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 - 마피아에 열광하는 금가프라자, 의적의 이유

까칠부 2021. 3. 28. 10:05

홍길동이나 로빈훗이나 본질은 범죄자라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남들 다 지키는 법을 어기며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를 흩뜨리는 존재들인 것이다. 심지어 사람을 죽여 그 고기로 만두를 빚어 파는 놈들이 주인공인 것이 중국의 고전소설 수호전이었을 것이다.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를 납치해 살해하고, 성읍을 공격해서 무고한 백성들을 살해하고 약탈하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힘없는 당시의 민초들에게 영웅으로 떠받들려졌다. 왜일까?

 

어차피 법이란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다. 규범과 제도와 질서란 가진 자들의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힘없는 이들은 그저 타자이고 객체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을 대신해서 지켜주고 도와주는 것은 규범과 질서 밖의 존재들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산적과 결탁하고 마적의 근거지가 되어 그들의 보호를 받으며 삶을 이어나간다. 어차피 일본인들이란 자신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존재이기에 그나마 같은 조선인 깡패들에 의지해 그들에 거스르고자 한다. 그래서 김두한이란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중국의 흑사회나 이탈리아의 마피아나 그렇게 권력이 강제한 규범과 제도를 벗어나 자신들을 지키고자 했던 사회적 약자들의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범죄조직들이란 것이다.

 

금가프라자의 상인들 가운데 누구도 빈센조가 마피아의 조직원이고 심지어 콘실리에리였다는 사실에 충격받거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공권력과 결탁한 바벨건설에 의해 일상적으로 위협을 느껴왔던 그들인 것이다. 범죄조직이 무섭고 증오스러운 것은 그런 기성의 권력들의 충실한 하수인으로서 자신들의 일상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기 돈과 시간과 노력까지 들여가며 자신들을 돕는 빈센조가 마피아였다는 사실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가질 것인가. 마피아였던 전력을 이용해서 자신들을 보다 더 잘 도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마피아 출신인 빈센조가 검찰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나는 것을 환영하기까지 한다.

 

당장 드라마에 나오는 검찰이나 경찰 등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할 존재들의 모습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던가. 바벨과 결탁해서 그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온갖 불법과 부정들을 감싸고 오히려 피해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언론마저도 그들로부터 받아서 진실을 거짓으로 만들고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가짜기사를 양산하는 중이다. 누구를 믿고 누구에 의지할 것인가? 마피아라고 빈센조를 거부하고 남동부지검의 검사나 경찰들에 기대서 자신들을 지킬 것인가?

 

그래서 빈센조가 마피아 출신이어야 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동양인 고아가 인종차별도 심한 이탈리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오로지 실력과 결과만이 전부인 범죄세계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아무것도 없어도 실력이 있고 이익만 안겨줄 수 있다면 조직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법도 윤리도 도덕도 어떤 규범도 제도도 질서도 지켜줄 수 없는 약자들에게 그런 점에서 악이란 더이상 악일 수 없는 것이다. 수호전에서도 가장 흉악한 범죄자일 이규가 중국의 민중들 사이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이유일 것이다. 이규라면 사람을 죽여 그 고기를 씹어먹는 흉악한 살인마일지라도 대신 저 악독하기 이를데 없는 탐관오리들도 그렇게 같은 방법으로 도륙낼 것이다.

 

국정원까지 등장한다. 원래 꿩잡는 게 매라고 검찰 잡는데는 국정원과 기무사 이상이 없었다. 민주정부에서 국정원과 기무사를 약화시키니 검찰이 미쳐 날뛰는 것일 뿐 국정원과 기무사가 건재할 때는 검찰총장이 날아가도 찍소리 한 마디 못내는 곳이 바로 검찰이다. 의도적이다. 그래서 국정원의 한심스럽기까지 한 요원이 빈센조의 편에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작 그런 것이 검찰이라는 추악한 조직의 실체다.

 

마피아라니 오히려 영웅 대하듯 하고 있다. 마피아라는 사실에 자기들 일인 양 뿌듯해하기까지 하고 있다. 어째서 한때 범죄물들이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것인가.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인 드라마나 영화가 대중적으로 유행하기까지 했던 것인가. 그래서 반영웅이다. 배트맨도 정상적인 사회에서였다면 범죄자로 지명수배부터 받아야 했을 것이다. 헐크는 아예 그를 쫓는 기자까지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블랙코미디다. 우스운데 어둡다. 암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