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최고의 사랑 - 거짓말탐지기와 윤필주의 볼펜...

까칠부 2011. 5. 20. 11:29

지난 5회에서의 키워드가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이었다면 5월 19일 방영된 6회에서의 키워드는 다름아닌 ‘거짓말탐지기’일 것이다.

 

그렇게 속내를 꽁꽁 싸매고 드러내지 않으려 감추고 있던 구애정(공효진 분)이 마침내 그녀의 조카가 가지고 놀던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그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아이들 장난감에 불과한 물건이었으니 거짓말탐지기가 내놓는 대답은 그녀의 숨겨놓은 속내였을 것이다. 불과 독고진(차승원 분)이 고백하고 한 회 만에 구애정 또한 독고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들키고 만 것이었다.

 

유례없이 빠른 전개였다. 4회만에 독고진이 구애정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확인하는가 싶더니만 5회째에는 고백을 하고, 6회째에는 고백을 들은 구애정이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이제 과연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남아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로서의 특유의 심술궂음을 잊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를 풀어가는 열쇠로써 ‘거짓말탐지기’를 등장시켰다면, 이미 그 전에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제대로 꼬아줄 - 앞으로의 분량을 담보해 줄 오해와 엇갈림의 매개로써 윤필주(윤계상 분)의 볼펜을 준비시켜 두었기 때문이었다.

 

윤필주가 한 재미있는 농담을 받아적으려 구애정은 윤필주로부터 선물받았다는 값비싼 볼펜을 빌리고, 두 사람이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것에 기분이 나빠진 독고진이 심술을 부리며 그 볼펜을 볼풀 가운데 던져 버린다. 당연히 윤필주의 소중한 볼펜을 잃어버린 데 대해 구애정은 윤필주에게는 미안함을, 독고진에게는 분노를 느끼게 되고, 윤필주는 구애정의 부담을 덜어주려, 독고진은 구애정의 화를 풀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러나 독고진의 노력은 독고진이 준 ‘거짓말탐지기’에 의해 쓸데없이 솔직해진 구애정의 넘치는 성의로 인해 물고기 먹이 속에 묻혀 버린 반면, 윤필주의 배려는 구애정의 거짓말로 오해받으며 독고진과의 관계를 완전히 틀어버리고 만다. 독고진에게 오해받고 뛰쳐나와 엉엉 소리내어 우는 구애정의 모습은 그녀의 독고진에 대한 마음인 동시에 그녀의 눈물을 받아주는 윤필주는 이후의 어색하게 꼬이는 관계를 예고한다.

 

어쩌면 고작 소품 하나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꼬아 버릴 수 있을까. 이 모든 이야기가 단지 윤필주의 볼펜 하나로부터 이어지는 것이다. 볼펜 하나를 가지고 서로의 감정이 얽히고 오해가 겹치며 아주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어간다. 더구나 이제 독고진이 윤필주의 볼펜을 볼풀에 던지는 행위로 말미암아 화가 난 구애정의 폭주로 인해 독고진의 구애정에 대한 감정마저 소속사 사장에게 들키고 말았으니.

 

이미 소속사 사장 문대표(최화정 분)은 매니저 김재석(임지규 분)에게 공언한 바 있다. 독고진이 좋아하는 상대가 격에 안 맞는 그런 수준의 찌질한 연예인이라면 독고진 모르게 연예계에 발 못붙이도록 밟아 놓을 것이라고. 여기에 구애정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국보소녀 시절의 매니저까지 가세하고 나니 구애정의 앞날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듯하다. 여기에 독고진과의 오해와 엇갈림까지 더해지고 나면 구애정의 시련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로써 삼각관계에 밸런스가 맞게 될 것이다. 감정적으로 끌리는 독고진과 현실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윤필주, 독고진으로 인한 시련은 더욱 심해져만 갈 테고, 그럴수록 윤필주에 대해 의지하는 마음은 커져만 갈 것이다. 이를테면 끌림과 의무라 할 것이다. 사랑과 의리. 물론 로맨틱 코미디가 좋아하는 것은 끌림과 사랑일 것이다. 윤필주와 같이 착한데다 잘나기까지 한 캐릭터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다만 지금까지의 엇갈리고 꼬인 관계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무리없이 끌어내는가. 아니 무리를 하더라도 어색함 없이 맛깔나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작가와 제작진의 능력이고 감각일 것이다. 볼펜 하나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뢰는 확실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러면서 흥미롭다는 것이 구애정과 강세리(유인나 분)와의 관계일 것이다. 스스로 강세리도 독고진에게 고백하고 있다. 그날 운이 나빴을 뿐 못된 짓을 한 것은 유인나 자신이라고. 이 역시 윤필주의 볼펜을 매개로 가치지기로 뻗어 나온 부분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작가의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직전 구애정과 강세리가 닭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과거 국보소녀 시절의 에피소드가 잠깐 스치듯 나오며 구애정과 강세리와의 아직은 말 못할 사연들에 대해서 어렴풋이 유추해 보게 만든다. 역시 강세리의 지금 모습이 이유없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달까?

 

같은 팀인데도 인기에 따라 대우가 다르고, 누가 가운데 서고, 누가 더 카메라를 받고, 누가 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치킨 CF를 찍으면서도 누가 닭다리를 드는가. 닭다리가 아닌 닭날개를 들었다는 것이 10년이 지나서도 강세리에게는 강하게 남아 있다.

 

하기는 어린 나이일 테니까. 어린 나이에 한 팀으로 활동하는데 어찌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팬들도 비교하는데 당사자들이야 당연한 것일 게다. 그것이 멤버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균열을 만들고, 마침내는 파열음을 내고 만다. 그렇게 많은 팀이 사라져갔고, 지금도 그같은 문제들이 알게 모르게 떠돌고 있다. 그러면서토 팀이 깨지고 나서의 인기순위란 팀 안에 있을 때와는 다르다.

 

윤계상 자신도 느끼고 있겠지. GOD시절과 배우로 홀로서기를 하고 난 뒤와는 다르다. 모든 아이돌 멤버들이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팀이 깨지고 나면 팀으로 있던 때와는 다르다. 강세리를 보면 그래서 생각나는 멤버가 있을 테고, 구애정을 보면서도 생각나는 멤버가 있을 테고, 제니(이희진 분)을 보면서도 떠오르는 이가 있을 것이다. 이희진도 과거 베이비복스의 멤버로써 인기의 부침을 겪었었다.

 

멤버 하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팀이 깨진다. 아이돌만이 아니라 밴드도 마찬가지다. 한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 아무리 사이좋은 멤버라도 서로 사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이 같을 것이다. 팀이 깨지는 이유는 음악적 견해도 견해차이지만 결국 인기와 수입배분이 가장 컸을 테니.

 

바로 사건이 터지고 나면 인터넷에 기사가 뜨고, 그 기사를 토대로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 당사자를 가려내고, 문득문득 인용되는 연예계와 인터넷과의 상관관계와 그에 대한 묘사가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어쩌면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그것이 유쾌하게 부대끼지 않을 정도로 적절히 잘 그려지고 있다. 더구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당사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꽤 관심이 간다. 어떨까?

 

어쨌거나 구애정의 진심이 드러나면서 말했듯 본격적으로 구애정의 시련이 시작되려는 모양인데, 관건은 어떻게 첩첩이 놓인 시련을 헤쳐가면서도 우울하거나 심각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로맨틱 코미디란 즐거운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히려 그 우울함으로 웃음을 삼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인가.

 

‘조카 형규의 거짓말탐지기’와 ‘윤필주의 볼펜’, 단 두 개의 단어. 오로지 두 개의 소품. 이야기는 그렇게 빠르게 직구로 풀려나가고 있는대로 꼬이며 앞으로를 예고한다. 항상 감탄하며 본다. 이야기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보는 즐거움이 있는 작품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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