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건담의 설정상 아무로 레이는 지구출생이었다. 지구출신 기술자인 아버지가 우주로 전출되며서 이혼한 아버지를 따라서 콜로니에 정착해 살았던 것이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건담 오리진'을 보면 샤아가 전쟁 전 지구로 내려올 당시 아버지를 따라 우주로 올라가는 어린 아무로 레이의 모습이 나온다. 실제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도 아무로 레이는 지구에서 아버지와 이혼하며 헤어진 어머니와 만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작중 최고의 뉴타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라라라 슨 역시 원래 인도에서 내어난 지구출생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소설판에서는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는데, 그래서 자신을 그런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준 샤아 아즈나블에 대해 큰 고마움과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로와 뉴타입으로서 교감하면서도 끝내 샤아 아즈나블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샤아가 죽을 때까지 라라아에게 집착하게 되었던 것도 그런 강한 유대에서 비롯된 조건없은 사랑 때문이었다. 샤아의 삶에서 아무 조건없이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인간을 사랑해 준 것은 단 두 사람, 어려서 죽은 어머니와 라라아 슨 뿐이었다. 아무튼 라라아 슨도 설정만 본다면 분명 지구 출생이었다.
퀘스 파라야는 말할 것도 없다. 아버지 아데나워 파라야부터 지구연방의 고관이었다. 건담의 설정에서 지구연방은 지구에 남은 기득권집단이었고, 정부에서 고관을 맡을 정도면 당연히 지구 토박이라 봐야 한다. 그래서 퀘스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 지구에서 소외된 이들을 폭력으로 탄압하는 지구연방과 맞서는 저항조직의 일원으로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 지구에서부터 퀘스는 뉴타입으로서의 능력을 각성하고 있었다.
또 누가 있을까? 그러고보니 하사웨이 노아의 어머니 미라이 노아도 처음 지구에서 아이들을 기르며 사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기도 했었다. 아버지인 브라이트 노아는 우주에서 군에 복무하고 있고, 연방의 유력가문 중 하나인 아시마 가문의 일원인 미라이는 지구에서 화이트베이스 시절부터 함께했던 아이들과 함께 아들 하사웨이 노아를 낳아 기르면서 당시 연방에 의해 연금되어 있던 아무로를 면회오기도 했었다. 여기서 하사웨이 역시 뉴타입 중 하나였다.
우주라는 환경에 적응한 인류가 진화한 것이 뉴타입이라는데 정작 보면 이렇게 지구인 출신이 오히려 더 많을 정도다. 반면 우주출생인 샤아는 마지막까지 뉴타입으로 각성하지 못하다가 전장에서 지옹에 탑재된 사이코뮤에 의해 겨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마저도 파프테마스 시로코에게 반쪽짜리라며 조롱당하는 수준이었지만. 무엇보다 우주에서 뉴타입으로 각성한다는데 정작 먼 미래를 그린 턴에이나 건담 레콘키스타에서는 뉴타입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긴 원래 건담의 설정에 뉴타입은 없었을 것이다. 미노프스키 입자처럼 나중에 추가된 설정들이다. 처음 아무로도 뉴타입으로서의 어떤 조짐이나 특징을 보여주지 않은 채 그저 메카닉을 좋아하는 마니아로서 타고난 재능과 기체의 성능에 기댄 전투를 보여주었었고, 이후로도 수많은 전투에서 뉴타입으로서 어떤 단서가 될 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아무로가 지구출생일 수 있었던 것일 터였다. 뭐 그런 게 재미이기는 하겠지만. 그냥 유튜브 보다가 생각나서 끄적여 본다. 오래전에 나온 이야기들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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