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카라KARA - KBS가요대축제에서 7위 한 이유...?

까칠부 2010. 12. 31. 19:08

가끔 그런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 한창 구상을 하다 보면 이미 그걸로 만족해서 더 이상 글로는 쓰지 않는 때. 글로 쓰지 않아도 이미 구상단계에서 나 자신이 만족해버리는 때문이다.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쓰지 다른 누구를 위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

 

현재 카라의 가장 큰 문제는 - 점핑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너무 멀리 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돌이란 항상 팬과 밀착해 존재해야 한다. 가까이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며 팬과 함께 간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아티스트와 다른 점이다. 그런데 어째 올 한 해는 일본에서의 활동뉴스가 더 많으니.

 

루팡부터가 너무 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어서 더 멀게 느껴진다. 여기에서 일단 응집력이 약해지는데다, 일본에서의 소식이 너무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 시장이 우리보다 더 크다. 더 선진적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무려 앨범판매량 총 54만 장. 한국에서의 활동 따위는 더 이상 절실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에서의 연말 가요대축제따위야.

 

간단히 올해 카라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루팡인가? 아니면 점핑인가? 그 이전에 미스터일 것이다. 즉 국내에서 히트는 루팡이 더 크게 쳤지만 일본에서의 성공까지 감안하면 점핑과 미스터가 그것을 한참 뛰어넘는다. 파란만장한 한 해, 그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루팡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노래가 바다 건너에서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단, 이 노래들은 루팡만큼 국내에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루팡이라 할 때,

 

"어, 그게 뭐지?"

 

사람은 꽤 쉽게 잊기도 하는 동물이다. 특히 팬일수록 일본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에 민감할 것이기에 더욱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에서의 성공이 큰데 국내에서의 성공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으니 그만큼 남은 인상은 약할 수밖에 없고 응집력도 떨어지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게 또 문제가 카라가 그 과정에서 더욱 아이돌화 이미지화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국내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노래도 들을 수 있고 무대도 볼 수 있다. 예능에 출연하는 모습도 챙겨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하는 가운데 더 이상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아이돌을 넘어 한류아이돌이라는 캐릭터로 발전해 버렸다. 뭐랄까 뭘 불렀는지는 모르겠는데 노래나 무대를 뛰어넘는 이미지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 역시 이제까지의 말을 포괄한다. 루팡이 뭐지? KBS가요대축제가 뭐지? 어쩐지 현실감이 없달까?

 

하기는 같이 일본에 진출하고 성공을 거두었어도 소녀시대와 카라는 또 다르다. 소녀시대는 기본적으로 국내 기반이 튼실하다. 일본에서의 성공이 국내에서의 입지를 한참 뛰어넘었다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카라의 경우는 일본에서의 성공이 국내에서의 입지를 한참 뛰어넘어 마치 기적처럼 보일 정도이니. 오죽하면 그냥 국내시장 버리고 일본에서 활동하라는 말까지 있을까. 그만큼 충격도 컸고 그로 인한 영향도 컸다. 어쩐지 국내 무대는 현실감이 없고 일본에서의 활동에도 더 귀를 기울이는 상황. 역시 응집력은 떨어진다.

 

그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일본에서의 입지가 국내에서의 입지보다 조금 나은 정도면 모르겠는데 이건 아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니. 일본에서 너무 성공하고 나니 국내 시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한류아이돌이라는 이미지와 캐릭터가 그 자체로써 카라를 아이돌화시켜 버렸다. 그동안 카라와 관련한 이슈들도 대개 일본에서의 활동과 관련한 뉴스들이었고. 루팡보다 오히려 더 성공한 음악이 일본에서 나와 버렸고. 뭔가 카라가 오랜만에 국내에 들어와 무대에 선다는 느낌이 있지 않던가?

 

팬덤의 붕괴라기보다는 과도기라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일본에서의 활동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그리고 한국에서의 활동 역시 본격화되면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다만 지금은 상당히 놀라서 들뜬 상태라. 일본에서의 성공에 너무 고무되어 버린 나머지 모두가 들떠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는 중이다. 팬덤이나 아니면 라이트한 대중이나. 반쯤은 마치 일본에 걸치고 있는 듯. 둘 다, 혹은 어느 한 쪽이 자리잡으면 결국 다시 현실감을 찾게 되겠지.

 

그리고 또 하나 이유를 들자면 다름아닌 아이유일 것이다. 아이유는 카라와 팬층이 적잖이 겹친다. 아이유를 처음 보았을 때 혹시 카라가 아닌가 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구하는 음악이나 노래실력은 상당히 차이가 있지만 아이돌로써 둘은 상당히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아이유가 뜨면 카라에게 어느 정도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하필 또 아이유가 대세가 되면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온 것이 아이유의 입지를 지금까지 끌어올렸고 카라의 라이트팬층 상당부분을 잠식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다만 이들 라이트팬층이 확고한 아이유의 팬덤으로 합류할 것인가는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힘들겠다.

 

어쨌거나 너무 심각하게 여길 일은 아니다. 일단 노래 자체로 보면 미쓰에이의 BGGG가 더 뜨기도 했었고, 응집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국내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다른 팀들에 비해 우위라 할 부분이 없다. 다만 내년 올해의 일본에서의 성공을 어떻게 국내에서의 시너지로 가져갈 것인가에서 이번의 결과가 고착될 것인가, 아니면 원상복귀될 것인가 결정나는 건 있겠다. 그래봐야 카라의 위기니 팬덤의 한계니 하는 것은...

 

하여튼 별 시답잖은 팬덤간의 경쟁이라는 게... 아니 시답잖기 이전에 그 자체가 팬덤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또 바로 그런 점이 이렇게 카라에게 의외의 결과로써 나타난 것일 테고. 투쟁심을 잃어버린 팬덤은 더 이상 팬덤이 아니다. 배가 부른 사자는 맹수가 아니듯.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