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력반 - 첫회같은 7회...

까칠부 2011. 3. 29. 08:24

차라리 이번 3월 28일 방영된 7회가 첫회였으면 좋았을 뻔했다. 유명재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강남경찰서를 24시간 밀착취재하게 된 작은 인터넷언론사 기자 조민주(송지효 분)와 그를 돕는 사건 데이터에 해박한 보험사 직원, 그리고 무언가 비밀이 감춰진 강남경찰서 강력반.

 

박세혁(송일국 분)과 정일도(이종혁 분)의 관계를 비밀로 남겨두고 그것을 밝혀가는 과정을 그려봐도 좋았을 것이다. 유명재단 대표이사 허은영(박선영)과 박세혁의 관계를 추적해 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이 밝혀지고 박세혁과 조민주 사이에로 러브라인이 꽃피고. 오히려 그쪽이 더 깔끔하고 직관적이지 않았을까? 앞서의 6회까지가 너무 너저분해 보일 정도로 7회의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물론 드라마는 이전의 패턴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아직 확실한 증거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확실한 것은 김소영이라는 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렸고 그 몸에 폭행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 뿐이다. 그것은 부모에 의한 것일수도 있고, 그 밖의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학교내폭력이란 그와 관련한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형사 진미숙(선우선 분)은 자신의 과거에 비추어 그것을 단번에 교내폭력에 의한 투신자살로 결론짓고 몰아가려 한다. 다른 가능성을 알아보려는 동료 형사들에 대해서마저 소리지르고 윽박질러가며 그것을 진실로 만들려 한다. 심지어 그것을 밝히고자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여학생의 사물함을 뒤지고, 학생들에게마저 소리를 지르고 죄의식을 강요한다.

 

"말들 좀 해 봐, 너희들 친구가 죽었어!"

 

과연 그것이 형사로써 법적인 미성년자인 학생들 앞에 할 수 있는 행동일까? 설사 그것이 중대한 형사사건이라 할지라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학생들이 그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해서 수사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더구나 감수성도 예민한 시기에 그로 인한 과도한 정신적 외상을 입거나 죄의식을 갖지 않도록. 그러나 오히려 그것을 더 떠벌리고 오히려 강요한다.

 

하기는 남태식(성지루 분)의 행동은 더 가관이다.

 

"늬들 낳고도 늬들 엄마가 미역국 맛있게 드셨겠지?"

 

범인도 아니고 단지 참고인으로 불려왔을 뿐인데 그것도 미성년자 앞에서 인격적인 모욕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한 마디로 너희들따위 왜 태어났느냐는 것인데, 그것은 한 인간의 인격과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무시하는 발언이다.

 

더구나 그러고서 한다는 소리가,

 

"너희들도 명품백 같은 것 훔치고 그러느냐?"
 
따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현행범으로 잡혀 온 것도 아니다. 신고나 증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소지품 가운데 수상한 물건이 발견되어서도 아니다. 피해자인 김소영의 집에서 명품백이 발견되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는 아예 폭력까지 휘두른다. 단지 참고인인데.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니고, 피고인으로 재판정에 선 것도 아니고, 경찰서고 행형소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태식만이 아니다. 박세혁의 수사방식은 왜 그리 고압적인가? 참고인에게 필요한 진술이나 증언을 얻어내는 태도가 아니다. 범죄자이거나 유력한 피의자에 대해 범죄사실을 자백받으려는 행위다. 그조차도 요즘은 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증거를 찾거나, 증언을 모으거나, 아니면 확실한 논리를 개발하거나. 그런 식으로 윽박질러 나오는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진미숙 형사가 결국 한승희로부터 증언을 얻어내는 과정이라는 것도 개인의 과거사를 동원한 눈물의 호소다. 처음부터 진미숙 개인의 과거사로 인하 결론지어진 사건은 진미숙의 과거사에 기대어 인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해결지어지려 한다. 그나마 흥미로운 부분이라면 진미숙 역할을 맡았던 선우선의 하차로 이것으로 드라마상에서 진미숙을 보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정도랄까? 한승희가 증언을 하려는데 하필 외진 창고로 불러내어 불을 지르고 있다. 억지스럽지만 워낙에 선우선의 하차 자체가 억지스러우므로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하여튼 지난주 차수연 살인사건도 그렇더니만, 이번주 여고생 김소영 자살사건에서도 결국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억측과 우격다짐과 윽박지르고, 결국에는 인정에의 호소. 사건의 단서를 찾고 - 아니 단서를 찾기보다 먼저 결론을 내리는 것도 개인의 과거사에 기댄 감정이다. 경찰이 수사를 하기보다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려 하고 있다. 과거의 상처를 사건을 통해 배설하려 드는 것이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곤란하다.

 

구태의연하다. 아무런 노력도 성의도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재미있게 쓰려 노력하는데, 정작 경찰물이라는 자각이 부족하다. <강력반>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 무엇으로 그 내용을 채워넣어야 하는가. 강력반을 배경으로 했을 때 어떤 사건들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가?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후의 전개에 대해서도. 무엇을 중심에 두고 어디에 관심을 두고 풀어나가야 하는가. 그런데도 고작 수사하는 방식이란 오래전 방화라 불리던 시절의 그것에서 전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것이 처음 상당한 비중이었을 진미숙 역의 선우선이 하차하는 이유가 되었겠지만.

 

아무튼 결국 이번 9회를 끝으로 진미숙역의 선우선이 하차하게 되었는데, 소속사에서 내건 이유가 상당히 설득력 있게 여겨지는 중이다. 제목만 강력반이지 정작 강력반이 하는 것이 무엇이 있던가? 그나마 신동진(김준 분)은 컴퓨터라도 다루고, 남태식은 몸으로라도 뛴다. 박세혁은 주인공이다. 진미숙은 과연 강력반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다. 여성이라는 것 말고는 없다. 이번 7회에서도 진미숙의 역할이란 과거의 상처에 기대어 단지 사건에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려 드는 한심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눈물흘리고 소리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희망이란 있을까?

 

오죽하면 형사도 아닌 인터넷신문 기자 조민주로 출연하고 있는 송지효가 수사에 있어 비중이 더 클 정도다. 그나마도 제대로 무언가 치밀하고 객관적으로 추적하고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연히 얻어걸린다. 우연히 얻어걸리고 그것이 단서가 된다. 형사인데 그만도 수사에 기여를 못하고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눈물이라도 흘리고 악이라도 써야 뭐라도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진미숙 한 사람 빠진다고 해도 강력반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는 일이 없었다. 주어진 역할이 없었다. 수사를 하는데 진미숙 한 사람 빠진다고 그동안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이제 와서 진미숙이 빠진다고, 아니 신동진이나 남태식 둘 중 누가 하나 빠져도 사람수가 줄었구나 하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정일도도 사실상 현재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다. 도대체 수사는 누가 하고 범인은 누가 잡고 있는 것일까? 치안부재의 현장을 보는 것 같을 정도다.

 

진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가? 차라리 처음부터 강력반을 무대로 로맨스를 그리려 했다면 그것도 좋았다. 경찰조직과 싸우려는 경찰을 그리고자 했다면 그것도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니고. 사건은 사건대로 비중이 없고,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도 핵심적인 줄거리가 없다. 모두가 붕 뜬 채 어색하게 섞이고 있을 뿐이다.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도 모른 채.

 

그러기에 차라리 이번의 7회가 첫회였으면 하는 것이다. 상당히 색달랐으니까. 상당히 독특했으니까. 이번 7회가 첫회가 되었을 때 그로 인해 많은 궁금증이 유발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드러내어서. 너무 많은 것들이 드러나는 바람에 남은 것이 있을까? 차라리 그랬었다면.

 

사실 지난주를 끝으로 더 이상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쓰지 않으려 했었다. 기대할 것이 없다. 그러나 기왕에 보던 것이라고 한 회 더 보려던 것이 이끌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이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어지는 실망과 한숨섞인 납득.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드라마다.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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