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 - 정치란 권력이다!

까칠부 2011. 2. 17. 10:47

정치는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은 모든 것을 수단화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도.

 

권력이란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대상을 수단화함으로써 발생한다. 자기를 수단화하고, 가족을 수단화하고, 친구를 수단화하고, 동지를 수단화하고,

 

원래 권력을 놓게 되는 많은 경우가 가족을 놓지 못해서다. 친구를 놓지 못해서다. 동지를 놓지 못해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놓지 못해서다.

 

신희주가 끝내 정계를 떠단 것도 그래서다. 신희주는 끝까지 자기를 수단화하지 못했다. 김경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권력을 손에 넣으려 하면서도 끝까지 자기를 놓지 못했다.

 

그러나 그 수단화가 지나치게 될 때 권력을 쥐려는 목적마저 수단이 되어 버린다. 장일준이 불법정치자금수수에 분노한 이유다. 끝까지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조소희가 장일준과 부부로 나오는 이유다. 조소희는 장일준의 그림자다.

 

하기는 조소희는 가족도 자신도 버리지 못한다. 장일준도 버리지 못한다. 모든 것을 수단으로 여기지만 자기 자신은 수단으로 여기지 못한다. 대신 이상을 수단으로 여긴다. 권력의지 그 자체를 권력을 위한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고 모든 것에 대해 타협할 수 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하고 놓지 말아야 할 것을 놓아버린다. 권력 그 자체만을 위해서.

 

그래서 한 편으로 장일준에게는 본부장이 있다. 그는 어쩌면 가장 순수한 권력에 대한 의지다. 장일준이 포기하고자 하는 것을 그는 포기하지 못한다. 장일준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집착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권력. 자기 자신마저도, 심지어 장일준마저도 수단화하는 권력이다.

 

그것은 한비자가 말한 권력론과도 통한다. 권력자에게는 개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 무한히 탐욕스러운 권력자의 권력의지는 자기 자신마저 잡아먹는다. 오롯한 권력의지가 있기에 장일준의 곁에서 장일준은 물론 자신마저 권력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권력마저 수단으로 여기는 진혹한 이상이 있다.

 

하기는 백찬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에게는 이상은 없지만 어쩌면 가장 순수한 권력의지가 있다. 그가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 이유다. 그는 권력을 탐한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권력만이 그 이유다. 그는 그를 위해서는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서슴없이 자기를 버릴 수 있다. 본부장과 다른 점이라면 이상이 없기에 그 과정에서의 가리는 것이 없다는 것.

 

과연 어떤 권력의지를 갖는가.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권력을 쥐려 하는가? 권력은 목적인가? 혹은 수단인가? 때로 권력의지 그 자체마저 수단이 되고 소모되는 것. 그것이 정치의 냉엄함일 것이다.

 

그나저나 확실히 오마주된다. 전대통령도 그렇게 자기가 모르는 사이 정치자금을 받아썼다며 오랜 동지가 스스로 감옥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하필 야당 후보의 이미지가 당시의 야당 후보와 많은 부분 겹치고 있어서. 연이은 탈당사태와 사퇴요구. 이제는 단일화 요구만 나오는 것일까?

 

흥미를 더해간다. 어쩌면 가장 순수한 권력의지가. 권력에 대한 탐욕과 욕망이. 프레지던트가 훌륭한 정치드라마인 이유다. 제대로 정치를 그리고 있다. 이것이 정치다.

 

최수종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진심으로 대통령 후보로 나오면 한 표 찍어주고 싶을 정도였다. 조소희는 진심으로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악역연기를 보였고. 오늘을 기대한다. 멋지다.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