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카라의 앨범 가운데 가장 중독성이 강했던 노래. 중독성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후크송과 같은 세뇌형 중독이고, 다른 하나는 특히 발라드에 많은 아쉬움으로 인한 중독이다. 비유하자면 줄어들어가는 솜사탕과 같은 느낌?
참 달달하다. 멜로디도 달달하고, 사운드도 달달하고, 목소리도 달달하고... 박규리의 앙칼진 목소리와 강지영의 아직 덜 자란 달달함과 한승연의 농익은 달달함과 구하라의 무미건조함과 니콜의 허스키함... 의외로 구하라의 그 어처구니 없는 동요창법이 그 무미건조함으로 노래 안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연히 내 눈에 띈 간직한 네 메시지"
"가끔씩 찾아가던 너의 미니홈피"
정말 짧은 부분이지만 곡의 분위기와 다른 멤버들과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묘한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눈을 내리깔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읊조리는 느낌?
그러면서 나머지 파트에서도 감정이 산다. 그러니까 슬프다고 눈물 흘리고 그러는 게 아니라, 아쉽다고 절규하고 그런 게 아니라, 마치 문득 떠오른 생각에 깊은 밤 가로등 아래 어느집 담벼락에 기대어 감정을 곱씹는, 억누르는 그런...?
묘하게 절제된 슬픔이다. 묘하게 절제된 안타까움이고. 그 묘한 절제가 더욱 슬픔을 고조시키고, 안타까움을 증폭시키고...
물론 니콜의 살짝 긁는 끈적한 허스키함과 박규리의 역시 절제된 단단함, 한승연의 농익은 미성이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노래의 맛을 살려준다. 그들이 주역이다. 그들의 거의 대부분을 부르고 있고. 다만 그들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을 의외의 부분에서 구하라가 채워주고 있다고나 할까?
사실 이것은 멤버들을 칭찬할 게 아니라 프로듀서를 칭찬해야 한다. 작곡가가 에... 아무튼 멜로디도 좋고 사운드도 좋지만, 각 멤버의 강점을 이렇게까지 훌륭히 살려낸 편곡은 정말 대단하다. 확실히 현재 대중음악을 먹여살리는 건 아이돌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아이돌이라 무시하기에는 결코 허투루 만든 음악이 없으니. 하긴 그들도 음악인일 테니까.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겨울도 되고 했으니 분위기도 맞고 한데 마법으로 후속곡 활동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아무래도 라이브 실력이 뽀록나려나? 사실 박규리는 고음에서 좀 불안한 감이 있고, 한승연도 기복이 심하던데. 강지영은 아직 목소리만 예쁘고.
간만에 겨울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발라드다. 오히려 올해 나온 어지간한 발라드보다 훨씬 분위기가 사는 듯 하다.
그림이나 그려볼까? 말한대로 깊은 밤 문득 떠오른 그리움에 어느 집 담벼락에 기대어 선 여성의 모습을. 눈을 내리깔고 슬프지 않은 척 이를 악물며 눈썹은 그렁 젖어있고. 고요히 가로등은 그녀를 비춘다.
딱 그 이미지인데...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작곡가에게 축복이 있으라. 프로듀서에게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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