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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름다움이란 이름의 편견...

까칠부 2011. 2. 1. 07:46

 

 

참 흥미로웠다. 한 쪽에서는 누군가 여성들의 과도한 메이크업이나 성형에 대해 비판하고 조롱한다. 외모지상주의라고. 그러면서도 또 한 편에서는 여성의 외모를 놓고 서열화시키며 품평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차라리 성형이라도 좀 하지?"

 

그리고 때로 그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생각했다. 과연 여성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 여성 자신의 어떤 본능이나 욕구에 의한 것이기만 할까? 여성의 사치와 허영이 여성으로 하여금 무모하기까지 한 성형수술에 돈을 쏟아붓게 하고 각종 화장품이며 뷰티샾이며 아름다움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도록 하는 것일까? 여성 자신이 원해서?

 

이제는 심지어 민낯을 드러내는 것까지 유행이다. 화장한 얼굴도 믿지 못하겠다고 화장 지운 얼굴을 가지고 품평회를 하고 있다. 비비크림을 발랐네, 색조화장만 하지 않은 것이네, 그러면서 누가 화장빨이네 아니네. 혹은 예전 사진까지 찾아가지고 성형했는가 아닌가. 입으로는 말하지. 이런 외모지상주의가 문제라고. 과연 화장 이전의 얼굴과 성형 이전의 얼굴을 찾아다니며 품평을 하는 것은 외모지상주의가 아닐까.

 

그래서 그것을 노리고 이제는 아예 연예인 자신이 민낯공개를 홍보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데뷔 이전의 사진도 그래서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왜이겠는가? 대중이 바라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소비하고, 아름다움을 욕망하고, 아름다움은 탐닉하고, 그런 한 편으로 재능과는 상관없이 외모만으로 상대를 비하하고 멸시하고 차별하고. 지금도 누구나 인정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아이돌 몇이 외모로 인해 대중들에 의해 놀림거리로 전락해 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아무리 춤을 잘 추고, 그러나 신체적으로 약간의 부족한 부분마저 대중에 놀림거리가 되며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관심과 호감을 얻고자 하는 연예인에게 있어 그것을 얼마나 큰 압박일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구인광고에 항상 따라붙는,

 

"용모단정"

 

어쩐지 어떤 직업들에 대해서는 외모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외모를 꾸미는 것이 좋겠다. 더 나은 좋건의 남자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외모는 아름다운 것이 좋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새 권력이 되고.

 

여초사이트에 가서도 항상 보게 되는 말이 그것이다.

 

"그런 것 남자들이 안 좋아해요."

 

그러면서도 여성들 스스로도 여성의 외모를 품평한다. 누가 더 예쁘네 누가 더 매력적이네, 그것은 그녀들 자신의 욕망의 투사이기도 하다. 더 아름답다는 것은 동경이고 닮고 싶다는 이상이기도 하다. 여성들에게도 여성들만의 롤모델이 있다. 남성에게 그것이 성적인 욕망의 투사라면 여성에게 그것은 생존을 위해 길들여진 욕구의 투사다. 보다 아름답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절박함이 아름다움 자체를 권력화한다. 실제로도 더 아름답다는 것은 더 나은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만 뷰티산업이 벌써 5조를 넘어가고 있다던가? 세계적으로 무려 350조의 시장이다. 지금도 뷰티산업은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황이란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뷰티산업이다. 이제는 남성들까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역시나 더 멋진 외모를 손에 넣기 위해서. 외모가 인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아름다움 자체가 권력이 되고, 아름다움이 억압과 강제가 되고, 그런 보이지 않는 강요 속에 어느새 사람들은 길들여지며 절박해진다. 절박함은 열패감으로 바뀌고, 열패감은 수치심과 열등감으로 바뀌고, 열등감은 더욱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되고. 악순환이다. 이제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마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니. 단지 보기 좋은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역사적 맥락이나 철학적 맥락까지 이야기하기에는 지면이 너무 적다. 아마 몇날을 이야기해도 부족한 소재일 것이다. 그래서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름다움이란 - 미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정치사회학적인 관점이나, 철학적 관점에서, 혹은 심리적으로 내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제목부터가 딱 그에 어울리지 않는가.

 

그러나 읽는 데 너무 시간이 걸렸다. 일단 첫째가 관심이 많은 만큼 이것저것 주워읽은 것들이 꽤 되는데 전개가 내가 기대하고 예상한 것과 너무 달랐다. 책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고 읽으면 그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다. 아무 생각없이 읽어야 책이 말하는 바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다. 어려서 독서를 많이 하라는 게 그래서다. 나이 먹어 머리가 굵어지고 난 다음의 독서와 어린 시절 뭣도 모르던 시절의 독서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생각이 책을 먹어버렸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그 위에 지나치게 미국의 구체적인 사례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떤 인류보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미국의 정치사회적인 배경이나 사례에 대해 설명하는데 너무 치중하고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남의 일에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다. 내 일이라 생각하니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미국의 법체계가 어떻고 어떤 구체적인 사례들이 있고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거기 나오는 지명이며 인명 등 고유명사에 대해 아는 것이 참 천박하다. 거의 없다. 무슨 이해가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그것이 쓰여진 문체가 앞서 말한 그런 구체적인 사례를 너무 찾아 언급하느라 상당히 산만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분명 말하고자 하는 중심줄기가 있는데 이런저런 사례들을 찾아 예로 들다 보니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퍼져 버린다. 워낙에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미국만의 특수한 사정을 다룬 사례들이 잔가지를 이루다 보니 가지에 가려져 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지난주 지지난주는 그렇게 책을 읽는데 집중하지 못할 일들이 많았으니. 감기로 앓아누운 것은 치명적이었다. 집중이 안 되는데 집중하기도 어려웠다. 그렇지 않아도 악재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아무튼 과연 지금도 쓰면서 과연 이 책에 대해 이런 식으로 안 좋게 말해도 상관없을까. 그래도 나름대로 성의를 가지고 펴냈고, 내용도 훌륭한데 이런 식으로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다지 읽기에 좋지 않다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인가. 그러기에 꺼려지는 이유도 아마 아는 대로 있다. 그래서 이대로 괜찮을까?

 

하지만 역시 책을 권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이 책을 권해주는 일이다. 책 권해주고 욕먹는 게 제일 싫다. 사람에 따라 어울리는 책이 있는데 좋다고 무작정 권해주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거짓 없이 솔직하게 써야겠지. 다른 사람의 귀중한 시간이 여기에 달렸을지도 모르니. 맞지 않는 책은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니다.

 

분명 내용 자체는 좋다. 다만 그다지 책을 읽는데 익숙지 않으면 글이 너무 딱딱하고 산만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보편적인 개론 같은 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개별적인 사례들이 집착하는 게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있고 여러 다양한 사례나 구체적인 사실들을 통해 미국의 예이지만 한 번 생각을 넓혀보고자 한다면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서의 폭을 넓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말하건대 결코 재미있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진지하게 진심으로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읽을 때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교양서로서는 너무 딱딱하달까.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상식들에 대해서. 인간의 외모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과 그로 인해 저질러지는 차별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쓴 책이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그러나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일어난 특수한 경우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 있을 것이다. 앞서 내가 장황하게 써놓은 내용들처럼. 우리도 알게모르게 그런 프레임에 갇혀 살아간다. 페미니스트마저 화장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이 여성으로서의 당당한 자기주장이라 주장할 수 있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다만 과연 그렇다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되었는가. 그건 아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조상들만 하더라도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사랑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름답지 못한 것을 혐오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았다. 못생기면 못생긴대로 사는 것이지.

 

근대의 부작용이라 할 것이다. 미디어가 만든 폐해다.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은대로. 못생겼으면 또한 못생긴대로. 사실 남자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매력이 있고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그것으로 얼마든지 이성의 선택을 받고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있다. 단지 그것으로 인간을 단정짓고 차별하지만 않는다면. 경멸도 조롱도 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것이 우월한 것이지 아름답지 못한 것이 열등한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소견이다. 말했듯 나는 생각이 너무 많다.

 

어쨌거나 상당히 어렵게 읽은 책이지만 그래서인지 읽고 난 보람이 크다. 몇 번이나 다시 반복해 읽고, 각주를 또 찾아 읽고 - 개인적으로 각주를 꼼꼼히 읽어가며 정독할 것을 권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만 보이는 현실을 부수고 더 넓고 더 깊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이미 아는 것이더라도. 많은 것이 정리되었고 또 많은 것이 구체화되었다. 나는 또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어쩌면 이 블로그의 성격에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평소 내가 해 오던 이야기들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글에 깊이가 더해지리라. 그렇게 믿는다. 좋은 책이다. 관심이 있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