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 당시 멘토 김태원은 끝내 자신의 멘토스쿨에서 탈락하고 만 손진영에 대해 다음과 같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어째서 처절함부터 배웠는가?"
경쟁방송사인 KBS의 드라마 <브레인>을 보면서 필자 역시 같은 말을 내뱉게 된다.
"어째서 이강훈은 그와 같은 치열함부터 배우고 말았는가?"
1절과 2절이 없다. 오로지 후렴만 있다. 이강훈의 삶이 그토록 애처롭도록 고단한 이유였다. 항상 비장하고 처절하다. 절박하고 간절하다. 보는 이마저 지칠 정도로 어느새 연민을 불러을이킨다. 이강훈이라는 인물에 몰입해 보게 되는 이유다. 지쳐하면서도 그의 후렴이 주는 울림에 이입해 버리는 때문이다. 그는 나다. 나 자신이다. 때로 불편하고 피곤하지만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말 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유기동물을 거두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도시의 거리란 짐승들에게 무척이나 가혹하다. 하기는 사람 역시 도시의 거리에서 다른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려 하면 무척 가혹할 것이다. 먹을 것도 부족하고, 마실 것도 없고, 더구나 항상 자신들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쫓기며 살아가야 한다. 유기동물들은 바로 그러한 거리의 각박함에 길들여진다.
벌써 5년을 넘겨가고 있다. 이제 몇 달 있으면 6년이 된다. 그런데 아직 녀석은 필자를 두려워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도 그래도 사람이라고 필자를 두려워한다. 사람이 묵서워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이를 드러내고 하악거리면서도 혹시라도 낯선 사람이 찾아와 좋은 냄새 풍기는 먹을 것이 상위에 올라오면 무모하게도 다가와 냄새를 맡는다. 닭백숙을 만들어 놓았더니만 그것 먹겠다고 그 커다란 냄비를 엎어버린 적도 있을 정도다. 먹을 것 앞에서는 자제가 되지 않는다. 아주 어린 새끼 때부터 길러온 다른 두 녀석과 다른 점이다.
트라우마일 것이다. 아니 포비아다. 어릴 적 우리 외할머니도 그렇게 필자가 먹는 것에 관심이 많으셨다. 무조건 잘먹으면 좋은 것이라고 결국 중학교 입학할 무렵에는 깡말랐던 필자의 몸이 비만으로까지 불어 있었다. 그래도 좋아하셨다. 굶주림의 공포를 아는 사람에게 먹는다고 하는 것은 지상의 과제인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선이고 도덕이고 정의다.
배고픈 이는 먹을 것을 찾고, 목마른 이는 마실 것을 탐하며, 추위에 떨고 있는 누군가는 따뜻한 잠자리를 구한다. 결국 당장의 배고픔이 해결되더라도 한 번 배고픔의 공포를 느껴 본 이라면 결코 먹을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탐욕스레 그 자리에서 모두 먹어치우려 할 것이고, 그러고도 남는다면 혹시 모를 만일의 경우를 위해 챙겨두려 할 것이다. 더 많은 먹을 것을, 그래서 넘치도록 쌓아두고서도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다. 집요하고 처절하다.
이강훈(신하균 분)이 그렇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가 죽을 당시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를 위해 진실을 밝혀줄 사람도,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도, 무엇보다 그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위로해 줄 누군가도 없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울부짖고, 악을 쓰고, 사정하고, 애원하고, 발버둥을 치고, 그리고서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은 혼자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얻어내야 한다. 그가 갖지 못한 것들을 갖기 위해서 더 울부짖고 더 악쓰고 더 사정하고 더 애원하고 더 발버둥치며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강훈이 유독 서준석(조동혁 분)을 강하게 의식하며 그를 대하는 것도 그래서다. 서준석이란 그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이다. 의사인 부모와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런 것들이 배경이 되어 한결 수월하게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 이강훈이 혼자서 억지로 노력해서 얻어내는 것들을 서준석은 별다른 노력 없이 주위의 도움만으로도 너무나 쉽게 얻어낸다. 질투다. 그리고 자각이다. 자신은 서준석과 같이 될 수 없다. 서준석과 같이 될 수 없음을 질투하며 그리고 체념하고 그래서 더욱 발버둥친다. 그럼에도 자기가 갖지 못한 그것들을 가지기 위해서. 동경과 탐욕과 질투, 어쩌면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능일 것이다.
과연 이강훈에게 조교수란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사실 크게 별다른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조교수가 되고 나서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조교수라는 것이 뭐가 그리 대단했을까? 혼란스럽다. 과연 조교수가 되고자 한 것이 자신이 진정 바라던 것이었는가? 그러나 한때 그에게는 그것이 전부였다. 조교수가 되어 저 잘난 서준석(조동혁 분)보다 위에서 모두를 굽어보리라. 모두의 위에서 마침내 스스로 쟁취한 그 자리에서 모두에게 자신을 과시해 보리라. 그것은 주문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주문이었다. 지금껏 그로 하여금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멈추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달려올 수 있도록 해 준 주술의 주문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자존이었을 것이다. 이강훈 자신의 자아이기도 했을 것이다. 바로 조교수가 되고자 하는 그것에서 이강훈은 자신의 자존과 자아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배고픈 길고양이가 먹을 것이 목숨을 걸듯, 목마름을 경험해 본 사람이 마실 것 앞에서 진지해지듯,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무력함을 경험했던 이강훈으로서는 보다 높은 지위와 보다 강한 힘이야 말로 그가 추구해야 할 전부, 그가 이루어야 할 모두였던 것이다. 그것이 이강훈 자신이다. 그토록 간절하게 그것들을 바라고 그토록 치열하게 그것들을 쟁취하는 것이야 말로 이강훈에게 살아가는 의미인 것이다. 이강훈 자신이다. 바로 그런 것들이야 말로 이강훈 자신일 것이다.
지난 15회차에서 윤지혜(최정원 분)이 이강훈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그래서 어쩌면 이강훈에게 있어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것이 자신이다. 이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이고 탐욕으로 가득한 계산적인 존재.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살아간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그것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그렇게밖에는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이강훈이라는 인간이다. 조교수의 명패를 보며 이강훈이 짓고 있던 표정은 항상 굶주림에 지쳐 있던 짐승이 오랜만에 포식을 하고 짓는 만족한 웃음이었다.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며 자부심이었다. 그것은 마치 해탈한 웃음과도 같았다.
그래서 문제였다. 조교수가 되어야겠다고만 생각했지 그 이후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조교수가 되고 난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오로지 조교수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무작정 달려온 지난날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교수가 되고 나니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가? 이강훈에게는 그토록 대단하기만 한 조교수 자리조차 그가 그토록 꺾고 싶어하는 김상철(정진영 분)에 비한다면 그저 하찮을 뿐이다. 말로는 김상철을 꺾고 굴복시키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혼란이 시작된다. 고민이 이어진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마음껏 조교수가 되어 지위를 과시하고 권력을 남용해 보았지만, 그래서 자신을 배신한 동승만(이승주 분)을 물먹이고 자신에게 등을 돌리려는 윤지혜(최정원 분)도 괴롭혀 보았지만, 서준석에게 잘난 척 으스대보고, 김상철에게 사납게 이를 드러내 보았지만, 그러나 과연 그 다음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과연 앞으로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동승만의 비굴한 사과는 오히려 그러한 이강훈의 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또한 동승만처럼 비굴하게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강훈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 어떤 가치가 어떤 의미가 지금 순간 이강훈 자신에게는 있는 것인가?
동승만을 연민한 것이 아니었다. 그를 경멸하거나 조롱한 것이 아니었다. 이강훈이 본 것은 이강훈 자신이었다. 서준석과 김상철을 칭찬하며 고마워하는 환자들은 많았다. 그러나 그 가운데 오로지 하나 수줍게 숨어 있던 이강훈을 칭찬한 한 마디는 어머니 김순임(송옥숙 분)이 남긴 것이었다. 어머니의 진정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을 최고라 말하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는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물론 그럼에도 그동안 살아온 방식이 있기에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서준석의 캐릭터 변화는 그런 점에서 현재의 이강훈에게 매우 유효적절하다. 이강훈은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경쟁했다. 서준석과 경쟁했고 지금은 김상철과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편하게 부모와 형제들 사이에서 혜택받고 자라왔다고 생각한 서준석은 그보다 더 어렸을 적부터 부모의 기대와 같은 부모의 기대를 받고 있던 형제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그 경쟁에 짓눌려 서준석은 때로 자신을 잃고 있었다.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죽음에 더 이상 수술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어버릴 정도로 그는 항상 그러한 강한 압박 속에 잘난 서준석이기를 요구받고 있었다. 이강훈과는 다르지만 서준석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하필 드라마는 술에 취해 방황하는 서준석과 장유진(김수현 분)의 비밀을 알고 당혹스러워하는 이강훈을 마주치게 한 것이었다.
이제는 조교수가 된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조교수가 되었으니 이제 교수가 되어야 한다. 교수란 어떤 자리인가? 교수에 어울리는 자질이란 어떤 것인가? 김상철은 그것을 경고하고 있었다. 단지 수술을 잘하고 명성만 높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 김상철이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가며 지금껏 쌓아올린 것들이다. 아직 이강훈은 거기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다만 그 단서를 찾고 있다. 서준석이 그 단서를 보여주고, 장유진이 그에게 또하나의 힌트를 줄 것이며, 김상철이 다시 답을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숙제가 주어졌다.
결국은 <브레인>이란 이강훈 한 사람의 드라마일 것이다. 모든 인물이, 모든 사건과 요소들이 이강훈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이강훈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주입되어지고 강제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강훈 자신의 자각에 의한 것이다. 역시 드라마의 줄거리가 크게 바뀌었다. 라이벌이어야 할 서준석과 멘토여야 할 김상철도, 그의 모든 주위가 이강훈의 자각과 탈피를 위해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남은 것은 이강훈 뿐이다. 과연 이강훈은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자신을 위해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김상철이 진정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이강훈이 아니다. 김상철이 진심으로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은 항상 그에게 대들며 못된 소리나 하는 이강훈 자신이 아니다. 이강훈이 기억하는 자신이다. 이강훈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버리고 싶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이강훈은 자신이다.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이강훈과 같이 있으면 이강훈과 같이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닌데 이강훈과 함께 있으면 그렇게 되어 버린다. 그것이 싫고 두렵다. 차라리 이강훈을 아예 안 보이도록 치워버리거나, 아니면 이강훈을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버리거나. 그러는 한 편으로 또한 김상철은 이강훈을 인정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재학(이성민 분)과 김상철은 그런 점에서 이강훈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이미 어려서 죽은 친아버지와는 다른 정신적 아버지다. 고재학은 그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현실을 가르치고 그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친다. 아무것도 없는 이강훈이 어떻게 살벌한 병원내 정치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손수 보여주며 배우게 만든다. 그리고 김상철은 그에게 조교수가 되고 난 이후의 그가 앞으로 의사로서 살아가야 할 길을 보여주게 된다. 그가 저지른 과오와 그로 인한 댓가 또한 그러한 한 부분이다. 남자아이들은 아버지를 증오하며 배운다. 아버지를 증오하며 그를 경쟁상대로 삼아가며 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되어 간다. 이강훈은 고재학을 따라잡았고 이제 김상철을 따라가려 한다. 김상철은 부지런히 따라오라면 저만치 앞을 걸어가고 있다.
러브라인에 변화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하필 그 순간 이강훈이 장유진의 진심을 깨달아 버렸다. 조교수가 되어 무엇이 진심인지 혼란스럽던 순간 장유진의 딸 이야기를 들이며 장유진이 얼마나 자기에게 진심이 되어 있었던가를 깨닫고 말았다. 다른 남자들에게는 다 했다는 딸 루비 이야기를 자기에게만 하지 않은 것은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 없이 혼자서 딸을 낳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이강훈이 알고 자신을 경멸할까봐 두려웠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전혀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는 것에는 차라리 경멸조차 하지 않는 그의 무심함에 상처입는다. 얼마나 이 잘난 여자는 자신에게 진심이 되어 빠져 있는가?
어쩌면 윤지혜보다도 더 좋은 조건의 장유진이야 말로 이강훈을 더욱 간절히 필요로 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윤지혜는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항상 실수만 하던 EVD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윤지혜를 보는 이강훈의 웃음은 어느새 자기 품을 떠나 홀로 설 수 있게 된 제자나 딸을 보며 짓는 대견한 웃음이다.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누이, 혹은 오랜 친구를 보는 웃음이다. 과연 더 이상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윤지혜에게 이강훈은 애정을 느낄 것인가? 아니면 간절하게 절박하도록 그를 원하는 장유진에게 연민을 가질 것인가? 아마 이 또한 이강훈의 캐릭터 변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가? 루비의 두통이 심상치 않다. 다만 이강훈이 솔직해지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솔직해진다는 것은 강해진다는 것이고 성장한다는 뜻이다. 아직 멀었다.
역시 천하대학병원의 병원장 정도 되면 그저 솜씨좋고 사람좋다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닐 것이다. 황영선(반효정 분)도 역시 수완가다. 사람을 이용할 줄 알고 탐욕을 부릴 줄도 안다. 병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일선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결국 한 때의 충동이었을 뿐이다. 권력은 놓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마력을 발휘한다. 권력을 놓으려 할 때 쯤 권력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강훈의 존재로 말미암아 어느새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 것처럼. 김상철이 더욱 이강훈에게 적의를 보이며 대립하게 되는 이유다. 역시 김상철은 그런 자신이 싫다. 그런 자신을 보게 하는 이강훈이 싫다. 솔직히는 황영선 원장도 싫다.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욕망하고 탐욕하고 그리하여 처절하게 안달하고 발버둥치고, 그러고 나서 결국 이루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남아 있는가? 마침내 바라던 조교수의 자리에 오른 이강훈을 통해서, 마침내 놓으려 했던 병원장자리에 미련을 보이는 황영선을 통해서, 이강훈으로 인해 흔들리며 자신을 잃어가는 김상철을 통해서,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서준석과 장유진을 통해서, 아니 장유진에게는 루비가 있다. 이강훈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자신 또한 그러한 한 군상이어서가 아니겠는가?
김상철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 잘난 김상철의 명성을 꺾어 버릴 수 있는 기회다. 과연 이강훈은 그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아니 그것은 이강훈에게도 위기다. 김상철의 도움요청을 거절해도 환자의 상태가 위독하다는 말에 두 말 없이 바로 달려가고 마는 것이 이강훈이다. 김상철의 물음에 대한 답을 들려줄 차례다. 아버지의 복수인가? 자신의 복수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인가? 그것은 이강훈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흥미가 더욱 깊어진다. 이강훈이라는 인간에 대한 흥미다. 과연 이강훈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천하대학병원이라고 하는 거대한 권력에 삼켜진 채 그저 권력만을 탐하는 괴물이 되고 말 것인가? 껍질을 벗고 원래의 자신을 찾아가게 될 것인가? 의사인가? 욕망하는 인간인가?
변화된 관계도 흥미롭다. 서준석과 윤지혜, 그리고 어느새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장유진과 그녀의 딸 루비. 동승만은 어떻게 바뀌어갈 것인가? 조대식(심형탁 분)과 수간호사 홍은숙(임지은 분)의 러브라인은 또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처음의 기획의도와는 많이 달라진 전개가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눈을 떼지 못한다.
재미있다. 역시 이런 맛일 것이다. 한국 드라마만이 갖는 치열함이다. 인간이기에 갖는 당연한 관계와 그 사이에서의 갈등. 관계가 사람을 만들고 사건을 일으킨다. 그 부대낌이 선명한 열기로 전해진다. 그 중심에는 이강훈이 있다. 신하균의 힘을 믿는다. 헤어나지 못한다. 즐겁다.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06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를 품은 달 - 허구의 시간, 가상의 공간, 상상의 조선에서 판타지가 시작되다! (0) | 2012.01.05 |
---|---|
샐러리맨 초한지 - 유방의 캐릭터에서 '뿌나' 정기준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다! (0) | 2012.01.04 |
샐러리맨 초한지 - 약간의 아쉬움과 흡족한 출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0) | 2012.01.03 |
브레인 - 이강훈과 김상철이 서로 마주보고 웃은 이유... (0) | 2012.01.03 |
특수사건전담반TEN - 모성이라는 이름의 신, 비극도 되지 못하고 구원도 되지 못하다! (0) | 2011.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