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미인의 등장, 수컷의 본능을 일깨우다!

까칠부 2011. 12. 26. 08:59

바로 지난주 '송년의 밤' 1부를 보면서 이것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째서 남자인가? 어째서 여자인가? 어째서 사람은 이성을 자신의 반쪽이라 이야기하는가? 여자가 있음으로써 남자는 비로소 남자로서 자각하고, 남자가 있음으로써 여자 역시 여자로써 자각한다.

 

이거야 말로 짐승들 아닌가? 수컷들이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매력적인 이성에게 솔직한 본능을 드러내고 마는. 최희 아나운서와 김재희 아나운서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GEE'를 부를 때 들려온 남성들의 함성소리는 남성이 남성이 되는 곳, 군대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거의 흡사하게 들리고 있었다. 하는 짓도 꼭 다시 군대에 와 있는 것 같다. 고함소리에, 막춤에, 이것이 과연 연예인이고 유명인들인가?

 

아이유가 잠시 찾아와 공연을 보여줄 때는 한 술 더떴다. 아이유의 노래보다 아이유의 가까이에 있는 전현무에 더 눈이 가는 듯 보였다. 아이유가 어떤 무대를 선보이는가 하는 것보다 전현무가 아이유와 함께 무대를 한다는 자체가 더 눈에 거슬리는 듯 보였다. 수컷이 수컷을 보았을 때 그는 단지 경쟁자일 뿐이다. 적을 만났을 때 수컷은 다른 주위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 순간 전현무는 그야말로 '송년의 밤'에 모인 뭇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있었다.

 

아마 일상에서의 해방일 것이다. 일상의 억눌린 가식이나 권위로부터의 일탈이었을 것이다. 평소 쓰고 있던 남자의 가면을 벗고 수컷이 된다. 예의바르고 점잖은 남자에서 그저 자신의 본능에 솔직한 수컷이 된다. 그리고 그런 자리다. 그렇게 격의없이 모여 즐기는 자리다. 여성들 역시 그러한 남성들에 호응하여 마음껏 그러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이제까지 가운데 가장 '송년회'스러운 '송년의 밤'이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정도는 긴장을 풀고 마음껏 그 자리와 분위기를 즐긴다. 공인된 연인인 윤형빈과 정경미가 각각 매력적인 다른 이성에게 홀릭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그런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하루만은 마음껏 솔직해져도 좋은 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경규가 있다.

 

참 특이한 매력을 지닌 예능인일 것이다. 천박하지 않게 유치해지는 재주가 있다. 30년 예능인생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다. 30년 예능인생의 연륜이 주는 무게와  그리고 거리낌없이 망가질 줄 아는 광대로서의 본능이 어떤 자리든 사람들로 하여금 천하지 않게 그러나 격의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든다. 멘트는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그러나 어느새 무대 옆에서 함께 막춤을 추는 모습은 그저 우습기만 하다. 이 모두가 이경규를 정의한다. 그가 끌어가는 <남자의 자격> '송년의 밤'을 정의한다.

 

편집의 영향도 있지만 한결 정돈된 느낌에, 그래서 더욱 마음껏 날뛰어도 좋다는 자유로움이 있다. 때로 그에 호응하며 때로 그것을 자제시킬 줄도 안다. 아니 오늘은 자제시키기보다는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말 한 마디 몸짓 하나가 본능에서 나온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치밀하며 정교하다. 역시 <남자의 자격>의 중심은 큰형님이며 메인MC인 이경규일 것이다.

 

역시나 올해도 경품추첨이 있었다.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다. 희비가 교차한다. 어떤 경품은 경품이 아니라 차라리 벌칙 수준이다. 벌칙도 아닌 거의 재앙이다. 국민밉상 전현무와 함께 식사를 해야 하고, 커플마사지권이지만 커플을 각자 추첨하여 뽑으니 시커먼 남자 두 사람이 커플을 이루기도 한다. 유형빈의 공연을 보려면 멀리 부산까지 가야 한다. 부산사람이라면야 당연히 고맙습니다 하겠지만 서울에 일상을 둔 사람이라면 부담스럽다.

 

국민밉상 전현무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한도전>에서도 박명수가 그 역할을 하지만, 예능에서는 아무래도 전현무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모두가 그가 못되기를 바란다. 그가 잘되지 않았으면 바란다. 아예 밉상으로 한 쪽 구석에 치워두고 생각한다. 전현무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권리라 하니 추첨권을 버리려는 사람마저 나오고 있다. 부산까지 가야 하는 윤형빈의 공연티켓은 모두의 바람 아래 전현무에게로 돌아갔다.

 

짓궂다. 그런데 그래도 어쩐지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괴롭힘을 당하는 와중에도 밉상짓을 멈추지 않는 것이 전현무의 매력이다. 그것이 진짜 밉상이면 곤란하겠지만 그러나 그의 밉상에는 일정한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어서지 않음으로써 그는 단지 밉상이어서 미워하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예능인이 된다. 물론 가장 큰 활약은 최희와 김혜선, 무엇보다 아이유를 '송년의 밤'에 초대한 것일 게다. 아이유의 옆에 전현무만 없었다면 더 완벽했을 것이다.

 

경품의 내역을 보니 더구나 멤버며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하나하나 직접 정성들여 마련한 것들이다. 웃음의 소재가 되기는 했지만 윤형빈의 공연티켓이며, 전현무와의 식사권이며, 김태원의 기타가 나왔고, 양준혁이 직접 사인한 야구도구 또한 경품으로 나왔다. '귀농일기'편에서 직접 재배한 고구마와 '귀농일기'를 촬영했던 고창의 군수가 직접 보내준 복분자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멤버 자신의 마음이며 프로그램이 만들어 온 인연이다.

 

격의없이 웃고 떠들고 즐기고, 노래자랑도 하고, 장기자랑도 구경하고, 경품도 함께 나눈다. 그보다는 그리운 이들을 함께 만나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연말이면 송년회다 망년회다 모임이 잦은 이유일 것이다. 올 한 해 자주 보았던 사람은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한 해 어쩔 수 없이 자주 보지 못한 사람은 그래서 핑계김에 한 번 더 볼 수 있고, 그리고 그런 모임이 잔치마냥 축제마냥 왁자하니 볼 거리 놀 거리도 풍부하다. 역시 TV예능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된 송년모임은 그 스케일부터 다르다. 보는 사람마저 즐거웠다.

 

송년의 밤이 끝났으면 이제는 새해를 설계해야 한다. 지난 한 해를 보내는 이유는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장소도 좋다. 하필 목욕탕이다. 묵은 때도 씻어내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한 해의 피로를 풀고, 그러면서 벌거벗은 채 격의없는 정담을 나눈다. '송년의 밤' 모임과는 또 다른 솔직함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내년의 계획이 발표된다.

 

솔직히 올해 2011년 원래 하기로 했던 5대 기획 가운데 '독립영화'와 '창업' 미션은 매우 아까운 바가 있으니 내년에라도 이어서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올 한 해 '배낭여행'과 더불어 가장 기대했던 미션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어찌되었거나 이경규가 제안한 새해의 화두는 '나의 우상'. 누구나 자기만의 마음속의 우상이 있다.

 

그토록 동경하고 닮고 싶어 했다. 그처럼 진심으로 되고 싶어 했었다. 그것을 자신의 미래이며 또한 현재였다. 그를 통해 미래의 자신을 그려보고, 그와 비교하여 지금의 자신을 본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물론 우상이기에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그는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과연 그러할 만큼 충실하게 살았는가? 아직도 이경규는 영화를 꿈이라 하고, 김태원은 여전히 기타리스트일 것이고, 양준혁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양신이 되었다. 필자도 그래서 문득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누구를 꿈꾸었던가? 부끄러울 뿐.

 

그리고 이어지는 각자가 생각하는 미션들이 있다. 격투기와 이소룡 영화와, 아마 그것은 올해의 '독립영화' 미션과도 접점이 있을 지 모르겠다. 모두가 참여하여 이소룡영화의 오마쥬를 만든다. 이경규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못 다 이룬 꿈을 이룬다. 윤형빈은 격투기를 배워 영화에 중요한 자기의 역할을 하려 한다. 김태원이 생각한 '낚시' 미션을 두고 바다낚시냐 민물낚시냐를 가지고 대립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문외한이 보기에는 낚시가 다 같은 낚시지 과연 바다낚시와 민물낚시의 차이가 있을까? <남자의 자격>만의 느낌으로 살려낸 '낚시' 미션을 한 번 기대해 본다. 어렸을 적 시골 친척집 근처 저수지에서 어설프게 낚싯대를 드러워 본 경험밖에 없는 필자로서 무척 생소하면서 흥미로운 미션이었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가 있기에 더욱 몰입하기 쉬울 지 모르겠다. 이경규의 우상과 김태원의 우상, 양준혁의 우상, 그리고 윤형빈의 꿈과 이윤석의 꿈과 김국진의 꿈, 그것이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각각의 미션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지게 된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시청자 자신의 꿈이기도 했을 터다. 그것을 TV를 통해 보게 된다. 누군가는 그런 꿈도 꾸고 있었을 것이다. <남자의 자격>의 코드는 공감의 코드다.

 

어쨌거나 그래서 새해첫 미션이 무려 '식스팩' 만들기라 한다. 무척 기다려지는 미션이었다. 필자도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식스팩'만들기에 도전해 볼 수 있을까? 사실 나이를 먹게 되면 기껏해야 뱃살을 빼거나 건강을 위해 하는 소극적인 목적에서의 운동이 고작일 것이다. 그러나 평균나이 43.4세에서 식스팩만들기라는 보다 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려 한다. 질 수 없지 않은가. 필자도 아직 한참 어리다.

 

송년의 밤은 송년의 밤답게 왁자하니 격의없이 즐거웠다. 송년의 밤이 끝나고 새해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남자의 자격> 미션 속에 담아내고 있었다. 새해첫미션은 더구나 필자에게 경쟁의식을 자극하는 미션이었다. 물처럼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내린다. 공감이 프로그램을 따라 흐르며 프로그램에 더욱 이입하도록 만든다.

 

한 바탕 즐거운 송년회였을 것이다. 실제의 사람들과 하는 송년회와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TV속 인연들과의 기꺼운 송년회였을 터다. 내년에 대한 더 알찬 기대와 함께. 즐거웠다. 내내 웃으며 보았다. 흐뭇하게. 함께 날뛰면서. 수컷이 되어서. 남자가 되었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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