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이효리의 실수? 채식"주의"다.

까칠부 2011. 3. 20. 21:46

"주의"란 보편이다. 보편이란 공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널리 알리고 설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래서 채식주의자 가운데는 채식주의자임을 "선언"하고 채식주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의 경우 채식주의에는 생명에 대한 개인의 신념과 의지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위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육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매끼를 육식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이상 육식이란 여러가지 선택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채식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기보다 채소가 더 좋다면 채소를 먹어야겠지. 그것이 과연 육식에 대한 반대이겠는가? 하물며 특정한 고기에 대한 반대이겠는가?

 

계약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도 계약으로 인해 얻어진 이익에 대한 의무다. 그러나 도덕적인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신념 - 보편적인 가치와 믿음에 대한 의무다. 만일 그것이 계약을 통해 이익을 얻었음에도 그 계약에 반하는 행위로써 또다른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면 도의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더구나 이 경우는 동물보호라고 하는 개인의 신념에 따른 생명이라고 하는 가치에 대한 판단이고 선택이었다. 그로 인해 얻어진 직접적인 이익이란 거의 없다.

 

간단하지만 극단적인 예다. 계약기간 동안 계약자의 부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알게 되었다. 과연 계약자와의 의리와 사회적인 도덕적 의무 가운데 무엇을 우선해야 하겠는가? 하지만 만일 그것이 경쟁자를 위해서 이익을 바라고 한 행위라면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보다 보편적인 이익과 가치에 충실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인정받는다.

 

계약기간 동안 그런 것도 아니고. 이미 계약이 끝난 뒤다. 계약금은 계약 기간에 대한 금액이지 그 이후에 대해서까지 고려해서 지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계약서에 그 내용을 포함시켰어야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같은 행위로써 직접적으로 이익을 보았는가? 한우협회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것도 없다. 단지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 했을 뿐, 더구나 그 이유라는 것도 한우가 나쁘다거나 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새로 갖게 된 어떤 신념과 양심 - 생명에 대한 입장의 변화 때문이었다. 과연 이미 계약이 끝난 상태에서도 이미 끝난 계약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대한 의무보다 우선하는가? 계약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 반드시 절대적인 가치기준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계약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것도 하나의 도덕적 의무. 그러나 결코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를 선택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신념과 양심에 따른 보편적 도덕에 대한 의무. 결국은 이 가운데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 개인의 양심인가? 보편적 가치의 추구인가? 그도 아니면 사적인 계약에 대한 의리인가? 사실 그건 도덕적 의무도 뭣도 아니다. 단지 이미 관계를 맺었으니 남은 의리가 있는 것이다. 사적인 의리와 보편적 가치.

 

내가 이효리의 선택에 대해 존중하고 심지어 존경하기까지 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물론 그것이 어떤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일수도 있겠다. 유기견보호활동을 하고, 채식주의를 천명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대중의 호감을 높여보겠다. 하지만 또 그런 말이 있다. 위선은 선에 대한 경의다. 하필 그녀가 유기견을 보호하고, 동물보호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채식주의자를 선언함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그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그것이 대중에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주리라. 그리고 이효리 그녀로 인해 그들의 활동 역시 힘을 받을 수 있다. 대중의 인지도와 이미지도 높아졌다. 그것은 그녀가 인기인으로써 사회에 할 수 있는 또다른 형태의 큰 기여라 할 수 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가. 결국은 계약자와의 개인적인 의리와 보편적인 도덕적 판단 가운데 전자에 대해 더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 아니던가. 여전히 사적인 관계가 보편적인 판단과 개인의 양심을 우선한다. 그래서 개인의 양심 때문에 의리를 저버린 이효리가 보기 안 좋은 것일 테지.

 

아무튼 덕분에 이번 일로 이효리에 대해 좋아진 것은 있다. 사실 그다지 호감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무엇이 옳고 무엇이 더 가치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만도 대단하다는 것일 테니까. 진심이든 아니든 가치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가치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효리의 선택을 지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