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가지는 상황에 순응하는 사람, 다른 한 사람은 상황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간단히 수신성과 발신성이라 표현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때그때 다가오는 상황에 맞춰 반응한다. 이래야 하겠거니, 저래야 하겠거니, 그들의 사고와 행동은 그 상황에 종속되며 그 종속됨 속에서 안도를 느낀다.
그러나 아주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은 그런 때에조차 그 상황을 자신에게로 끌어당겨 자신이 주도하여 바꾸려 든다. 영웅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수많은 사람 가운데 우뚝 솟아 상황을 주도하고 사람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다. 연예인으로써 이들을 따로 스타라고 부른다.
카라의 박규리와 구하라는 그런 스타의 자질이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가장 먼저 호감을 느낀 것이 박규리였는데, 라디오든 방송이든 나오면 분위기를 자기 중심으로 끌고가는 재주가 있다. 말도 잘하거니와 타이밍을 잘 잡는다. 오버해 나설 때와 스스로 망가질 때를 알아 어느샌가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도록 만든다.
다만 너무 개성이 강한 외모와 역시나 개성이 강한 신체사이즈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하겠다. 너무 개성이 강하다 보니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반면 구하라는 그런 약점으로부터 자유롭다. 일단 얼굴부터가 친근하다. 완전 애기 얼굴이다. 큰 눈에 작은 턱, 살짝 튀어나온 입은 어쩐지 사람 얼굴이라기보다는 인형같다는 작위적인 느낌마저 준다. 그리 큰 얼굴이 아님에도 얼굴이 강조되어 보일 정도로 가녀린 몸매는 그같은 개성을 더욱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한 마디로 예쁘다.
일단 예쁘다는 것으로 호감을 얻고 들어가고, 가녀린 몸매로 동정을 불러일으키고, 그러나 어느새 보여주는 강인함이나 엉뚱함이란 그런 것들을 일거에 불식시키며 강한 개성으로 드러나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상황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본능적인 재능이다. 청춘불패에서 그것이 확연히 드러났었다.
마을 어르신들 앞에 나와 장기자랑을 할 때다. 그러나 구하라가 나서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장기자랑이 아니게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3단 덤블링 들어갑니다..."
연예인의 장기자랑이라기보다는 어린 손녀의, 늦둥이 막내딸의 재롱잔치가 되어 버렸다. 스스럼없이 어머니라 아버지라 부르고, 덤블링을 하다가 떨어진 사탕을 그대로 넘기지 않고 어르신들께 나눠드리고, 자신의 노래가 아닌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부르며 트위스트를 추며 망가진다. 그러면서도 망가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가식이든 어쨌든 보는 입장에서 구하라는 어르신들 앞에서 춤을 추고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구하라가 한 바탕 쇼를 펼치고 이어진 효민과 유리의 무대는 명백히 구하라의 영향 아래에 있었다.
"엉덩이 좋아하시죠?"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던 티아라 효민의 오버댄스까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러나 분위기가 어쩐지 그러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바로 그것. 구하라는 프로그램에 단순히 한 출연자로서 출연한 것을 넘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달콤한 걸에서도 뻔한 트럭끌기와 달리기를 드라마로 만들더니만 이번에도 어찌 보면 유치할 아이돌 장기자랑을 어르신들을 위한 흐뭇한 재롱잔치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면서 스포트라이트는 자기에게로 끌어가고.
계산한 것이라면 정말 대단한 것이고, 계산하지 않은 것이라면 더 대단하다. 결국 일곱개 아이돌그룹, 그 가운데 소시와 브아걸, 티아라, 포미닛 등 카라보다 더 낫거나 최소한 결코 못하지 않은 걸그룹의 꽃다운 여자 아이돌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그녀만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닭잡고, 돈벌레 잡은 써니도 대단했고, 아줌마스런 털털함을 보여준 나르샤도 매력적이었으며, 현아의 눈물도 가슴찡한 부분이 있었지만, 현아가 우는 순간에조차 티슈를 건내주며 달래주는 구하라가 돋보이더라는 것이다.
만들어진 무대에 서기보다는 자기만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 - 그러고 보면 미스터 안무에서도 구하라는 자신의 파트에서 적절한 변화를 주며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아이가 어떻게 지금까지 가려져 있었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녀는 확실히 스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이미 스타일까?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연기자를 하기에는 너무 개성이 강한 그녀의 발음과 억양, 그리고 가수를 하기에는 많이 아쉬운 가창력이라 하겠다. 구하라만의 독특한 발음과 억양은 지금은 개성이 될 수 있지만 연기자가 되고 나면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다. 가창력은...
라라라에 나와 길을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 든 생각이,
"감기 걸렸나?"
코가 막힌 소리였다. 다시 말해 비성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 비성이란 공명이다. 공명은 성량을 크게 만들어주고, 맑은 울림을 더해준다. 음색이 한결 맛깔나고 귀에 쏙쏙 박혀든다는 말이다. 박규리가 바로 이게 좋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녀의 목소리는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다. 더불어 목으로만 소리를 내는 것 같다는 점도 그렇고.
물론 이것들은 트레이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발음이나 억양, 그리고 발성의 문제들은 제대로 지도를 받고 트레이닝을 받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지금의 개성을 유지하느냐 그게 관건일 뿐.
아무튼 청춘불패를 본 결과 구하라의 장래에 대해서는 안심하게 되었다. 연기도 노래도 이것저것 하다가 안 풀리면 김제동 찾아가면 되겠다. 김제동 찾아가서 행사진행을 배우고 하면 정말 분위기 하나는 제대로 띄울 수 있을 것 같더라. 빛이 났다. 정말 빛이 나는 아이였다.
구하라를 더 좋아하게 된 청춘불패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건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거다.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그녀를 주목하게 된 것에 우월감을 느끼며. 좋다.
아, 끝으로 박규리에 대해 뭐라 한 것처럼 되었는데 나는 박규리를 참 좋아한다. 그녀의 당당함도 좋고, 거침없음도 좋고, 강인함도 좋다. 세바퀴에 나와 그녀의 신체적 약점을 가지고 물어뜯을 때도 태연하게,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몸에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모습에 더 반하게 되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녀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으리라... 리더가 괜히 리더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 그녀의 얼굴이 내 스타일이기도 한 터라.
기럭지만 좀 되었으면... 내가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이유다. 기럭지만... 비율만... 수천억짜리 다이아몬드에 난 작은 흠을 보는 그런 기분일 것이다. 아쉽다. 안타깝고. 그래도 좋기는 하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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