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 등 뒤에 선 젊은 그들을 위해, 김사부에게 보내진 이유

까칠부 2020. 1. 8. 13:08

그리 청년들에 기회를 주어야 한다 떠들어대더니만 정작 2,30대 청년을 인재라고 영입했더니 바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경험도 경륜도 없는 저런 애송이들 데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당연한 것이 2,30대면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났어도 사회적으로는 아직 막 첫발을 내딛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란 것이다.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 마크 주커버그 같은 경우가 그리 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청년들이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을 먼저 겪고 지나간 이들이다. 더 많은 경험과 그로 인한 지혜와 무엇보다 청년들을 끌어줄 수 있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까지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질투하고 시기하고 원망하게 되는 것인지 모른다. 원래 자신들의 것이다. 자신들의 것이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단지 조금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저들이 모두 부당하게 독점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정체된 사회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고 어른들이 누리는 것들을 자신들 역시 누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니 차라리 빼앗아 버렸으면 좋겠다. 차라리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부숴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한 편으로 실망이고 절망이기도 할 것이다. 저런 어른들처럼 될 지 모른다. 그런 어른들처럼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바로 뒤따라 가고 있기에 선명히 보이는 것이다. 어른들이 지나간 길들이. 그들이 살아간 궤적들이. 더렵혀지고 비틀린 그들의 걸음걸음이. 그러면서도 너무 한참 멀리 있어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감마저 엄습한다. 차라리 어른들처럼은 되지 않겠다. 어른들처럼 더럽혀지지도 타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른들처럼 그저 높고 멀리 욕심내며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어른의 부재에 대한 그들의 좌절이지 않았을까. 진정 자신들에 바른 길을 가르쳐 주고 이끌어줄 어른이 없기에 차라리 원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이 가진 가능성들을. 그들이 가진 장점과 재능들을. 그래서 김사부에게 보낸 것이다. 그래서 김사부 역시 그들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사실 어른이라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바로 가르치고 끌어줄 수 있는가 자신도 잘 모른다. 김사부가 김사부인 이유다. 김사부의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어른으로서 자신이 지금 걷고 있는 그 뒷모습을 후배인 청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다. 거기까지 일일이 자기가 말로 떠들며 가르칠 것은 아니다. 이미 보드를 딴 전문의들이다. 대학도 졸업했고 인턴까지 모두 마쳤다. 하물며 모두 성적까지 매우 좋다.


시즌1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사부는 의사로서 자기가 그동안 해 오던 일들을 여전히 반복적으로 해나갈 뿐이다. 그리고 그저 자기 뒤를 따라오도록 젊은 의사들을 다그치는 것 뿐이다. 그 이상 자기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깨닫는 것은 젊은 의사들 자신들이어야 한다. 그저 자신의 곁에 두고,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그를 통해서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 한 점 후회도 부끄러움도 없는 김사부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후회와 부끄러움이 있다면 자신을 그렇게 낱낱이 젊은 후배들에게 보여 줄 수 없다.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자신의 말과 권위의 힘을 빌어야 한다.


저마다 자기만의 사정이 있다. 수술실만 들어가면 잠들어 버리는 차은재도 돈을 위해 의사로서의 자신을 팔려 하는 서우진도. 하지만 그보다 그들은 의사여야 하는 것이다. 의사로서의 미래가 그들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의사로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를 가르쳐주는 것도 결국 선배인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김사부는 지금 그것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시즌1에서도 그렇게 젊은 의사들은 김사부를 보며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다. 물론 김사부도 의사 이전에 인간으로서 아주 완벽한 것만은 아니다. 의사로서는 뛰어나지만 정작 하나의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로서는 너무 무능하다. 과연 김사부는 도윤완이라는 거울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정치는 더러운 것이 아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다.


도윤완이 돌아오고, 또다시 사연있는 젊은 의사들이 김사부 주위로 몰려들고, 그런 가운데 김사부에게도 사명과 시련이 주어진다. 그냥 수술만 하며 지내던 평온한 일상은 그 순간 끝나 버리고 만다. 드라마의 시작이다. 과연 서우진과 차은재 두 젊은 의사는 김사부라는 어른과의 만남을 통해 어떤 기회와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김사부는 변화를 거부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여 줄 지 모르겠다. 완벽한 어른이다. 여러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