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까?
일단 게임은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재미가 있었다.
게임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풀고 상대를 누르고 승리한다. 아주 괜찮은 포맷이다. 더구나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가해짐으로써 재미의 밀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러자면 긴장감이 있어야 하는게 그런 부분이 미흡하지 않은가. 한 마디로 게임을 하는 내내 그다지 긴장할 일이 없었다. 누가 이기고 지고가 나와 무슨 상관인가. 단순히 개인기 자랑을 할 것이면 게임은 그저 사족에 불과할 뿐이다. 게임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게임 안의 긴장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겠다.
이를테면 지난주에 나왔던 이름표 떼기 같은 것이다. 이름표가 떼어지면 더 이상 그 스테이지에서는 게임에 참가하지 못한다. 그런데 또 굳이 한 사람 쯤 빠진다고 불리할 것이 무에 있겠는가 하는게 또 하나 아쉬움. 다섯 명 가운데 한 사람 정도는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지 않겠는가.
조금 더 절박함을 부여할 필요가 있겠다. 긴박감도. 더 압축하고 더 밀착시켜 출연자들이 서로의 악의마저 느낄 수 있도록. 그러자면 악역이 필요하겠지? 남들보다 더 짓궂고 욕먹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출연자들이 뛰어놀 여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멤버가 팀 마다 한 명은 - 아니 한 명이면 좋겠다. 그 한 명이 매번 다른 팀을 선택함으로써 그것으로도 사건을 만드는.
어제도 그런 점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 기껏 게임을 하고서 뒤집기. 어차피 뒤집기 할 거면 아예 단판승부로 가라는 것이다. 기껏 게임은 게임대로 하고, 이제까지의 성과와는 아랑곳없이 단지 뒤집기 한 판으로 모든 걸 무위로 돌리고.
뒤집기를 할 것이면 전체 가운데 딱 한 번,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만 하라는 것이다. 도저히 역전히 불가능한 상황에 이 한 판으로 모두 끝내자. 너무 자주 나온다. 뒤집기가. 그래서야 오히려 게임에 대한 몰입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번에 어떻게 승부가 나도 뒤집기하면 될 텐데. 별로 안 좋다.
어쨌거나 확실히 개리의 입담이며 표정 등은 그야말로 물이 오른 듯하다. 광수는 웃기면서도 성실하고, 하하는 그리 웃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감이 있어 웃음을 잃지 않고, 김종국은 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유재석의 진행은 두 말 할 것 없이 최고다. 게임은 재미없는데 프로그램은 재미있다. 누구 덕일까? 다만 과연 이대로 언제까지나 유재석에 기대어 프로그램을 지탱할 것인가.
재미있지만 재미없는. 흥미진진하지만 지루한. 그 모순을. 포맷은 좋다. 출연자들의 행동이며 리액션도 좋다. 연출도 좋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자칫 지루할 수 있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을 위주로 한 게임에서 게임에 지루해한다.
보다 다양한 가능성의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과 뜨거운 형제들과 맞서 패밀리가 떴다의 영광을 다시 구현하려면.
생각이 많기도 하겠지. 고민도 많을 것이다. 아마 지금 가장 머릿속이 복잡한 것이 런닝맨 제작진이 아닐까. 유재석을 내세우고서도 망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제작진 책임이니. 그러나 과연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이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 거기서 갈릴 테지만.
하긴 그러고 보니 아무 그래봐야 나는 남자의 자격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내게는 남자의 자격이다. 그를 뛰어넘는 어떤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못하다면야 당연히.
지켜보도록 하겠다. 어떻게 앞으로 진행될 것인가. 이제 2회이니. 처음 포맷을 끝까지 그대로 가지고 가는 프로그램이란 오히려 드물고. 어찌할 것인가.
다음주를 기대해 본다. 조금 더 두고 본 다음에. 아직은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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