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일찌기 이렇게 물은 바 있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진심으로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인간은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가장 큰 선물은 사랑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사랑은 희망을 주는 것이다. 꿈을 꾸게 하는 것이다.
그 말을 떠올린다. 좋은 사람일수록 일찍 죽는다. 왜 세상은 이렇게 부조리한 것일까? 온갖 패악을 저지르고서도 영화를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장 필요한 사람인데도 일찌감치 떠나곤 한다.
욕심을 부리니까. 욕심을 부리기에 영화를 누리는 것이고, 욕심이 없기에 그들은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이 바라는 것은 욕망이고, 그 욕망을 향한 탐욕이다. 그러면서도 바란다. 사랑하기를. 사랑받기를. 꿈을 꿀 수 있기를. 과연 우리 사회는 이 영화를 받아들일 자격이 있는가.
어려서 꿈을 꾼 것이 있었다. 가장 감명깊게 보았던 것이 키다리 아저씨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인간은 악한 게 아니다. 단지 나약한 것이다. 나쁜 게 아니다. 그저 비겁할 뿐이다.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난과 싸울 의지가 없을 뿐이다. 그런 의지와 용기를 가진 사람을 흔히 영웅이라 말한다. 가장 위대한 영웅은 가장 높은 곳이 아닌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빛조차 없는 어둠마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가에는 보살이라는 것이 있다. 충분히 해탈하여 부처가 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서원했다. 모든 방황하는 중생을 구원하고자. 관음보살이 되었다. 지옥의 모든 죄를 지은 중생을 구원하고자 그는 지장보살이 되었다. 지옥이 비는 날 지장보살은 마침내 윤회를 끊고 부처가 되어 입멸에 들 수 있다.
모든 종교가 가르치는 바는 하나다. 종교가 종교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커져만가는 교회와 화려해져만 가는 건물을 보면서 종교가 뜻하는 바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정의란. 인간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선이라는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누군가와 그저 감동맞고 마는 더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용기있는 자들은 항상 다른 누구보다 빨리 먼 길을 떠나고 만다.
눈물을 가장 큰 수치로 여긴다는 톤즈의 남자들로 하여금 눈물을 짓게 할 수 있는 존재.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니었으리라. 그 빈자리가 서러워서. 단지 그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서럽고 안타까워서. 사람은 이기적이며 그래서 이타적이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자기를 위한 이기가 된다. 이기가 이타가 되고 이타가 이기가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인 까닭이다.
참으로 무거워서 차마 한 번에 끝까지 다 보지 못했다. 이런 것도 했었구나. 설연휴라고 하도 별 것 없이 시간만 채우기에 그냥 무시하고 TV를 켜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프로그램이 그 순간에도 허공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구나. 겨울의 추위도 끝나가고 봄을 맞이하려는 순간에. 봄보다 더 따뜻한 향기를 머금고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나는 어쩌고 있는가. 나는 어찌하고 살고 있는가. 어렵사리 공부시킨 홀어머니를 뒤로 하고 인간으로서의 사명을 쫓아간 한 남자에 비해 지금의 나는. 수치스러움이란 그렇게 나 자신이 하찮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끄러웠고 그래서 더욱 고맙고 존경스러웠고.
더구나 수단의 현실이란. 누가 수단을 저렇게 만들었는가. 비록 문명의 손길이 닿지는 않았지만 순박하게 하루를 살아가던 이들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인간은 탐욕하고, 탐욕은 비극을 만들고, 비극이 신화를 낳는다.
바라느니 다시는 이태석 신부와 같은 이들이 없기를. 일상처럼 학교에 다니고, 병원에서 치료도 받고, 그저 고마움 없이 감동 없이 아무러한 매일을 보낼 수 있기를. 언젠가는 이태석이라는 이름마저 잊혀지고. 그가 이룬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되고. 때로는 잊혀지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할 것이다.
설연휴 가장 의미깊은 방송이 아니었을까.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가치있는 특집이었다. 이런 게 특집일 것이다. 사람을 TV앞에 앉혀 놓고 눈물짓게 하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값진 눈물이었다.
아름다웠다. 진심으로. 사람의 향기가 취하도록 아름다웠다. 눈물이 흐드러지도록 아름답게 피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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