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초심...

까칠부 2011. 2. 2. 14:22

남자의 자격을 첫회부터 주욱 지켜봐 온 입장에서 요즘의 남자의 자격에 대한 비판들이 전혀 새롭지 않다. 그때도 그랬거든.

 

"무슨 예능이 이 따위냐?"

 

1박 2일처럼 게임 같은 것도 하고, 무한도전처럼 몸을 내던지며 망가지기도 하고, 그런데 너무 날로 먹는다. 그나마 해병대편이 몸으로 때우는 것이었는데 그조차도 김태원은 레펠을 타지 않았었다. 김성민의 주가가 뛰어오른 것도 바로 그 해병대편부터다.

 

엄마되기 편은 애들 징징거리는 싫다고 뭐라, 김태원 집 찾아가는 편에서는 정말 김태원 집과 부모님집 부활연습실 찾아가 수다떠는 게 전부였다. 꽃중년되기도 본질적으로 차이는 없다. 단지 거기서 김태원이 국민시체라고 하는 최악의 캐릭터를 건졌다는 것 뿐. 암편에서는 몸개그 할 일도 거의 없었지?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감동에 대해서도 리마인드결혼과 마라톤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사실 그렇게 감동을 추구한 미션은 없었다. 단지 워낙에 나이도 있고 하니 자연스레 감동도 묻어나고 한 것이었지 아예 감동을 목표로 기획한 미션은 거의 없었다. 감동 쪽은 리마인드 결혼 말고는 거의 얻어걸린 경우가 많다. 합창편도, 강연편도 처음부터 감동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작년 이맘때도 지리산종주에서 최악의 폭설에도 끝내 종주를 완주하지 못했다고 욕을 먹고 했었다. 지리산종주 끝나고는 아날로그편에, 여자친구 선물고르기에, 마지막은 아이돌 공연 보러가기.

 

원래가 그랬다. 남자의 자격이란. 그냥 중년 남자들이 한 번 쯤 도전해볼만한 게 무얼까. 여기에서의 도전은 무한도전에서의 도전과는 다르다. 그냥 한 번 해 보자. 되든 안 되든 어찌되었든 한 번 해 보기는 하자. 무언가 대단한 것을 도전하기보다는 그냥 일상이다. 아르바이트라던가, 신입사원이라든가, 집안일이라든가, 선물사기라든가, 대학생되기라던가. 그래서 항상 비교하는 비판을 들어야 했었고, 몇 개의 괜찮은 미션으로 인해 호평을 얻고 시청율도 올랐다. 그러나 항상 같은 이야기였지. 이러다 망한다. 그게 벌써 2년.

 

물론 새로운 멤버가 필요하기는 하다. 이정진과 이윤석부터가 너무 나이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이윤석이 남들 챙길만한 그런 강력한 롤을 갖고 있는 멤버도 아니고. 김태원과는 거의 삼촌과 조카뻘이다. 나이차이가 15살 이상이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그 사이 기 센 멤버가 하나 들어와서 양쪽 다 건드려주어야 하는데. 김성민도 사실 혼자서만 시끄러웠지 주위를 끌어가는 롤은 약했었다. 김성민과 노홍철이 갖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였다. 김병만이 탐나기는 하지만 무언가 다른 쪽에서 데려왔으면 싶고.

 

아무튼 생각해 보면 결국은 하모니편의 부작용이 아닐까. 원래 그러려던 게 아닌데 워낙에 남자의 자격 = 감동이 박혀 버려서. 휴머니즘 리얼버라이어티라던가. 그런 것 없다. 단지 일상을 담아낼 뿐이다. 일상을 다루려는데 단지 멤버들이 하는 것이 때로 감동이기도 했을 뿐. 그러나 워낙에 감동이라는 이미지가 박히다 보니 그것이 남자의 자격을 가두는 프레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정작 제작진 스스로는 그다지 그에 구애되거나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바뀐 것 같지 않은가. 소소한 일상의 버라이어티인 남자의 자격을 두고 블록버스터급 예능을 요구하고 있으니. 남자의 자격은 런닝맨도 1박2일도 무한도전도 아니다. 그게 바로 남자의 자격만의 정체성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남자의 자격은 그렇게 과격한 도전을 했던 것일까? 언제부터 남자의 자격은 몸을 던져 웃기고, 또 언제부터 남자의 자격은 감동을 주려 했던 것일까? 기대가 어긋나면 실망도 어긋난다. 과연 제대로 보고 기대하는 것인가. 맞지 않은 옷처럼 예능도 기대가 맞지 않으면 불편할 뿐이다.

 

원래 내가 보던 남자의 자격이 그랬다. 한심하고 하잘 것 없고 대단치 않은. 그래서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공감이 그곳에 있었다. 때로 감동도 되고 웃음도 되었지만. 생각하느니 김성민의 공백이 이렇게 큰가.

 

새로운 멤버의 보충이 시급하겠다. 생각은 하고 있겠지만. 배터리가 필요하다. 번쩍 현재의 조용하게 가라앉아 있는 멤버들을 일깨울 수 있는. 김성민을 대신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마 그것이 답일 것이다. 지금.

 

바뀐 것은 없다. 단지 사람들이 보는 눈이 바뀌었을 것이다. 10%대의 예능에서 어느새 20%대의 예능으로, 살아남을 것을 걱정하다가 동시간대 시청율 1위. 나무는 가만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남자의 자격은 그대로이나 달라진 사람들의 눈이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는다.

 

남자의 자격 제작진의 판단을 지지하는 바다. 일희일비하기보다 일관성있게 처음 의도한 그대로 밀고 가기를. 물론 재미없으면 욕할 거다. 그러나 욕하는 동안에도 믿고 본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