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못 사귀어 봤다는 남학생에게 김태원은 말한다.
"비밀을 만들어라."
무슨 뜻일까? 참 이견이 분분하다.
아마 김태원이 그 남학생에게 이리 물었을 것이다.
"뭘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조급하게 이것저것 막 털어놓고..."
이건 김태원의 음악관과도 통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곡은 나온다. 할 이야기가 없으니 곡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대로. 속에 채워진 것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흘러나온다. 내가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어느 순간 툭툭 튀어나오는 말들이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나오는 말들.
즉 방송에서 김태원이 하던 말들 같은 것들이다. 계산했을까? 계산했다기보다는 평소 생각해 오던 것들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내뱉을 뿐이다. 하지만 감동하지 않는가?
이경규도 말한다. 소주 두 병을 빨면 명언이 튀어나온다. 의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들이다. 연륜이라는 것이겠지. 이윤석에게도 그런 것들이 있다.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때그때 촌철살인처럼 쏘아주는 말들은 박사란 아무나 받는 게 아니구나 깨닫게 한다. 김국진 역시.
사랑이 넘치면 당연히 사랑 노래가 나오는 것이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깊으면 그에 대한 노래가 나오는 것이고, 또 명곡이란 그렇게 만들어진다. 어르신들 말씀에 하나 틀린 것 없다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지만 그 안에는 그 삶이 담겨 있기에.
물론 이제 고등학생인데 그런 것까지 바랄까. 다만 이성이든 누구에게든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감탄할만한 한 가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굳이 길게 꾸며서 말하지 않아도 단 한 마디로도 상대를 감탄케 하고 감동케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묻어난다면.
억지로 말하지 마라. 자연스럽게 흘러 넘치도록 내버려두라. 더 많은 비밀을 간직한 채. 조급한 것은 자신이 없어서이고, 말이 이어지지 않는 것은 할 말이 없어서다. 먼저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을 가질 때 다가가려 하지 않아도 관심을 보이게 된다.
아마 그런 뜻 아니었을까? 자신을 잃고 조급해하는 학생에게 스스로 자신을 가지고 여유를 가지라. 확실히 여유가 있으면 뭔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야 사람이 여유라는 것도 가지게 되는 것이고. 물론 내가 김태원이 아니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문득 내게는 그렇게 들렸다. 먼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라.
하여튼 정말 말 하나는... 예전 남자의 자격에서 김태원더러 그리 평한 바 있었다.
"잘 풀렸으니 음악인이지 안 풀렸으면 사기꾼..."
사이비종교 교주를 해도 되겠다. 빨려들어가는게.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하며 시선을 조절하며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재주가 비상하다. 하기는 이태윤도 바로 그 날구라에 넘어가 밴드를 했다고 하고 있으니.
컴플렉스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고등학교 시절 드라마에서처럼 기타배틀은 커녕 눈도 못 마추고 걸어다녔다는 컴플렉스의 화신. 그러나 질곡진 삶과 다양한 경험과 그를 관조할 수 있는 깊이가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이 아닐까. 또 이것도 하나로 이어진다. 더 많이 고민할 수 있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볼수록 감탄한다. 작년 강연에서는 김국진이 대박이었는데. 이윤석은 항상 평타는 친다. 성실한 사람이다.
보아도 재미있다. 그리고 배운다. 멋진 사람이다. 좋은 예능이다. 아침부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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