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프레지던트 - 문득 떠오르는 오마쥬...

까칠부 2011. 2. 11. 06:30

"연설문을 보지 않고 옆길로 새실까봐 조마조마하네..."

 

그런 대통령후보가 있었다.

 

"말 한 마디 잘못해면 몇 십만 표가 훅 날라가는데..."

 

항상 말이 문제가 되었다. 많은 한국인은 워낙 국어시간에 그렇게 배워서인지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이상은 이해할 능력도 없고 굳이 이해하려고도 않는다. 오죽하면 얼마 되지도 않는 글을 두고도 그러겠는가?

 

"한 줄 요약 좀..."

 

결국은 시대의 순교자가 되고 말았지만...

 

경선 당시 가장 미미한 후보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바람을 일으키며 경선에서 승리, 그러나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당은 이내 흔들리며 당의 중진들까지 철새가 되어 여당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설렁탕 한 번 사 준 적 있느냐?"

 

아마 대통령 당선 이후 전대통령쪽 사람들과의 갈등을 저런 식으로 묘사한 것 같은데. 물론 그 대통령은 재벌사위도 아니었고 그 부인이 저렇게까지 나서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국 그 부인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 형도. 죽은 사람을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김경모가 느낀 바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왜 자기가 질 수밖에 없었는가. 장일준은 그것을 권력에 대한 의지라 했다.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권력을 손에 쥐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되고서도 그 측근 가운데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잡혀들어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었다. 그 절박함이 결정적인 순간 그로 하여금 결단케 하고 모험을 하도록 만들었다. 원칙을 어기고 도의를 무시하고 그러면서도 끝끝내 무소의 뿔처럼 모든 것을 부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이 설사 벼랑으로 내달리는 길이더라도.

 

그러나 김경모는 그럴 수 없다. 그는 가진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니까. 가진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도 많다. 무엇보다 그런 절박함이 없다. 권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이전에 권력을 손에 쥐고 있으니까.

 

아니 절박하기로는 조소희일까? 장일준을 통해 꿈을 보았겠지. 그것은 자기의 꿈이 아니다. 장일준의 꿈이다. 그 꿈에 편승할 뿐. 자기 꿈이 아닌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의 실체를 보지 못한다. 그 겉만 보고 그 화려함과 어두움을 본다. 가족이 소중하고 자기 자신이 소중하고 단지 권력이 소중하고. 그것이 조소희와 장일준이 갖는 차이일 것이다.

 

아무튼 어느새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다음주가 바로 첫회의 그 저격당하는 장면인가? 여기서도 장일준의 꼼수가 숨어 있을 것 같은데. 첫회에서 장일준을 저격하려 한 범인이 청암의 주위에 머무는 사람이다. 거기서 저격을 당하고 그로 인해 큰 부상을 입는다면 여론은 반전될 수 있겠지.

 

아, 생각났다. 하필 조소희가 재벌의 딸인 이유. 그렇지. 원작도 그랬겠지만 그 전대통령도 재벌과 손을 잡고 있었다. 재벌과 단일화하고 조롱과 비판을 들었다. 재벌위주의 정책을 펼 것인가. 아마 그것도 무관하지는 않지 않을까. 현대가의 이후의 수모를 생각하더라도. 대통령의 뜻은 아니었겠지만.

 

사실 그와 나와는 정치적으로 견해 차이가 무척 크다. 어지간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정책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동의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아쉬움은 있어도 그리움은 없다. 그런 대통령도 있었거니. 단지 그냥 떠오르기에.

 

상당히 디테일한 드라마다. 그게 또 이 드라마의 현실성을 담보하겠지만. 혹시 모르겠다. 그런 뒷거래가 있었을지는. 아니 그 대통령 임기중 첫총리가 상당히 의외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첫총리 맞지? 상상을 자극하는 것은 그런 디테일함이 있기 때문에. 한 주가 이리 길다. 어서 후딱 지났으면. 재미있다. 재미있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