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기억이 있어 행복했다. 첫사랑의 기억으로 인해 주위가 모두 힘들어했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그 당시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사랑했던 그 순간을 행복해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괴로워한다. 같은 기억을 간직한 채 사람은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아간다.
차라리 70년대와 2000년대를 교차하며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70년대와 2000년대의 전혀 다른 방식의 삶과 가치관이 같은 배우에 의해 교차되며 비교하듯 보여진다. 손을 잡기조차 수줍고 두려웠던 70년대와 스스럼없이 처음 보는 여자의 손을 잡고 주머니에 함께 넣던 2000년대. 70년대의 서인하는 김윤희를 지키고 싶어했지만 2000년대의 서준(장근석 분)은 정하나(윤아 분)에게 당당히 자신을 지키라 요구한다.
솔직하다. 당당하다. 물론 여전히 수줍음은 있다.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보다 자신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 그들이 있다.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연을 만들고,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사랑을 한다. 얼핏 흔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70년대의 기억이 있어 그 느낌이 또한 새롭다. 그러나 일주일이란 70년대보다도 더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억지로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이상 2000년대는 2000년대 나름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말하는대로 시즌1에 이은 시즌2다. 감동이 반감된다.
굳이 4회라고 하는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한 것치고는 그것이 그다지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지지 않는다. 하기는 무려 33년이다. 한 세대가 넘는 시간의 간극이 그 사이에 존재한다. 70년대에 70년대식 사랑이 있었다. 2000년대에는 2000년대식 사랑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끝나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기까지 두 사랑이 이어지기에는 그 시간의 공백이 너무 크다. 차라리 5회를 첫회로써 4회까지의 내용을 단지 회상으로 다루느니만 못한 결과다. 물론 그랬다면 70년대와 2000년대의 서로 다른 방식의 사랑을 보여주고자 하는 드라마의 의도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역시 드라마에 있어 일주일이란 33년의 시간보다 길다.
화면이 예쁘다. 설국이라는 말 그대로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홋카이도의 겨울풍광이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서준과 정하나 두 사람의 순수와 어울린다. 어머니세대처럼 자신도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은 정하나와 부모세대의 불행을 보고 자랐기에 그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은 서준, 그러나 우연과 오해는 다이아몬드 스노우라는 운명으로 그들을 함께 몰아넣는다. 하필 자동차마저 기름이 다했다. 눈덮인 온천에서 그들은 수줍게 숨은 온천에 함께 몸을 담근다. 역시 4회까지는 굳이 없어도 상관없다.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
4회까지의 윤아가 청순했다면 5회부터의 윤아는 보다 왈가닥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절제된 단정함과 솔직한 장난스러움이 모두 잘 어울린다. 눈은 윤아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장근석은 무거운 짐을 벗어던져 버렸다. 5회부터의 장근석이야 말로 원래의 장근석이다. 멜로는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전제한다. 그들은 사랑할 자격이 있으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들은 그래서 사랑한다. 그들은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 멜로의 정석이다. 그들은 사랑을 한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괜찮다. 이 부분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썩 괜찮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평범하지만 달달하다. 평이하지만 사랑스럽다. 다만 굳이 아니었어도 5회를 시작으로 놓았어도 문제는 없다. 집중이 흐트러진다. 아쉽다. 기대해 본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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