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프로는 이미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서 있다. 굳이 자기가 하던 것 말고 다른 것 한다고 자신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열심히 더 듣고 더 따르고 더 욕심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그게 안 된다. 아예 자존심이 없거나 아니면 자존심만 내세우거나. 위탄이나 슈스케 예선 보면 그런 경우 많이 본다. 뭣도 없으면서 이상만 높은 친구들. 아직까지는 그게 전부니까.
음악만이 아니다. 소설을 쓰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거의 비슷하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생산하기보다는 소비하는 입장이니까. 그 폭이란 아주 좁다. 그리고 얕다. 그래서 그게 전부다.
그래서 불안해 한다. 혹시 자기만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그러나 결국 그조차 지나고 보면 단지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년 전 내가 쓴 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부끄러워지듯. 아니 10년전도 아니고 고작 한 달 전만 되어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한다.
그러나 아직 직접 스스로 자기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생산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것을 누군가로부터 평가받아 본 적도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 꼭 고만고만한 녀석들끼리 모여서 자기들끼리 칭찬하고 난리다. 꼭 고만고만한 녀석들끼리 모여서 서로 칭찬하고 서로 추켜준다. 그런데 번아웃하우스의 경우는 남궁연의 칭찬에 '시계추'로 상당한 반향을 얻기도 했었다. 더욱 자존심은 완고해진다.
지나고 보면 안다. 그런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그 작은 인기란. 그 좁은 인정이란. 그리고 내가 보았고 추구해 왔던 세계라는 것은. 대중과 직접 만나고 엄정하게 평가를 듣고 실패와 좌절을 겪고 또 부딪히고 그러면서 조금씩 지금의 자기를 알아가게 된다. 시야를 넓히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냥 어린아이라 보면 되겠다. 생물학적인 어린아이가 아니라 사회적인 어린아이다. 아직 자기 세계에 갇혀 있는. 그대로 좌절하여 사라지던가. 아니면 그것을 무기로 더 연마하여 다시금 대중 속으로 뚫고 나오던가.
정원영이나 노브레인이 시크와 아이씨사이다의 고집에 냉정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신해철이 완고할 수 있었던 이유다. 나같은 경우도 말을 해봐야 들을 것 같지 않으면 포기한다. 정원영이나 노브레인은 조금 더 냉정했을 뿐이고, 신해철은 조금 더 격한 방법을 통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게이트플라워즈는 거의 준프로다. 그들은 탐욕스럽다.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면. 자신들의 음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그들은 더 넓은 세계를 본다. 가볍고 싸기에 무겁고 값지다.
아무튼 경험해 보면 안다. 프로와 아마추어. 참 말많은 아마추어처럼... 그래서 인터넷이 시끄럽다. 말만 많은 아마추어는 그만큼 자기 안에 갇혀 엄격해지거든. 과격해지고. 딱 인터넷 수준이다.
결국은 스스로 경험해 깨달아 아는 수밖에 없다. 그게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말한 것처럼. 직접 부딪히고 깨져 깨닫기 전까지는 외부의 충고나 가르침이란 이단의 유혹에 불과하다. 딱 그대로다.
내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정원영과 노브레인, 그리고 신해철, 시크와 아이씨사이다, 그리고 번아웃하우스.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들.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는 벌어지고 있을 걸?
TOP밴드의 매력이다. 정말 날것이다. 꾸미지 않는 드라마가 있다. 완벽한 개연성에 서사를 갖추고 펼쳐지는 드라마가. 우습기도 하고. 때로 답답하기도 한. 그러나 현실의 이야기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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