶으면 좌절하고, 뭔가 이제부터 풀리지 않을까 싶으면 다시 꺾이고 무너지고, 보는 내가 다 지친다. 이제는 짜증이 난다. 하긴 그만한 회사가 되니 먹을 것도 있고 그래서 뒤에서 일을 꾸미는 놈들도 나오는 것이다. 배신도 뭐가 있어야 하는 거지 아무것도 없으면 그나마도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없는 영세한 공장을 배경으로 했다면 더 유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예 현실따위 무시하고 그저 즐겁고 유쾌한 코미디로 만들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그래도 고용승계도 보장받으며 위로금이라도 챙겨주려고 직원들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발버둥치는 오사장의 모습이나, 그마저도 구진아의 배신으로 좌절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그다지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그런 타입의 인간들을 제법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냥 한 마디로 꼰대다. 자신의 결정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드는 자체를 용납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선의조차 누군가 먼저 알고 관여해 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행동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도 혼자서 만족한다. 나는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했었다. 그런데 자식이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의미없는 것 아니던가.


아무튼 사방팔방 다 막힌 가운데서도 한 가지 희망은 보인다. 그냥 스쳐지나듯 중국에 팔려다 실패한 청소기가 그래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때문에 배송도 해야 하고 문의에도 답글을 달아야 한다며 바쁘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아마 벌써 한참 전에 시작되었어야 할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과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모두 정리하느라 한참 돌아서 오고야 말았다. 그래도 설마 이제부터는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몸이 피곤하면 우울한 이야기를 꺼리게 된다. 마음이 고단하면 더욱 진지한 현실의 이야기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만큼 지쳐 있는 탓이다. 너무나 지쳐서 그마저도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위대한 쇼'도 그저 좌충우돌하는 유쾌한 가족코미디였다면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요즘 그만큼 몸도 마음도 분주하고 피곤한 터라.


설정부터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 모두가 과장되어 있는데 코미디가 아니다. 세세한 디테일 하나까지 과장되어 있지만 그것도 현실의 우울한 이야기다. 언밸런스가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도 본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