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무한도전 - 재미없다...

까칠부 2011. 2. 27. 06:43

나는 예능도 서사가 있는 예능을 좋아한다. 줄거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무한도전에는 아주 커다란 서사구조가 존재한다. 무한도전이라는 자체가 갖는 서사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노홍철, 정형돈, 하하, 길, 이 일곱 캐릭터가 그동안 여러 해에 걸쳐 쌓아온 시간과 관계의 서사다.

 

문제는 고작 한 번 보면서 그런 외적 서사까지 일일이 챙겨보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매번 집중해서 보는 팬들이나 살펴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결국 내적인 서사에 집중하게 된다. 바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방영분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가.

 

이야기란 하나다. 홋카이도에 갔다. 오츠크해 유빙을 보았다. 나머지는 단지 파편화된 개인의 장기자랑에 불과할 뿐. 도대체 하하와 길의 퀴즈에서 어떤 이야기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박명수의 오츠크해 돌고래 랩 역시. 노긍정의 퍼포먼스는 차라리 썰렁하기까지 했다.

 

내가 이래서 이번주는 건너뛰려 했던 것인데. 지난주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거든. 서사 없이 단편적인 예능으로만 때우려는 의도가 보였다. 역시 홋카이도까지 가서 만들만한 이야기가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보며서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딴짓하고 있었다. 재미가 있으면 딴짓 하다가도 어느샌가 고개가 TV로 돌아가 방송에 집중하고 있을 텐데도. 아예 다른 일에 집중하다가도 눈과 귀는 TV를 향하고 있다. 도리어 TV로부터 눈과 귀를 떼어놓으려는 자체가 어제의 무한도전과 나와의 코드를 말해주지 않을까.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재미있게 보았을 테지만. 참 마니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재미있구나. 아니 내가 오히려 더 마니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들 재미있는데 나 혼자 재미없다면. 그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재미없는 걸 어쩌라고?

 

다음주나 기대해봐야겠다. 그건 이야기도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의 기억은 지우련다.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