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것은 이제 아직 시작이란 것이다.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가지 않았다. 망설여야 할 정도로 많이 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어른들이 망설이고 주저하는 동안에도 젊은이들은 쉽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아까워하고 아쉬워할 만큼 가지지 못했기에 버리는 것도 쉽다.
원래 사람이란 것이 때로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고 싶은 때가 있다. 자기가 틀렸고 잘못인 것을 알면서도 한 번 쯤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고 싶은 것이다. 다른 말로 응석이라 부른다.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제발 알아달라. 자신의 사정을, 자신의 과거를,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발 좀 알아달라.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너는 이미 의사다. 어느새 응석을 부릴 수도 없을 만큼 훌쩍 커버린 자신을 인정하고 마는 것이다. 개인으로서는 절대 치료하고 싶지 않은 상대지만 그러나 의사이기에 부끄럽지 않게 위해 환자를 치료하겠다.
아직 젊지만 아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울며 보챈다고 그저 들어주고 달래주기만 해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란 것이다. 이미 얼마든지 혼자서 일어나서 걸어갈 수 있는 어른이라는 것이다. 김사부식 리더십? 혹은 훈육법이 가지는 절묘한 부분일 것이다.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보호가 필요한 아이도 아니다. 사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막 사회에 첫 발을 딛은 젊은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이끄는 일이란. 마냥 봐 줄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야단만 칠 수도 없다. 그 사이에 균형이 필요한다 때때로 지나치지 않게 물러서 지켜봐주는 것까지 김사부는 너무 완벽하다. 그래서 현실에 없을 것 같다.
당장 다그치며 야단치기보다 엄하게 꾸짖고 물러서서 기다려주기도 한다. 마냥 배척하며 밀어내기보다 거짓으로라도 계기를 만들어 그를 끌어주고자 한다. 물론 김사부 혼자서 다 한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내지를 수 있는 익숙한 학교 동기가 있었고, 낯설고 서있는 곳도 다르지만 비슷한 또래의 남자도 있었다. 그들로부터 듣는다. 도저히 응석을 부릴 수 없는 그들로부터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가 신랄하게 듣고 만다. 이제부터는 자신의 시간이다.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자신만의 시간이다. 결국은 이미 어른으로서 자신이 걸어갈 길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차은재가 달려간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묵묵히 서우진은 김사부 앞에 선다. 의사이고 싶었다. 어떤 경우에도 의사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한 번 응석을 부려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밉고 싫은 상대라도 의사로서의 자신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윤리다. 윤리란 어른의 규범이다. 그렇게 서우진도 차은재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도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오롯한 자신의 길을. 그들은 의사가 되고자 하고 있었다.
그런 한 편으로 여원장은 병원을 떠나고 있었다. 먼 길을 걸어 더이상 후회조차 남지 않게 된 이의 마지막 길을 차라리 홀가분하기조차 하다. 다음 일은 다음 사람에게. 이후의 시간들은 그 시간들을 책임질 사람들에게. 다만 마지막에 남은 모자 하나가 이것이 완전한 이별은 아닐지 모른다는 기대를 남긴다. 여원장이 떠나는 뒤로 사람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시간들 너머로 여원장은 사라져간다. 그 사이 어딘가에 박민국의 자리가 있을 것이다. 돌아가지도 못하고 미련도 저버리지 못한 미묘한 위치에서.
성장드라마로서 매우 흥미로운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역시 김사부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일 것이다. 누구보다 뛰어나고 괴팍하지만 그러나 가장 따뜻한 눈으로 모두를 지켜보고 있다.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을 가진 이들이다. 돌담병원은 그런 사람들을 치료하는 병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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