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에서 청주의 위상, 막걸리만 팔리는 이유

까칠부 2023. 12. 29. 03:39

집에서 직접 술을 만드는데 청주가 꽤 잘 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술 좀 달라던 지인들에게 물었다. 청주와 막걸리 가운데 뭐가 더 좋은가? 짐작했다시피 거의 100%였다. 청주는 맛없다. 막걸리를 내놓으라.

 

사실 나도 얼마전까지 청주라면 질색을 했었다. 찜찜하고 애매한 맛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었다. 증류주처럼 탁 치고 나오는 알콜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걸리처럼 달거나 곡물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맥주처럼 청령감이 있는가면 그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걸 도대체 왜 먹지? 조금 비싸다는 청주들도 다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어중간한 맛이 차라리 다른 술에 더 손이 가게 만들었다. 비싸다는 한산소곡주를 먹고 나서도 내 생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직접 술을 만들면서 청주를 걸러 먹어 보았다. 사실 청주를 그대로 마실 생각은 아니었었다. 청주는 모아서 소주로 증류하고 지게미만 막걸리로 걸러서 바로 먹자. 그런데 맛있네? 단 2주 발효했었다. 쌀 4킬로로 두 번에 나누어 이양주로 4리터 조금 넘게 거른 별다를 것 없는 차라리 실패작에 가까운 술이었다. 하지만 워낙 쌀이 많이 들어가니 알콜이 되지 못한 잔당이 미치도록 남아 있었다. 누룩향은 물론 알콜감까지 눌러버리는 곡식의 단 맛에 생각없이 먹다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휘청거리기까지 했었다. 이렇게 맛있는 술을?

 

그리고 이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청주를 세 번 만들었었다. 한 번은 유자청을 넣었고, 다른 한 번은 유자청을 넣고 세 번 덧술해서 사양주를, 한 번은 그냥 쌀만으로 물을 조금 더 넣어서 한 달을 발효시켰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청주는 오래 발효시키거나 쌀을 너무 넣으면 달아진다. 심지어 너무 달아서 못 먹을 지경까지 간다. 물론 걸러서 일주일만 놔둬도 단 맛은 곡식의 맛과 조화를 이룬다. 이것도 맛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파는 청주들은 맛이 없는가?

 

그래서 내린 결론이다. 결국 세금이다. 많은 양조장들이 자기 이름을 건 막걸리를 다투어 출시하는 이유다. 막걸리는 세금이 싸다. 막걸리는 잘만 팔리면 적은 세금만 내고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소주는 그래도 고급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청주는 이도저도 아니다. 더구나 청주는 주세법상 약주란 이름을 달고 일본식 청주인 주세법상 청주들과 경쟁해야 한다. 일본의 청주는 일단 제법 자체가 우리의 청주와 맞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청주에는 제대로 투자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원래는 청주가 더 진하고 달고 맛있어야 하는데 막걸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막걸리 만드는 노력으로 청주를 만들면 당연히 맛있어진다. 실제 조금 비싼 청주 가운데는 그런 것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 너무 비싸 문제지.

 

결론은, 그러니까 집에서 만들어먹자. 의외로 쉽다. 막걸리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발효시키면 된다. 자연스럽게 청주가 위에 뜨도록 시간을 두고 윗술만 걸러 마시면 그게 청주다. 아니면 막걸리처럼 한 번에 거르고 통 안에서 자연스럽게 침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병입하고 가만 두면 알아서 후발효와 숙성이 일어나면서 청주와 지게미가 분리된다. 막걸리와 다른 부분이다. 분리된 청주는 그 자체로 너무나 맑고 투명하다. 맛도 다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2달동안 세 번 덧술한 사양주 청주는 나 혼자 먹으려고. 달라고 해도 안 준다. 때마침 추워져서 저온으로 발효가 된 탓에 처음 조금 넣었던 유자향이 그야말로 그윽하게 넘친다. 달기도 달다. 깊기도 깊다. 주려먼 진짜 아깝다. 청주는 맛있다.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