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나는 가수다 - 어떤 가학적 이기...

까칠부 2011. 3. 27. 23:53

결국은 극한에 내몰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들이 감동이라 여기는 건 그런 것이다. 극한까지 내몰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처절하구나.

 

물론 극한에 내몰리지 않으려면 떠밀어서라도 몰아버린다.

 

김태원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해서 바로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차라리 응급차에 실려갔으면 더 감동이었을 것이다."

 

정준하가 병원에 실려가고 정형돈이 중간에 토하는데도 그런 소리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 감동이었다."

 

대신 몸이 따라주지 않아 사릴 수밖에 없는 박명수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비난이 쏟아졌었지. 아마 박명수가 거기서 어디 다치고 했으면 그것도 감동이라 했을 것이다.

 

상처투성이가 되어야 하니까. 피투성이가 되어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지난주 나가수에는 그런 게 없었다. 훈훈한 인정만이 있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깟 가수따위가. 고작 20년 가수하고서. 자신은 무려 시청자이고 대중인데. 더 처절하게. 더 비참하게. 더 가혹하게.

 

문득 그래서 떠오르는 것이 70년대 인기를 끌었던 레슬링만화 <타이거 마스크>에 등장하던 타이거굴이다. 지하레슬링. 로마의 콜로세움도 비슷했을까?

 

집단적 히스테리의 발산. 딱 그를 위한 소재겠지. 만일 김건모가 손을 떨지 않았다면. 김제동이 눈물을 떨구지 않았다면. 하긴 그것 가지고도 뭐라는 사람 있더라.

 

처음에는 나가수에 대해 호의적이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 나가수란 결코 한국 대중음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지 대중의 잔인한 가학성 앞에 대중음악을 먹잇감으로 내던질 뿐이다. 얼마나 더 상처받고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겠는가. 감동이라는 말이 그래서 더 사무친다.

 

감동이라는 말이 갖는 모순에 대해서. 그 기만과 이기에 대해서도. 우울하다. 한국의 대중문화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