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남자의 자격과 건강...

까칠부 2011. 1. 31. 07:30

공식홈페이지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무리 그렇기로 저렇게까지 반응이 극단적인가.

 

건강검진이 어떻게 남자의 자격과 관계가 있느냐고? 간검사를 받는 것이 남자의 자격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단지 공짜로 호사를 누리는 것 뿐이다. 심지어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준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아니 작년 건강검진 받으면서 이경규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라도 안 좋은 이야기라도 들으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에 검진도 꺼리게 된다."

 

더구나 지난주 "남자, 그리고 형" 미션에서도 한 고등학생이 이정진에게 아버지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상담해 오기도 했었다.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아마 멘토를 달리 골라 내보냈다면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경규의 아내와 딸, 김태원의 가족들, 김국진의 어머니, 이윤석의 어머니와 아내, 윤형빈은 여자친구가,

 

"아버지가 없으면 안 돼요!"

 

암에 걸렸다 치료한 당사자보다 그 가족의 이야기가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알았을 때는 이미 말기이셔서..."

"지금은 다 나았지만 그때는..."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만 남자에게 있어 건강이란 비단 남자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단 어른인 남자가 아이나 여자보다 더 일을 구하기도 쉽고 수입도 좋다. 가정경제에 있어 대부분의 가정에서 남자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것 때문에 마음대로 이혼도 못하는 경우마저 있을 정도다. 더구나 여성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가정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있다. 늙으신 부모님을 봉양하고 아내를 지키고 자식을 가르치고 기르고. 그런데 그 남자가 갑자기 병으로 눕거나 혹은 사라져 보라. 그 충격이 어떠하겠는가.

 

가족을 위해서라도 남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스스로 지키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 살아야 한다. 그 누구보다. 최소한 어린 자식들과 아직 창창한 아내를 두고 먼저 죽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부모님 때문에라도 오래 사는 것이 또한 남자로서의 자격을 지키는 길이다. 그런 것조차 못하고 산을 얼마나 잘 타면 무얼 할 것이며, 영어를 얼마나 잘 하며 무얼 할 것인가? 자격증이 있으면 무엇하고, 합창 잘하면 뭣하고.

 

오히려 신년초이기에 적절한 미션이었다.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체가 없이 모호하기만 한 암. 당장 이윤석이 의사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대부분의 남자들의 수준이다. 공기 맑은 곳에서 담배를 피는 쪽이 공기가 오염된 곳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 것보다 나쁘다. 가시오가피 같은 보조식품을 함께 한다고 술이 간에 덜 해롭지는 않다.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그조차도 모르고 단지 숙취해소음료로 숙취만 잠깐 가시면 그것으로 몸이 좋아진 것처럼. 아니 거기 모인 여섯 명 모두가 암에 대한 아무런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다음주는 탭댄스를 춘다지? 배낭여행도 간다고 한다. 사업도 벌인다 하고. 사물놀이도 배운다고 했다. 영화도 한 편 찍어야 한다. 건강해야 할 것 아닌가? 왜 그것을 방송국에서 보내주느냐? 보라고. 남자니까 보고 생각 좀 해 보라고. 과연 진정으로 가족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진정 남자의 길인가?

 

하기는 그런 반발이 있는 한 편으로 어제의 방송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결심도 하게 되었다는 반응도 있다. 술도 줄일 것이고, 간염백신도 맞을 것이고, 암검사도 한 번 받아볼 생각이고. 단 한 사람이라도 그로 인해 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일의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남자의 자격도 속편한 프로그램이다. 역시 뒤에 "1박 2일"이라는 괴물예능이 받치고 있는데다가, 더구나 해피선데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그 시청율이 계산된다는 점이 이렇게 무모할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도 1박 2일은 본다. "눈물"편에서 말한 것처럼 웃기는 것이야 "1박 2일"이 더 잘하니까 남자의 자격은 남자의 자격만의 노선으로. "영웅호걸"과 함께 편성된 "런닝맨"이나 "뜨거운 형제들"이 있는 "오늘은 즐겨라"에서는 도저히 안 되는 부분이다. "무한도전"은 더구나 혼자다.

 

아무튼 시청율이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신원호PD가 지금의 노선으로 신념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었으면. 하긴 재미는 "1박 2일"이 책임지니까 남자의 자격으로 공감과 감동과 공익이라는 또다른 목표를 세워 볼 수도 있겠지. 방송국의 이미지제고 차원에서도 상당히 고무적이고.

 

웃음과 재미는 부족했지만 그러나 바로 이런 맛에 남자의 자격을 보는 것이었다. 웃자고 보는 예능이라면 런닝맨이 더 낫겠지. 처음부터 그랬다. 패떴이 아닌 남자의 자격이었던 이유.

 

남자의 자격다웠다 생각한다. 의미도 있었고. 반발은 이해하지만... 나는 좋았다. 일단.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