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놀러와 - DJ DOC는 인생이 힙합이었지!

까칠부 2010. 7. 20. 07:10

DJ DOC와 관련해 폭행사건이 나고 뭔 사고가 터지고...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그들을 욕하거나 비난한 적이 없었다. 비판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다 생각했다.

 

그런 게 있다. 이를테면 로망이다. 음악인이란 - 특히 힙합과 락을 한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약도 좀 해 보고, 쌈질도 좀 해 보고, 여자문제로 문제도 좀 일으키고, 하여튼 가십으로도 일상으로 사람들에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창작이라는 게 원래 파격 아닌가. 아트라는 자체가 파격이다. 남들과 같아서는 재미없다. 뭔가 남들과 달라야 재미가 있든 감동이 있든 한다. 평범하게 모범적으로 표준적인 삶을 산다는 건 어쩐지 아티스트와는 어울리지 않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참 DJ DOC는 그려놓은 듯 하다. 가장 크게 웃은 것이 행사비를 받으면 돈을 세기보다 대충 나눈 다음 그 높이로 대중해서 나누었다는 이야기. 하긴 그러니까 그리 앨범 대박치고서도 여전히 가난뱅이 신세인 거다. 5집을 내면서는 가스 끊겨, 전기 끊겨, PC방에서 외상 져 가면서 숙식했다 하고, 7집 내면서도 김창열과 정재용에게 생활비라도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하고, 그러면서도 PC방에서 외상지며 숙식하던 때조차 길을 비롯 후배들 먹은 것까지 자기 앞으로 달아두던 마음씀씀이는 그야말로 뒷골목 의리 그 자체라 하겠다. 그러니까 베이비복스더러 미아리복스라 할 수 있었던 것일 테지만. 힙합하는 인간이 앞뒤 가려가며 말하고 디스하면 그것도 웃긴 거다.

 

하여튼 나오는 이야기라는 게 하나같이 돈 없어서, 가난해서, 그리고 사고쳐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삶을 산 아티스트도 드물지 않을까. 그나마 행려병자가 되어 떠돌다 알지도 못하게 사라지는 이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예능을 통해서라도 다시 살아났으니까. 참 예능이 고맙기까지 하다.

 

7집은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계속 좋은 소리를 들려주던 DJ DOC였던 것에 비추어 볼 때, 더구나 원래 음악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 잘 나온다. 뭐든 마찬가지다. 쪼고 쪼고 또 쪼아 궁지로 몰았을 때 인간이 살짝 돌면서 제대로 된 것이 나온다. 6년이나 걸렸고, 그 사이 DJ DOC가 항상 좋았던 것도 아니었고, 그런 만큼 괜찮은 음악이 나와 있지 않을까. DJ DOC의 음악은 항상 기본을 해주는 음악인 터라. 기대가 크다.

 

아무튼 그래도 김창열도 결혼하고, 정재용도 결혼했던가? 이제 이근배 - 이하늘도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여자가 있고. 슬슬 안정을 찾고 악동에서 연륜을 느끼게 하는 중견으로 거듭나야겠지. 조금 서운하기는 하다. DJ DOC 사고친 뉴스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놀러와로 돌아와서 확실히 유재석의 진행솜씨란. 유재석의 매력은 차분하고 남을 배려하는 듯 하면서도 저렇게 순간순간 치고 나오는 밉지 않은 깐족이다. 어제의 희생자는 길. 길의 불꽃토크에 대한 집요함이 길의 어수룩한 리액션과 어우러져 아주 큰 웃음을 만들어냈다.

 

길의 매력이다. 어찌 보면 참 밉살맞은 캐릭터일 수 있는데도 결정적인 순간에 길은 자신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 허세를 부리고 짓궂게 굴다가도 바로 어수룩한 모습으로 돌아와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허물도록 한다. 전혀 좋은 인상이 아님에도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은 그 때문. 한때는 어느 댄스그룹에서 객관으로 댄서로도 활동했다는데 그 춤솜씨는 어떨까...

 

원투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 제끼고, Ref는 역시 성대현과 이성욱의 사이가 아직 덜 풀렸을까? 절친노트 이후 성대현과 이성욱이 함게 나온 모습을 보지 못했다. 박철우도 건강이 안 좋다니 Ref는 기대하기 어려울 듯.

 

아, 그리고 아마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원래 Ref와 DJ DOC가 같은 소속사로 멤버가 바뀌어 데뷔할 뻔 했었다고 한다. 아마 중심이 이하늘과 이성욱이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아무튼 각 팀에서 하나 빼고 나머지가 원래는 상대 팀으로 갈 뻔 했다고. 그랬다면 Ref와 DJ DOC도 지금과도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겠지. 아마 DJ DOC가 지금까지 이어지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면 참 잘 만난 팀이다.

 

"인간성이고 뭐고 다 필요없이 음악만 잘하면 된다."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공유점이 있어야겠지. 서로에게서 자기의 음악을 찾을 수 있어야. 단지 과거를 되씹는 것만이 아닌 앞으로 새로운 음악이 서로에게서 나와야 할 거다. 10년 뒤에도 DJ DOC를 기대하는 이유다.

 

재미있었다. 역시 DJ DOC는 DJ DOC라고. 악동들. 삶 자체가 힙합. 한국사회의 아웃사이더. 그러나 지금은 안정된 사회인. 골방을 벗어난 이근배는 DJ DOC의 랩퍼 스카이였다.

 

 

덧,

 

"아무리 봐도 이하늘씨가 여기 이러고 계실 분이 아닌데..."

 

역시 유재석이구나 싶었다. 왜 유재석이 국민MC라 불리는가.

 

맞다. 이하늘이 거기서 그러고 있을 사람은 아니다. 그가 이루어낸 음악적 성과를 보더라도, 그동안의 한결같았던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돌이켜 보더라도. 웃음거리가 되고, 무시당하고, 조롱당하고.

 

하지만 시절이 그러하니. 예능에서 웃기기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음악인으로서보다 광대로서. 길도 그리 만만하게 볼 사람은 아닐텐데. 씁쓸하면서 그래서 그 한 마디가 그리 고맙다.

 

단지 음악인이 음악적 성과로서만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날이란 과연 오기나 할까. 벌써 지나버린지 오랜 그 시절이란. 문득 저 말이 귀에 걸리는 이유일 것이다. 재미있는 가운데 마지막 걸린 가시였다.

 

시간은 벌써 이렇게나 흘러버렸다. 아프다. 무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