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빈센조 - 조사장의 배신과 어쩌면 빈센조를 위한 또 하나 계기

까칠부 2021. 3. 29. 04:02

역대 보수정부와 기업들의 노조와해공작이 항상 성공을 거두어 온 이유는 별 것 없다. 노동계가 오히려 그것을 바랐기 때문이었다. 정작 노조탄압에 앞장섰던 검찰과 진보언론, 혹은 진보정당이 유착해 있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해 보여준다. 진정 그동안 검경이 앞장서서 진행해 온 노조탄압에 노동계가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누구보다 검찰을 불신하며 공격해야 하는 것은 그들 진보언론과 정당과 노동운동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권이 바뀌고 사면되어 풀려나온 노조위원장이 진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했던 말이었다. 정권이 바뀌니까 싸우기가 더 힘들어진다. 전처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억압하면 힘을 모아 맞서 싸우기가 더 수월했을 텐데 노동자와 노조에 대해 우호적이니 전처럼 적의를 가지고 힘껏 싸우기가 더 곤란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체포하고 감옥에 가둔 이전 정부가 지금 정부보다 싸우기에 더 좋았다. 대놓고 노조위원장을 사고로 위장해 죽여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넘어갈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슈로 만들어 그 당사자들을 공격해야 할 이들이 정작 그를 통한 자신들의 이익에만 더 관심이 있다.

 

원래 검찰출신으로 그동안 해왔던 대로 최명희는 바벨화학의 노조위원장을 살해하고, 뻔히 그 내막을 알면서도 노동운동계는 그것을 자신들의 밥그릇으로만 이용하려 한다. 디테일은 나오지 않은 그 이면의 진실인 것이다. 그러니까 상관없다. 범죄를 조작하고 억울한 이를 죄인으로 만들고 심지어 살해한 뒤 시신까지 탈취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옥에 갇힌 노조위원장을 사면해주면 노동계와 전면전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럴 각오를 가지고서만 싸울 수 있다. 그러니까 갑작스런 노조위원장의 죽음에도 의문을 가지는 인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조사장의 배신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빈센조가 망설이는 듯 보이자 아무 상의없이 독단으로 난약사 스님들을 음해하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더이상 빈센조의 지시를 받는 하수인이 아니다. 같은 이해와 목표를 공요하는 동지도 아니다. 별개의 욕망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한 주체인 것이다. 빈센조만 죽이면 조단위가 넘어가는 금이 자기 소유가 되는데 따로 지켜야 할 의리따위 있을 리 없는 것이다.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고 형제가 서로 총을 겨누는 것이 바로 욕망일 것인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의 의리란 무슨 의미일 것인가.

 

하지만 반전은 남아 있다. 피아노학원 원장인 서미리가 빈센조와 조사장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었다. 빈센조가 애써 금가프라자 상인들을 온천여행보내려는 속내를 모를 리 없다. 어쩌면 빈센조를 배신의 위기에서 구하는 것은 그런 빈센조의 의도를 읽은 누군가의 도움이지 않을까. 장준우가 장한서의 배신에도 살아서 돌아왔듯 빈센조도 조사장의 배신으로부터 살아남아 다시 기회를 노린다. 하필 금가프라자 지하 금고에 대한민국 유력인사들의 중대한 비위들까지 모두  숨겨져 있었다. 이는 또 어떤 반전의 계기가 되어 줄 것인가.

 

이제 더이상 금가프라자 지하의 금은 비밀이 아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욕망조차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헤프닝처럼 우습게 넘어가고 만다. 드라마의 장르가 코미디인 때문이다. 죽을 사람도 죽지 않고 살아야 할 사람은 산다. 홍유찬의 죽음은 그런 점에서 드라마를 위한 예외적 상황이었었다. 조사장의 배신은 과연 콘실리에리 빈센조에게 어떤 계기가 되어 줄 것인가. 어쩌면 마피아 시절과 이어주는 마지막 고리일 수 있는 것이다. 한 주를 기다려야 한다. 진짜 악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