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동안 예능 나와서 털어놓은 게 벌써 한가득인데 이제 와 새삼 또 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는가. 더구나 드라마까지 만들어졌고.
하지만 아니었다. 역시 스토리보다는 텔링이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보다는 어떻게 풀어가는가다. 적절한 뻥과 망가짐. 대놓고 뻥치고 그것으로 스스로 무너질 줄 안다. 바로 예능이라는 것이겠지.
더불어 밝히지 않은 사연들마저. 초등학교 시절 상당히 우울했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었다. 확실히 학교에서 그렇게 선생에게 맞고 나면 학교가 싫어질만도 하다. 이제 갓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를 그렇게까지 다루었다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를 그렇게 가지 않았던 이유가 납득이 된다. 나라도 학교에 가기 싫었을 것이다. 아이의 행동은 어른에게서 비롯된다.
하긴 그렇기 때문에 김태원이 지금도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일 테지만.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처가 많다는 뜻이다. 많이 배워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경우가 있고 생각이 많아서 이야기가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대개 경험에 기초한다. 지금 김태원이 예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이유겠지만 말이다.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왜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가 했더니 그건 또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음악에 미쳐서 아들이 그런 것을 무려 2년이나 지나서야 알았다면 그 상처는 오죽했을까? 어쩌면 힘든 시절이었기에 이승철과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달았었던 듯. 여유가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김태원의 예능이 재미있는 이유다. 묘하게 사람의 힘을 빼놓는 힘이 있다. 경계심을 흐트러 놓는다. 거리감을 줄인다.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듣게 만든다. 그런 것이 화술일 텐데. 밀당이라 하지?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음으로써, 거짓말인데도 그것을 진실하게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것이다. 마치 오랜 친구같다. 혹은 가까운 이웃, 친척같다.
박완규는 참 음악인으로써 개념이 잡혔다. 내가 팬덤문화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한창 무대 보고 있는데 들려오는 고함소리들. 공연 보러 갔는데 앞에 풍선이 둥둥 떠다니면 나라도 싫을 것 같다. 천생 락커라. 그래도 아이유가 메탈리카보다 위대하다는 말에 참은 걸 보면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듯. 김구라의 아쉬워하는 모습에 내가 더 아쉽다. 아이유가 메탈리카보다 사랑스럽다. 맞는 말이겠지.
아무튼 간만에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 하나 버릴 것 없이 재미있었다. 의미도 깊었고.
아, 아마 언니네 이발관도 그런 경우였을 것이다. 천리안이었던가? 우리 밴드한다, 게시판에서 뻥을 치고는 수습하느라 급조한 밴드가 언니네 이발관이었던가? 결국은 그렇게 시작했구나.
그리고 들은 이야기로 고등학교 시절 인근에 김태원과 비교되던 기타리스트가 두 명 더 있었다고 한다. 아마 한 명은 오늘 이야기한 그 사람이었겠지. 둘 다 대학 가서 지금은 어디 중역으로 일하고 있다고. 요즘은 몰라도 예전에는 음악인이라는 게 그다지 좋은 직업이 아니었다. 불안정하지.
또 하나 김태원이 작곡가로 노선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쉽게 나오는데, 요즘에야 작곡가가 연주가보다 위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거든. 곡을 찍어내서 돌리지 않으면 그다지 생활이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연주자는 세션이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연주자에게 실연비라는 게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참 많이 바뀌었다.
다음주를 기다리게 만드는 예능이었다. 아직 일주일. 참... 역시 토크프로는 무언가 역정이 있고 연륜이 있는 사람이 나와야 재미있다. 그건 확실해 보인다. 무릎팍도사가 인기있는 이유일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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