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 - 손님을 초대하고 맞이하는 정성과 노력이 정겹다.

까칠부 2011. 12. 19. 09:03

역설적이게도 덕분에 어째서 '탭댄스'가 <남자의 자격> 미션에 포함되어 있었는가를 납득하고 말았다. 하기는 신원호 전PD가 처음 '탭댄스' 미션을 제안할 때도 했던 이야기였다. 탭댄스를 배워 가족과 주위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 그런 의미가 아니었던가.

정말 부러웠다. 확실히 그렇다. 연말모임이나 기타 다른 사람들 모이는 자리에서 특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자기만의 장기가 없다는 것은 얼마나 가난한 노릇인가. 뻔하게 술마시고, 뻔하게 수다를 떨다가, 뻔하게 노래부르고 춤추고, 하지만 때로 멋진 취미를 익혀 사람들 앞에서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것도 제법 멋진 모습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게 한심스럽게 보이던 탭댄스였다. 이윤석이 선보였던 '아빠의 청춘'은 주제와 연기가 좋았던 것이지 탭댄스 자체가 훌륭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물며 양준혁, 이윤석, 전현무, 윤형빈이 함께 선보인 'Old kid's 보도블록'의 'Step by step'은 몸치에 박치에 생초보들을 위한 안무가 더 놀라운 그다지 기대할만한 무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송년의 밤 무대에서조차 그들은 안무를 틀려 더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지 않은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에 놀라고, 그러면서도 서툰 실수에 즐거워하고, 프로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친구이고, 동료이고, 가족이다. 서툰 모습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그저 그조차도 그 순간의 즐거움일 수 있는 것이다. 잘하면 잘해서 감탄하고, 못하면 못해서 친근해하고, 어차피 뻔히 아는 사이들이다. 조금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탓하기에는 그 모임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사람들이 반갑고 기쁘다. 주인공이 된다. 잘하면 잘해서 대견하고, 못하면 못해서 아쉽고 아깝고, 그래도 그 순간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탭댄스를 배워볼까? 아니면 뒤늦게 악기를 배워볼까? 그다지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노래방에 가 봐야 부르는 레파토리도 한정되어 있다.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까지의 자신을 깨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다. <남자의 자격>을 보면서 항상 강조되어 왔던 것이었다. 이제까지의 자신과는 다른 자신이 되어 본다. 그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이다. 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웨이크보드를 배워보고, 합창도 도전해 보고, 밴드에도 도전해 보고, 전혀 세대가 맞지 않은 어린 세대들의 문화도 공감하며 즐겨본다.

 

또 하나 <남자의 자격>의 '송년의 밤'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는 바로 이경규와 김태원이 직접 요리하여 대접한 '와플'과 '돈까스'였다. 아다시피 이경규는 현재 '제빵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실기는 충분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공부와 너무 오랫동안 멀어졌던 탓인지 필기시험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있다. 김태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돈까스 마니아다. 반드시 한 번은 돈까스를 먹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진심으로 돈까스를 좋아하고 즐긴다.

 

<남자의 자격>이 방영되고 첫 해 송년의 모임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한 음식들은 거의 범죄 수준이었다. 친분을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말도 되지 않는 엉터리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좋아 즐거운 연말의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아마 그에 따른 반성 때문이었는지 두 해 째인 작년에는 아예 장소를 빌려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고 있었다. 하기는 첫 해에는 거의 연예인 손님이 주를 이루었지만 작년에는 일반인 손님들도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예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인에게까지 그럴 수는 없다.

 

그런데 웬 걸? 올해는 멤버 가운데 과연 당당히 자신있게 대접할 수 있는 메뉴가 손님들을 위한 요리로 나오고 있었다. 올해 '꼬꼬면'으로 대박을 터뜨린 이경규의 제빵기능사 도전을 상징하는 듯한 와플과 돈까스마니아인 김태원을 그대로 연상케 하는 돈까스. 프로요리사인 에드워드 권의 평가는 그 수준이 손님들을 대접하는데 그렇게 부족한 정도는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아마 '송년의 밤'을 위해 이경규나 김태원이나 나름대로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이윤석과 이경규가 함께 한 '아빠의 청춘'과 양준혁 이하 젊은 네 멤버가 함께 준비한 탭댄스 경연대회 출전작품 'Step by step' 또한 그러한 노력과 정성의 한 단면이었다. 아무리 대회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었고, 경연에서 직접 선보인 작품이라 할지라도 그저 손 놓고만 있어서는 저런 무대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진 듯 흐트러진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역시 초대한 손님들을 맞는 마음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올해 김태원이 리더로 있는 밴드 '부활'과 콜라보레이션 활동을 했던 전설적인 여성 보컬리스트 윤시내와 부활 3집 당시 음반이 발매되기도 전에 죽은 형 김재기를 대신해서 라이브활동을 대신하고, 부활 4집까지 함께 했었던 부활의 4대 보컬 김재희, 양준혁을 찾아온 박충식과 조인성도 정말 뜻밖의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최고는 멀리 전북 고창에서 달려온 잡숴봐 할머니와 참말로 할머니가 아니었을까? '귀농일기'가 끝나고도 그 정을 잊지 못하고 김치를 보내온 포근함을 송년의 밤에 초대하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었다.

 

연예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연예인들이 방송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바로 시청자를 위한 모임이다. 시청자를 위한 송년의 밤이다. 일 년을 함께 해 온 시청자와 그동안 가져왔던 인연을 위한 밤인 것이다. 고창의 정겹지만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얼굴들과 그리고 올 한 해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하며 누구보다 친숙해진 얼굴들. 김수용이며 김경진이며, 심지어 영화배우 박중훈조차 그에 비하면 빛이 가린 듯 보였다. 오늘의 밤에서 주인공은 그래서 청춘합창단이 부르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였을 것이다. 그 어떤 스타보다도 반갑고 빛나는 얼굴들이다. 그 분들이 그 자리를,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어쩌면 매 해 기다리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첫 해는 일일찻집으로, 두 번째 해에는 연회장을, 그리고 올해는 드디어 손님을 맞이하는 잔치로써. 그리고 그리운 얼굴들을 보게 된다. 멤버들의 인맥에 따른 전혀 뜻밖의 모습들에 놀라워하고, 한 해 TV를 통해 가져 온 인연대로 그리운 얼굴들을 통해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올 한 해도 즐거웠다.

 

아마 이 또한 <남자의 자격>의 미션일 것이다. 한 해 인연을 고마워하고, 소중히하고, 그 사람들을 반가워하고, 기꺼워하고,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며 정겨운 시간을 보낸다. 정성이 있으면 더 좋다. 마음이 있다면 더 좋다. 허술하지만 허술하지 않아 더 좋다. 돈만 많이 들이고 뭐라도 대단한 것을 해야 훌륭한 모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역시나 그들 또한 연예인이고 예능인이지만 그런 것 없이 진심으로 즐기려 하는 것이 좋았다.

 

아름다운 여성 게스트가 없다는 점은 역시 <남자의 자격>답다 할 것이다. 최희씨가 거의 유일했을까? 작년에는 그나마 '남격합창단' 덕분에 쓸쓸함은 덜했는데, 올해는 그조차도 없었다. <남자의 자격> 멤버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일 것이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미인을 좋아한다.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보다는 '미인'이 더 좋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다음주에도 계속된다. 다음주에는 어떤 반갑고 정겨운 이야기가 있을까? 올 해도 벌써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다. 필자 역시 송년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다만 그만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가는 모르겠다. 단지 연례행사로 치르는 송년모임이 아닌 진심을 담은 송년모임이 될 수 있기를. 한 해를 깔끔하게 털고 가야 새해 또한 신선하게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을 기대해 본다. 오늘 밤의 연장을. 내년의 준비를.

 

즐거웠다. 반가웠다. 그저 TV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것인데도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시간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술도 오래 묵은 술이 좋듯이 예능도 오래 묵은 예능이 좋다. 5년 뒤에도 오늘처럼 송년모임을 가질 수 있으면. 바람이 밤과 함께 깊어진다. 재미있었다.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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