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 - 돌아온 오사장, 그러나 다시 미쓰리 사장

까칠부 2019. 10. 24. 07:02

사장이라는 게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해에만도 많은 사람들이 사장소리 들으며 야심찬 출발을 한다. 그리고 몇 해 지나지 않아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헤메기 시작한다. 일은 대부분 직원인 자신들이 하는 것 같지만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들은 사장이 직접 결정하고 실행한다.


확실히 사장이 돌아오니 회사를 옭죄던 여러 위기들이 차례로 해결되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 가장 큰 원청인 TM전자와의 관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협력업체와의 채무는 물론 은행빚까지 돈문제는 거의 해결하고 밀린 월급까지 지급해 준다. 역시 월급쟁이는 월급을 받아야 맛인 것이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이 막히면 그 순간 자신의 일상 역시 막히고 마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한 두 번은 그런 경험이 있을 테지만.


사장이 돌아오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아니 사장이 자리를 비우고서야 모두가 그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괜히 공치사 같은 것 못하고 쑥쓰러워 말도 행동도 쓸데없이 거친. 진심을 말하기에는 그런 자신이 너무 낯부끄럽게 여겨진다. 어쩌면 그런 사장이었기에 지금껏 청일전자를 일궈 온 것인지 모른다. 사장이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는 어느새 여유가 감돌기 시작한다.


물론 진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일전자를 둘러싼 음모는 현재진행형이고, 가장 큰 위기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원래는 코미디를 기대했었다. 가장 어린 막내 사원이 졸지에 사장이 되어 좌충우돌하며 성장해가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너무 우울하다. 너무 현실적이라 답답하다. 나아지는 것도 없고 좋아지는 것도 없고 그래서 이루어진 것도 아무것도 없고. 내일은 그래도 조금 괜찮아질까.


사장이 돌아왔다고 마음놓고 있는 이선심에게 오사장은 다시 네가 사장이라며 확인해 준다. 떠밀리듯 돈을 받으러 온 박도진이 그 사실을 확인받는다. 경영도 무엇도 아무것도 모르는 이선심을 사장으로 내세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만 더 웃음기가 있어도 좋았을 뻔했다. 답답함만 더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