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까 대충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한참을 웃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무척 재미있었다.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전혀 예능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멤버들. 이진, 아이유, 유인나, 홍수아, 니콜...
참 어색하다. 그리고 서툴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예능이 아닌 것 같은 어떤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예능스러운 작위가 배제된 상당히 편안한 분위기다.
물론 그럼에도 예능이니 예능으로서의 기본적인 재미는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맡은 것이 노사연, 신봉선, 서인영, 정가은 등의 예능에 익숙한 베테랑들. 이들이 이휘재, 노홍철 등의 MC와 호흡을 맞추며 상황을 이끌어가면 그로부터 나머지 예능에 익숙지 않은 멤버들의 어색함이 예능으로서의 냄새를 지우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몰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애매한 것이 현재로서는 나르샤. 다른 예능멤버들과 어울리기에 나르샤의 감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청춘불패에서야 날랐지만 그거야 다들 초짜에 감이 없다 보니 그런 것이고. 여기서 MC와 함께 상황을 주도하기에는 아무래도 감이 딸린다. 그렇다고 미숙한 멤버에 끼기에는 그동안 성인돌로 보여준 기대치가 있으니 그것도 무리고. 아마 박가희와 더불어 초반 어떻게 다른 멤버를 붙잡고 관계를 만들어가는가에 앞으로의 여부가 달려 있지 않을까. 보아하니 박가희는 큰언니로서 서인영과의 갈등관계를 이진과는 동갑내기로서의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듯 보인다. 나르샤는?
아무튼 앞으로 프로그램이 어떻게 안착하는가는 이들 예능에 서툰 초보들을 어떻게 살리는가에 달려 있다 하겠다. 괜한 조급증으로 감 없는 멤버들에 억지로 감을 부여하기보다는, 감이 부족한대로 그것을 어떻게든 살려보는 세심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판타지라는 것이다. 기왕에 매력적인 인기여자연예인들을 모아 놨으면 그들을 통해 어떤 관음증적인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이를테면 이진과 홍수아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서는 둘이서 나누어 먹는 장면 같은 것이다. 참 별 것 아닌 장면인데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어 나타난 박가희와의 상황극 역시. 여자들이 모이면 이런 관계가 만들어진다. 초반 잘나가는 팀 쪽 자리에 앉는 것을 두고 서로 긴장하고 갈등하며 공방을 주고받던 것처럼. 어색하면 역시 어색한대로. 서툴면 서툰대로. 바로 그런 것을 살리는 것이 MC이고 예능멤버의 역할일 테니까.
한 가지 불안요인이라면 니콜... 그동안은 미국에서 살다 온 교포출신으로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엉뚱함으로, 귀여운 매력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영웅호걸에서 보여진 것은 단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답답함이다. 헤실헤실 웃는 모습이 귀엽기는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한국말 못하는 것을 컨셉으로 버틸 수 있을까. 그것도 역시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리액션도 좋고 표정이며 감정도 풍부하지만 그런 점이 앞으로 걸릴 것 같다.
하긴 알아서 할 문제다. 내가 뭐랄 것도 없다. 잘 풀리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걱정해봐야 나만 피곤해진다. 다시는 아이돌 걱정따위 않기로 했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MC는 이휘재와 노홍철... 이 또한 지켜봐야겠지만 뭔가 기대되는 조합이다. 이휘재는 스튜디오에 강하다. 정리정돈에 강하며 안정감있게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끌어가는 능력이 있다. 반면 노홍철은 리얼버라이어티에 어울리는 탁월한 순발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지만 안정감이 아무래도 부족한 편이다. 과연 이 둘이 더해지면 시너지를 그만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노홍철은 이휘재를 믿고 마음껏 날뛰고, 이휘재는 노홍철의 뒤를 받치며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잘 될까?
어쨌거나 첫회는 무척 재미있었다. 크게 터지는 웃음은 없어도 소소하게 웃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앞서도 말한 아이스크림 몰래 홍수아와 이진 둘이서 먹던 장면과 초반 자리싸움하던 장면, 그리고 아이유의 부채 경매. 3만까지는 호쾌하게 부르다가 3만 5천 원이 넘어가자 옆의 친구에게 500원을 빌려 35500원을 배팅하던 친구는 참 멋졌다. 그게 팬인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는...
과연 SBS가 잘하는 대본으로라도 억지로 없는 감을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감이 없는 채로 자연스러운 재미를 끌어낼 것인가. 사실 청춘불패에 대해서도 한 번 했던 소리인 것 같지만.
어차피 여자들 잔뜩 나오는 예능을 보는 것은 남자들이라는 거다. 남자의 판타지란 예쁜 여자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본연의 감추어진 본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것이다. 그네들끼리 모였을 때 어떤 모습들을 취하는가. 어떻게 놀고 어떻게 어울리는가.
결국은 다음주까지 지켜봐야 결론이 나와도 나겠다. 이번주 본 것으로는 여기까지. 그러나 이번주 분량만 놓고 보았을 때 상당히 성공적인 출발이 아니었을까. 두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끝으로 출연자만 12명이라서 산만하다 하는데 멤버 하나하나가 아닌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자면 12명은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닐 수 있다. 어떻게 그들을 유기적으로 묶는가. 짧은 분량에도 그들을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산만한 것은 단지 그런 고민이 부족할 뿐. 어제도 산만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했어도 나름 잘 정돈되어 있는 것이 인상깊었다. 영웅호걸을 기대해 보는 이유일 것이다.
말하지만 12명이 많은 게 아니다. 그것을 감당 못할 정도로 제작진이며 MC가 제대로 그들을 통제하고 못하고 있을 뿐이지. 첫회치고 이만하면 좋았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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