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를 잡기가 애매하다. 그러니까 34살이라는 실제 나이와 25살이라는 보이는 나이 사이의 간극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일까? 실상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처녀, 하지만 보이기는 아직 뭣도 모르는 앳띠고 어린 아가씨.
어쩌면 타임슬립을 보는 것 같은지도 모르겠다. 아니 시청자는 안다. 원래 34살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극중 다른 인물들은 모른다. 나이가 어리다고 우습게 보고, 만만하게 보고, 거기에서 헤프닝이 벌어지고. 하지만 그렇다기에도 너무 작위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가.
전근대시대의 콩쥐팥쥐도 아니고, 고도성장기의 자수성가 이야기도 아니고, 어쩌면 매번 일은 이렇게 꼬이는가? 순수하고 억척스런 캐릭터인 것은 좋은데 너무 작위적으로 주위의 인물들을 오로지 주인공 이소영(장나라 분)을 불행으로 몰아넣기 한 제멋대로의 민폐캐릭터로 설정하고 있다. 정작 이소영을 몰아세우는 주변인물들에 문득 이소영을 인정해주고 평가해주는 턴실의 백부장(김미경 분), 이후의 전개가 보이는 것 같다.
꼬이고 꼬인 상황에 최진욱(최다니엘 분)은 채무자처럼 달라붙고, 커피 심부름을 가서는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엎어 버리고, 기껏 턴실에서 완성해 온 옷은 장기홍(홍록기 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어디론가 사라져 이소영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지승일(류진 분)의 ‘책임을 질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라는 대사는 그래서 차라리 시원스럽기까지 하다. 그래, 바로 거기에서는 그런 대사가 나와 주어야 하는 것이다. 역시나 이후가 보인다.
최진욱에 의해 이끌려 또래가 모이는 자리에 나가 훨씬 나이 어린 연기를 하고, 그러면서도 어느샌가 드러나는 30대의 연륜. 최진욱의 유치한 복수극은 이소영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것 같지만 이 쯤 되면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여야지. 드라마의 제목이 이소영 괴롭히기인가? 아니면 이소영을 괴롭히고 눈물 짜는 모습을 보자는 신파드라마인가?
지승일과의 정석적이라 할 정도로 꼬여가는 관계라거나, 최진욱의 어쩐지 신분을 감춘 왕자님 설정. 역시 삼각관계로 흐르는 것일까? 최진욱과는 20대의 치기로 티격태격, 그리고 이혼남 지승일과는 30대의 연륜으로 서로를 인정해가고. 즉 여기서도 30대의 실질나이와 20대라는 명목나이의 대비일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일까 싶기는 하지만 제목은 동안미녀이고, 이런 코믹한 분위기에 로맨스는 빠질 수 없기에 당연할 것이다. 아니면 더 좋겠고.
너무 궁상맞다는 게 문제다. 이런 류의 코믹한 분위기에서 이소영의 캐릭터만 축축 늘어지며 주위를 우울하게 만든다. 순수하고 억척스럽고 사연이 있는 건 알겠는데 너무 신파적이고 분위기가 쳐진다. 주인공으로 인해 즐겁고 유쾌해야 하는 것이다. 힘이 나야 한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것으로 여겨진다. 패션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이 그 계기가 되어 주리라. 다만 이번에는 또 이소진(오연서 분)의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이소영의 주위를 신파로 만들어 갈 것인가? 아마도 상당한 시간을 그 비극적인 신파를 견뎌내야 비로소 이소영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결국은 이소영을 연기하는 장나라의 한계일지 모른다. 발랄하게 톡 쏘아붙이는 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전히 억척스러우면서도 당차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더 이상 코믹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끌며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그녀 자신부터가 축축 늘어지며 드라마의 힘을 떨어뜨린다. 캐릭터의 변화를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겨우 2회, 하지만 주 2회 방영되는 미니시리즈로써 최소한 방영되는 첫 주에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지켜 볼만 하겠다. 만일 지금 보여진 것이 전부라면 무척 실망하리라. 벌써부터 이후의 흐름이 보이려 하는데 그러한 진부함을 깰 만한 어떤 드라마만의 특별함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진부함 안에서 완성도를 높여가며 시청자에게 성취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떠밀고 내리누르고 꾹꾹 밟아서 한계까지 몰아세운 다음 다음주에 뭔가 보여줄까? 그 전에 벌써부터 느끼게 된 불쾌감과 지루함은 어찌할 것인가?
최진욱의 캐릭터의 민폐성은 거의 재해 수준이다. 어느 정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찌질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찌질한 것도 선을 지키면 철없는 것이 귀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 자신만 알고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생각없음과 이기심은 그런 선을 넘어서는 것 같다. 이소영의 20대 담당인 동시에 바보온달일까?
하긴 그러고 보면 지승일의 캐릭터는 이소영의 30대 담당이면서 얼음신사 녹이기인지도 모르겠다. 차갑고 인정머리 없는 상류사회의 신사를 하층에 속하는 여성이 개심시킨다. 철없는 민폐캐릭터 최진욱과 지나치게 철든 지승일의 대비일까? 역시 이 경우도 이소영의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시청자부터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결국은 장나라에게 달려 있다 하겠다. 얼마나 지금의 코믹한 분위기를 살려 끌어 갈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 곳곳에 지나치게 작위적인 설정이 있어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억지스런 설정으로 가득한 신파로 끝나고 말겠지.
2회 분량치고는 보여진 것이 너무 적다. 다시 2회를 지나야 뭔가 틀이 잡힐 것이다. 무엇보다 과연 다음주에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가에 대한 단서가 너무 없다. 아예 뻔할 것 같기도 하면서 설마 그럴까 싶은 미련만이 남는다. 실망이 크다.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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